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절망스러운 현실에도 “결국엔 바꾼다. 미투가 해낸다”

6차 성차별, 성폭력 끝장 문화제 열려

올해 미투운동으로 수많은 여성이 성폭력과 성차별을 폭로했다. 정부와 국회는 끓어오르는 여론에 발맞춰 각종 대책과 법안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내년도 400조라는 슈퍼예산에서, 미투 관련 예산은 400억 원 뿐. 제도를 바꾸고, 변화를 끌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미투 관련 법안 처리 속도 역시 더디기만 하다.


500여명의 여성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성차별, 성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갈 길이 아직 멀다”라며 “2019년에도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라고 다짐하는 연대의 시간을 가졌다. 1일 오후 5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결국엔 바꾼다. 미투가 해낸다’ 6차 성차별 성폭력 끝장문화제에서였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명백한 위력이 드러났지만 재판부가 무죄판결을 내린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고작 500만 원 벌금으로 그친 채용 성차별 사건, 아직도 오리무중인 장자연 사건, 가정폭력 피해자는 결국 전 남편에 의해 목숨을 잃었으며, 해군간부에 의한 강간사건 역시 무죄선고가 내려졌다”라며 “많은 시민들이 성차별적인 현실에 분노하고 있음에도, 변화는 더디기만 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문화제에선, 성폭력 피해자 당사자들도 나와 여전히 절망스러운 상황들을 설명했다.

2015년부터 전 남편에 의해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한 피해자는 경찰, 검찰 등의 공권력이 가정폭력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피해호소인 A씨는 “저를 죽이겠다며 남편이 도어락까지 때려부숴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은 전 남편의 말만 듣고 ‘아줌마 좀 제대로 사세요. 남편 분 불쌍한데 왜 그렇게 사세요’라며 그냥 돌아갔다. 제 피해엔 관심이 없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키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면박만 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갈비뼈, 늑골이 부러지는 상해가 있었는데 6건의 상해 중 검찰은 단 1건 만을 기소했다. 정신 이상에 따른 자작극이라고 하는데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의 기소 기준을 모르겠다”라며 “법원은 피해자의 탄원을 무시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가벼운 판결을 내렸다”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 역시 공소시효 등의 이유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하는 게 어렵다고 비판했다. 초등학교 테니스부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B씨는 현재 금성초등학교를 상대로 사과와 성폭력 피해 재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B씨는 “지난 3월, 경찰에 신고했지만 공소시효 지나 처벌이 안 된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가해자가 여전히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교육청에 신고했는데 학교는 충분한 전수 조사 없이 가해자의 사표를 수리해 사건을 일단락시켰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사직 처리돼 이제 학교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하고, 교육청 역시 사립학교의 권한이라 도움을 못 주겠다라고 한다”라며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 있을까봐 잠이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운영위원은 “스쿨미투 고발 250일이 지나가지만 교육부는 일부 가해자만 징계할 뿐 근본적인 대안 내놓지 않고 있다. 고발자들은 징계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있고, 사립학교법 개정 등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제도적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김영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성차별, 성폭력 문제 해결이 선언적인 외침이 되지 않으려면 진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계속 예산이 없다고 하는데 400조 원 중에서 1조도 아니고 400억 주면서 돈이 없다고 한다”라며 “정부는 한국 사회 여성들의 열망에 변혁적인 정책 내놔야 한다. 성평등을 국가 비전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1시간여의 문화제를 마치고, ‘당신이 바뀔 때까지 미투는 멈추지 않는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후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 세종로, 종로를 거쳐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에 나섰다. 행진 후엔 신승은 씨의 공연과 함께 미투로 바꾸고 싶은 것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릴레이 발언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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