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한국, 연결된 것은 미식 천국만이 아니다

[워커스 INTERNATIONAL] 양안 문제에 대한 한국 활동가의 고민

  대만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5년 하이디스 영풍여 그룹 본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영풍위 그룹을 규탄하고 노동자와 유족의 면담에 즉각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대만 하이디스 노동자 연대 전선]

대만을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대만은 미식 천국으로 소문이 나면서 인기 관광지가 됐다. 각종 TV프로그램에서 대만이 단골소재가 된 덕분인지, 수도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를 가보면 이곳이 명동인지 어딘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글간판과 한국인 관광객 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대만 사람들이 골치를 앓고 있는 중국과의 무력분쟁에 한국의 관심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점증되는 중국의 위협

중국이 고수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대만 시민들의 운명과 직접 연결돼 있다. 중국은 대만의 현 민진당 정부가 독립노선을 견지할 경우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실제로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군사력 격차를 감안하면 대만은 중국의 침공을 방어하기 어려운 게 사실 이다. 민진당 정부를 지원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사실상 중국에 굴욕적인 양보를 강요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미국의 압박이 크다고 해도 중국이 대만의 독립까지 허용할 리는 없다. 양안(대만-중국) 관계는 내년 1월에 있는 대만 총통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차이잉원 총통 혹은 민진당 후보의 재선을 막고자 무력 침공 위협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해 민진당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대만 사람들은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경제 압박이 커지면서 지난 지방 선거 때 야당인 국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두고 개혁을 밀어붙이지 못한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는 의견1 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4년 전 선거에서 행정과 입법 권력을 동시에 장악했던 민진당의 역사적인 승리는 이제 저물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애초 대만 사회운동은 탈원전 정책과 성소수자 이슈를 포함해 차이잉원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중국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 대만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여러 인권 의제들은 차이잉원 정부 승리의 기폭제가 된 독립 열기와 함께 좌초될 위기에 처해버렸다. 2 또 차기 대만 총통 및 입법원 선거는 미중 간 갈등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대만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도 직결된 중요한 선거가 돼버렸다. 특히, 대만의 선거 결과는 한반도의 평화 문제와 한국 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사회운동은 대만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대만 사회운동은 역사 등 여러 면에서 한국과 유사한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은 아시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발전해 있다. 특히 성소수자나 환경운동은 한국의 사회운동에 모범이 된다. 대만 노동운동은 하이디스 정리해고 투쟁 때 한국 활동가들에게 적극 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만 사회운동도 양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를테면,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려던 대만 인권활동가들은 유엔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유엔 빌딩에 출입할 수 조차 없었다. 대만 활동가들에게서 이런 문제를 들을 때면 안타까움을 넘어 대만의 독립에 한국 사회운동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한편으론,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대만 민진당 정부는 현재 고조되는 양안 관계 위기 속에서 대만 수호를 명목으로 막대한 미국제 무기를 수입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봉쇄정책에 협력하고 있다. 한반도와 비슷한 행보다. 문재인 정부도 한반도 평화정책을 추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적극 보조를 맞추며 미국제 무기를 적극 사들이고 있다. 과연 현 시기 한국 정부는, 아니 한국사회는 중국의 무력을 포함한 대만 압박과 미국과의 관계 등 양안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고 가질 수 있을까? 어떤 다른 국가의 문제보다 직접적으로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임에도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난 4월 18일에는 중국에서 살인적인 노동조건으로 악명 높은 공장인 팍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이 국민당 후보로 총통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대만 최대 재벌인 그가 국민당 후보가 돼 총통에 당선된다면 중국의 무력 침공 우려는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재벌이 권력을 쥐게 될 경우, 국가인권기구보다는 팍스콘의 노동착취가 일반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는다.

대만의 미래는 대만 유권자들이 투표로 결정하겠지만 대만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처한 어려움과 두려움, 그리고 고립감들을 살펴보고 연대하는 길을 찾는 것 또한 한국 사회운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만과 한국은 좋든 싫든 연결돼 있고, 대만 활동가들의 고민과 어려움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워커스 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