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전기차 보조금,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돼야”

전기자동차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구매 보조금의 지급 기준이 재설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고가의 전기차에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이미 정부가 검토하고 있고, 구매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출처: 민주연구원]

민주연구원은 지난 18일 ‘혁신경제 연속세미나’ 네 번째 주제로 ‘전기자동차 시장 동향과 차세대전지 개발 동향’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미나 결과를 브리핑했다.

18일 세미나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대한 재설정 검토를 제안했다. 구매자의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한 차등 지급 방안을 마련하고, 전기차 구매보조금 일몰 연장을 위한 법안 발의를 하자는 것이다.

권 의원은 ‘구매보조금의 역진성’을 지적하며 “고소득자에게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집중되고 있지만 전기차 구매 후 의무사용 등 규정이 없어, 고소득자가 전기차를 세컨카로 구매 시 실질적인 운행 비율이 적어, 보조금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신차구매에 어려움이 있는 저소득계층은 노후경유차 등 환경규제로 인해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고소득계층은 고가의 전기차도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며 구매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권 의원은 전기차의 실제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매보조금 지급 전기차에 대해선 운행정보확인장치(OBD) 부착과 관련 정보의 제공 의무를 부여할 경우 자료 취득이 수월하지만, 규정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운행 정보 수집과 관련해선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걸려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부·지자체에서 지급한 전기차 보조금 2,092억 원 가운데 43%인 900억3000만 원이 테슬라 제품 거래에 쓰인 것으로 추산된다. 국산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테슬라 전기차는 모델3의 가격이 5,239~7,239만 원으로 보조금 적용 시 3천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모델3는 올해 상반기에 6,839대를 판매했다.

정부는 현재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가를 검토하며 일정 가격 이상의 전기차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국산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도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수입 전기차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제작사의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93%에서 올 상반기에 55%로 크게 줄어든 반면, 수입사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7%에서 올 상반기 45%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가격을 대폭 낮춰 고객들이 합리적으로 구매하게 만들겠다”고 말해 ‘가격’이 현대가 만드는 전기차의 셀링포인트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부는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5년까지 18조7,000억 원의 국비가 미래차 관련 사업에 지원돼 현대차는 그린뉴딜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한편 발제를 맡은 홍정기 LG경제연구원 사업2부문장은 차세대 전지 관련 생태계 구축과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비중이 약 28%로 예상되는 등 앞으로 전기차 비중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될 것”이라며 “자동차 전지 시장도 향후 10년간 17배 급성장하면서 2030년 약 1,600GWh 규모의 거대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직 전기차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높기 때문에 리튬메탈전지, 전고체전지, 리튬황전지 등과 같은 차세대 전지 개발이 산업주도권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라며 “확고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차세대 전지 원천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자인 김사흠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배터리선행개발팀장은 차세대 전지의 공통 핵심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리튬이온 전지(LiB)는 기술적 한계에 임박했고, 차세대 전지는 아직 미완성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어 “차세대 배터리는 전기차와 모빌리티 시대를 위한 핵심부품으로써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에, “차세대 전지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차량의 기본적 사용 환경과 로봇,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과 같은 다양한 용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과 가격 문제를 극복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며 차세대 전지의 기술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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