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와 QR코드: 새로운 핀테크의 가능성과 한계

[워커스] 기술문화비평

학회 참석차 중국 상하이에 들렀다. 푸동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숙소로 향했다. 전화기에 중국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외국인은 지하철 티켓 자판기를 사용하지 못하기에 창구에서 겨우 티켓을 구매했다. 함께 간 동료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 계산대에선 손님들이 온통 스마트폰 화면을 주인에게 들이대고 있었다. 화면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하얀 바탕에 검은 점이 가득한 사각형 모양의 QR코드를 띄우고 있었다. 식당이나 지하철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길거리의 공유자전거를 대여할 때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고 있었다.

중국의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직불결제 시스템의 편의와 명성에 대해 자주 들어왔으나 실제 중국인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그것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QR코드로 구걸한다는 걸인은 보지 못했지만, 길거리에 체리와 무화과를 쌓아놓고 파는 노점상이 QR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목격했다. 그런데 중국에 머무는 며칠 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상거래에서만 QR코드가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상업광고, 정보안내, 홍보 등 거의 모든 곳에 보편화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QR코드는 눈이 닿는 곳 어디에든 있었고 중국인들은 그것에 매우 익숙한 듯했다.


우리에게도 QR코드는 생소하지 않다. 여전히 세로줄 바코드를 많이 쓰지만 온라인 결제나 각종 인증문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QR코드의 2차원적인 정보 배열 방식은 1차원적인 바코드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도록 한다. 생산된 제품의 이력을 추적하거나 가격 정보 등을 손쉽게 수집할 수 있도록 고안된 QR코드 기술은 일본의 덴소 웨이브(Denso Wave) 주식회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다. 1994년에 ‘재빨리 반응(인식)한다(Quick Response)’는 의미로 QR코드가 발명된 이후 2000년에는 ISO 국제규격으로 인정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덴소 웨이브가 QR코드 특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세계인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기술이 됐다. 사용이 편리한 이 공공기술은 하나의 플랫폼이 되고 더욱 편리한 기술들과 결합돼 널리 보급될 수 있었다. 첨단 기술이 필요 없어 보이는 단순한 QR코드 인식 기술이 핀테크(금융기술) 및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들과 결합해 거대한 중국의 온·오프라인 상거래의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왜 중국에서는 QR코드와 그것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방식이 급격히 발전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두 가지 정도의 대답이 가능할 것이다. 우선 중국에서의 낮은 신용카드 보급 및 사용률과 관련이 있다. 말하자면 신용카드가 보급되던 시기에 갑자기 등장한 모바일 결제 방식이 훨씬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게 됐다. 신용카드 소유자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더 많았던 셈이다. 이것이 또한 두 번째 이유와 관련이 있는데,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과 같은 중국의 IT 기업들이 구축한 광대한 네트워크와 그 네트워크를 떠받치는 플랫폼 기술의 발전이 지금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일상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물론 거기에는 중국 정부의 기술 혁신에 대한 개입이나 글로벌 경제 블록의 경쟁과 같은 배경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핀테크 차원에서 다른 나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늘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시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알다시피 국내에서도 다양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존재한다. 삼성페이는 자체적인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택했고, 페이코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다. 요즘 오프라인 결제시장에 진출하면서 대규모 광고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중국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처럼 QR코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광고의 주인공은 주로 소상공인 혹은 자영업자들이다. 수산시장이나 푸드트럭 사장님들이 등장해, 거스름돈을 줄 필요가 없고 수수료도 없어 고객이나 사업자나 모두에게 편리하다는 이야기를 마치 공익광고처럼 한다. 거의 20년 간 우리를 괴롭혀 온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고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이 되고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에다 수수료가 아직은 없다는 점은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QR코드 편의성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최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위협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알바 임금보다 더 자영업자들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 건물 임대료, 본사 가맹 수수료,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페이를 사용하면 적어도 신용카드 수수료를 영세 자영업자의 몫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에서 준비 중인 서울페이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매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판매자의 QR코드를 찍어 송금하는 일종의 공공 핀테크 서비스로, 카카오페이와 유사하게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거래의 편의를 제공하며 수수료 면제의 혜택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페이는 자영업자들의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의 편의까지도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할인혜택이나 포인트 적립이 추가되면 더욱 급속히 활성화될 것이다. 누구도 지금의 QR코드와 모바일 페이의 편의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중국의 길을 가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머지않아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상당부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해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의 편의성과 핀테크의 발전만으로 QR코드와 모바일 페이를 바라보는 것은 한계를 지닌다. 온·오프라인 결제 플랫폼과 QR코드는 단순히 사용자 편의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본과 데이터가 결합해 순환을 만들어내는 장이다. 삼성, 엘지, 롯데 등 국내 재벌 기업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 그리고 KT나 SK같은 통신사가 왜 기를 쓰고 이 전쟁에 뛰어 드는지, 왜 그들이 은산분리 원칙의 완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지를 눈여겨 볼 일이다. 모바일 핀테크가 이끌어 내는 것은 여타 플랫폼 기술 기반 서비스들과 다르지 않다. 소비자와 유통 및 생산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각종 거래 데이터의 완벽한 수집, 축적된 빅데이터의 분석으로 더 정밀하고 예측 가능한 생산·유통 관리, 나아가 상거래 생태계를 구성하는 플랫폼의 개선으로 나아간다. QR코드는 그러한 새로운 산업, 금융, 유통, 기술의 생태계로 인도하는 부적처럼 보인다.[워커스 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