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나는 총파업에 동참한다

[봉당풍경](13) 민주노총 총파업의 사회정책적 의미

민주노총은 2015년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공적연금 강화 및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란 4대 요구를 내걸고 4월 24일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목적상 불법파업이며 절차적으로 온당치 않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파업중단을 촉구했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서를 통해 민주노총의 요구 사항은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것임이 분명하므로 위법한 점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경제정책이나 기업에 직면한 문제는 정당한 파업 목적에 해당하고, 설령 순수정치파업의 경우에도 파업의 불법성 판단의 권한은 정부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법부의 영역에 있다고 하여, 노동부 장관과 같은 행정주체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판단하여 왔다’고 제시하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두고 정부와 자본은 통제의 촉각을 세웠지만, 노동 및 시민사회진영의 기대는 상당하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넘도록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유가족을 모욕하고 국민을 분열시켜온 국가의 정당성이 위기인 시점에서 조직된 노동자의 사회적인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지난 3월부터 필자는 민주노총정책연구원에서 일하고 있고, 총파업에 동참한다. 그러나 나의 일터가 민주노총 부설기관이기 때문에 총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정책학자로서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에, 고로 나는 총파업에 동참한다. 이에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갖는 사회정책적 의미를 세 가지 측면에서 제기한다.

첫째, 사회정책은 자본주의 시장의 불평등 문제를 비시장적 기재로 제도화해서 사회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사회 불평등의 주된 근원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착취 구조의 심화에서 기인된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인 구조개혁이 노동시장 및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노동자 계급내부의 분화는 심화되었고, 이에 따른 소득양극화와 소득하락 등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필요가 대두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복지체계에서 소득보장체계는 사회보험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힘든 사람들은 제도의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되었다. 더욱이 정부는 소득보장체계가 사회보험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재정책임을 원칙적으로 고수함으로써 사실상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정책의 기재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므로 사각지대의 근원인 고용의 불안정성, 즉 비정규 고용형태의 정규직으로의 전환과 사측의 해고사유에 대한 재규제가 사각지대 해소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정책은 노동정책과 긴밀한 관련을 갖는다. 그러나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정규직의 과보호론’으로 호도했고, 성과급 및 더 자유로운 해고규정을 도입해서 더욱 더 유연한 노동시장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노사정위원회에서 해당 방안들이 합의되지 못한 채 결렬된 이후 정부는 일방적으로 법안 상정 및 단체협약 개입, 시행령, 업무지침 등을 통해서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0대 재별의 사내보유금이 500조가 넘었고, 국민총소득 중 기업의 비중은 2000년 16.5%에서 2012년 23.3%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가계의 비중은 68.7%에서 62.3%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자본은 계속적으로 노동비용 절감을 강화하고 있고, 국가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란 명분을 내세워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반노동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자본과 정부의 뜻대로 만약 노동시장이 개악된다면, 당장 노동자들의 고용 및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는 더욱 극대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정부의 노동시장구조 개악은 사회정책적 차원에서도 반드시 막아내야 할 대상이 된다.

둘째, 민주노총의 파업요구로 최초로 공적연금이란 사회정책 요구안이 제시되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사회공공성강화 투쟁을 중심으로 사회정책 영역 및 각종 민영화 반대 투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단사차원이 아닌 총연맹 차원에서 공적연금을 파업의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한 경우는 이번이 최초이다. 프랑스에서 노동자와 학생들이 지난 2010년과 2013년 국가의 연금개혁에 맞서 파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국가가 멋대로 결정할 수 없게 움직이던 그들의 참여와 행동이 부러웠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최초로 사회보험의 의제에 대해 노동자가 파업이란 수단을 통해 강력하게 개입하는 포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공적연금은 이해당사자인 국민연금 가입자나 공무원연금 가입자의 의견이 정책결정과정에서 중요하게 개입되거나 존중되지 못해왔다. 정부 관료와 정부가 추천한 전문가 중심으로 재정안정화란 목표 아래 공적연금은 꾸준히 축소되어 왔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 1위인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빈곤층이란 현실위에서 미래재정 안정을 위해 미래의 연금급여수준을 지속적으로 축소해왔다. 이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 절감이 아닌 미래세대의 연금수급권을 박탈하거나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리라는 점이 철저하게 외면되었고, 노후보장의 개인책임이 강화되었다. 연금재정 안정화를 내세워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이는 방식으로 보장성은 깎고 보험료는 증가시켜 왔다. 그러나 보험료 수입 증대의 방안은 다양하다.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질 좋은 일자리(공공부문 및 공무원의 정규직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해당 비용은 국민의 혈세 프레임이 아니라, 자본의 당연한 책임으로 귀결시킨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즉 연금문제는 재정이 아니라 정치가 본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 요구안으로서 공적연금강화 및 공무원연금 개악저지는 국가와 자본의 일방적인 사회정책 결정에 제동을 걸어, 향후 사회정책의 결정과정에 보다 다양하고 강력한 방법으로 노동자와 서민이 개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셋째, 최저임금 1만 원 인상과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 보장은 총노동의 관점에서 조직되어 있지 못한 노동자를 대변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소득 강화와 노동권 강화를 통한 작업장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다. 또한 국가가 외면해 왔던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민주노총이 함께 하면서 보수일간지에서 이데올로기로 유포했던 귀족노동자들의 이기적인 총파업으로 왜곡하기 어려워졌다.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는 위험과 위기별로 매우 분화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에 노동빈곤층은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기 어렵고, 제도별로 급여 대상자가 분절되어 있어 정책에 대한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요구가 어려운 구조이다. 이에 노동빈곤층이나 차상위 빈곤층의 복지혜택은 매우 열악하다. 그러므로 일차 분배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에 대한 기본 프레임을 실질 소득강화의 관점으로 전환함으로써 최저기준의 임금이 아니라, 일을 통해 보장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임금소득이 재고된 것이다.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임금비용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1만 원 프레임의 주요 타격 대상은 자본이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특별한 지원방안은 계속적으로 고려되고 있다(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세금혜택 등). 그러므로 1차 분배인 시장임금의 모순을 축소시키고, 2차 재분배 문제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밀하게 사회정책적인 의미를 갖는다.

사회정책은 자본의 입장에서는 노동력의 안정적인 보장을 위해, 국가의 입장에서는 자본축적의 정당화를 위해, 그리고 노동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필요하다. 각 국가의 발전 국면과 시기에 따라 상이한 계급적 이해관계는 권력구조에 의해 결정되고, 이 결정형태는 유동적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자본주의 국가에서 합의된 사회정책의 기능적 의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생시킨 구조적인 사회문제에 대해 예방적이고, 사후적으로 보다 평등한 사회를 달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함으로써 사회구성원을 보호하고 사회통합을 유지시키기 위함이다. 이에 사회정책은 독립적이기보다는 노동정책과 더불어 고려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까지 한국사회에서 사회복지,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는 복지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상정하는 ‘복지만능주의’ 나, 노동시장이나 노동정책은 외면한 채 오로지 사회복지정책으로 제한적인 접근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복지의 대표적인 문제가 사각지대와 저보장성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범주나 영역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4.24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민주노총의 2015년 총파업은 노동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정책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자본주의 근본 모순 지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정책은 자본의 이해관계를 지속시키지만, 노동자의 총파업은 사회정책의 노동계급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에 4.24총파업과 이후 계획될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이전의 총파업과는 분명한 차이를 갖게 될 것이다. 가자 총파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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