고 최숙현 사망 이후, “피해자 지원 위해선 엘리트 체육계 영향 차단해야”

“엘리트 체육계 중심의 스포츠 구조개혁 절실”

“지난 해 딸아이가 맞는 모습을 보게 됐고 고민 끝에 관할 경찰서를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벌금 20-30만 원에 그칠 것 같다는 말뿐이었다. 그뒤 딸보다 더 어린 또 다른 아이가 피해를 당해 학부모들과 함께 고 최숙현 선수처럼 경찰에 고발하고, 언론사에도 요청했다. 탄원서, 진정서 등을 다 넣었다. 그런데 어느 한 곳 도와주는 곳이 없었다. (가해자는) 1년 자격정지를 받았는데 버젓이 링크장에 와서 레슨을 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가중처벌이 돼 3년 자격정지를 받았는데도 레슨을 했다.”

피겨선수를 꿈꾸며 훈련해온 딸아이를 둔 학부모 A씨가 국회에서 한 말이다. 폭행과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 고 최숙현 선수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엘리트 체육계 중심의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체육계 시민단체들이 입을 모았다.



문화연대, 스포츠인권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 체육계 시민단체들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 9명이 9일 오전 국회의원제1소회의실에서 연 토론회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의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해 체육계 구조개혁에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피해자 지원 위해선, 엘리트 체육계 영향 없는 ‘별도 기관’ 필요”

체육계 폭력과 권위주의 문제 해결에 대한 목소리는 고 손숙현 선수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이 촉발된 후 민·관합동 ‘스포츠혁신위원회(혁신위)’가 구성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지난해 2월 구성된 혁신위는 7차에 이르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혁신위 권고안은 실행되지 않았고 1년의 임기는 끝났다.

이 같이 체육계 폭력과 권위주의 문제 해결 과정이 공회전해 왔던 원인을 정용철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서강대학교 교수)은 엘리트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짚었다. 그는 “일곱 차례에 걸친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에 기존의 엘리트 체육계는 판판히 반대하고 저항했다”라며 “엘리트 체육 죽이기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그들을 엘리트 체육 살리기라고 정성껏 설득했지만 역부족이었다”라고 말했다.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연구원(전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은 스포츠 분야의 인권 및 성평등 향상 활동을 추진할 ‘별도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별도 기구는 혁신위 권고안 중 ‘스포츠윤리센터’를 뜻한다. 함 연구원은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 내부의 절차로부터 분리된 별도의 공공기관이 필요”하다며 “독립(자율)성, 전문성, 신뢰성의 기본 원칙에 기반해 구성·운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혁신위가 권고한 스포츠윤리센터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어떻게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정윤수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6개 기관 모두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7번째 기관이 나온 것이다. 그러면 이 기관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전문성·독립성·수사 기능에서의 경중은 없지만,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포츠윤리센터는) 어떤 기관과의 배타적 차별이 필요하다. 그 기구가 가진 배타적 독립성 속에서 수사 기능 등이 확보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센터는 스포츠 문화·정책·이벤트 등에서 인권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고도의 기구로서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함은주 연구원은 “독립성을 갖는다고 하는 것은 문체부·대한체육회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만큼의 위상과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며 “즉 문체부 산하 기관이 아닌, 산하기관이라 하더라도 예산이 독립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함 연구원은 “센터장의 위치나 권한도 문체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의 위상, 위치가 주어져야 독립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행정적·예산적으로 영향이 없는 위치가 아니라면 독립성을 실제 가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대책들이 실제 피해 선수들의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왔다. 토론회에서 여준영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피해 선수들이 피부로 느끼는 지점과는 먼 부분이 많다”며 “고 최숙현 선수처럼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준영 대표는 “(감독·트레이너가) 10년 가까이 팀에서 일하게 되면 ‘시도팀 담당 공무원·감독·시도체육회 카르텔’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수들은 피해를 받아도 아무 말도 못 한다”며 감독·트레이너의 재계약은 평가를 통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 대표는 실업 선수들의 불안정한 계약 역시 폭력이 은폐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주시청의 경우 ‘갑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 계약 해지할 수 있다’, ‘계약 해지 상황에 대해선 일체 이의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쓴다”며 “이것은 선수들에게 불리한 계약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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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김태년 쇠끼 경제단체의 종으로 입사했구만

  • 문경락

    여준영 대표는 “(감독·트레이너가) 10년 가까이 팀에서 일하게 되면 ‘시도팀 담당 공무원·감독·시도체육회 카르텔’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수들은 피해를 받아도 아무 말도 못 한다”며 감독·트레이너의 재계약은 평가를 통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 아저씨

    어이구 오뉴월 개눈치밥 문재인아. 글을 어떻게 배웠길래. 노사정 합의안이 이해단체들의 눈살을 조합한 눈치밥으로 만들어졌냐. 그게 제일 좋은 합의안으로 보이더나. 니 개눈하고 눈치밥합의안하고 아다리가 되었구나, 야. 이 개쇠꺄. 역대왕들이 다 안전했냐.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했다는 카이사르, 징기스칸을 바라, 나머지는 볼 것이라도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