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시정명령 조치 나선다

현대-기아차비정규직지회, 다음 주 원청과 직접 교섭 시작

[출처: 김한주 기자]

노동부가 15년째 이어지고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에 대한 시정명령 의사를 밝혔다. 불법파견의 당사자인 현대-기아차 원청과 비정규직지회는 다음 주부터 직접 고용을 위한 직접 교섭을 시작하고, 이해 당사자인 현대-기아차지부도 교섭에 참여할 예정이다.

7일 오전 고용노동부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 진행 경과’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서올고용노동청에서 점거 농성을 시작한 지 18일 차, 대표자들이 단식에 들어간 지는 16일 차 되는 날이었다.

노동부는 “현대-기아차의 비정규직 문제는 원청으로의 직접고용이 수반되는 사안으로서, 직접고용 시 근로조건 등은 노사 간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부는 노사교섭 틀 마련에 집중했다”라며 현대-기아차비정규직지회와 원청 노사 등 당사자들을 만나 중재한 내용을 발표했다.

‘법적 이해당사자와 직접 이해당사자인 현대-기아차 사측, 정규직 노조 및 비정규직 지회 등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하되, 필요시 사안에 따라 현대-기아차 사측과 비정규직 지회 간 직접교섭을 실시한다’는 것이 중재안의 내용이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지회가 농성 해제를 알려온 만큼, 우리부는 노사 간 교섭이 가능한 한 다음 주 내에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당사자 모두 정부가 제시한 교섭 틀 내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라고도 밝혔다.

직접고용 명령과 관련해서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사항에 기초하여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 내에 해당 지청에 공문을 전달하고 불법 파견 당사자를 확정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한다.

앞서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국가가 부당한 개입을 통해 노동부 장관에게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권고하며,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당사자 확정을 위한 조사를 시작하고 직접고용 명령 당사자 간 협의 중재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불법파견 판정기준 관련 법원 판례를 반영해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 사내하도급 파견 관련 사업장 점검요령 등을 개정하고 파견법 위반 감독 및 수사에 있어서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침 및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수억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 “불법파견 종식, 이제 시작”

금속노조 현대-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7일 오후 2시 서울노동청 4층 농성장에서 이번 합의 타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김수억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조에 가입한 비정규직이 불과 2%인데, 그 2%가 10년을 넘게 싸워 법원판결을 이끌었다. 이 판결마저 지켜지지 않으면 우리 비정규직들이 무슨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암담해 이 싸움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노동부의 시정명령 조치는 불법파견을 뿌리 뽑고 기간제법-파견법 등의 악법을 폐기하는 시작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 지회장은 “최소한의 틀을 만들어낸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불법이 처벌되고, 불법 파견만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라며 “한 사업장의 불법을 바로 잡는 것도 절박하지만 우리 사회 비정규직을 천만으로 만든 기간제법, 파견법 같은 악법을 폐기하고 대안 법 제도를 만들지 못하면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개혁위)의 보고서도 노동부를 움직이는 주요 근거로 쓰였다.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개혁위(2017.11~2018.07)는 15대 과제 중 하나로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사건 처리’를 조사하게 됐고 국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부가 고소장을 접수받았으면서도 검찰에 사건 송치를 미룬 점(현대차 5년, 기아차 3년) △노동부와 검찰이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현대차 사건에서 합법도급으로 판정한 점 △검찰의 현대차 불법파견 인정 범위 축소 및 기아차 수사지휘 건의서 접수 보류를 통한 수사 지연 등이다.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9234개 공정(사내하청 노동자 1만 명)에 대해 불법파견이라 판정한 이후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앞다퉈 법원에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거의 모든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하지만 노동부, 검찰 등의 비호 아래 현대-기아차는 불법파견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현대-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이 어떤 절차를 거쳐 작동하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법 파견으로 확인된 공정 이외에 유사공정에 종사하는 이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하지 않은 이들까지 노동부가 빠르게 당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약 1만여 명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