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 4만6천 GM 노동자 파업, “12년 만에 처음”

노조, 경제위기 때 양보했는데 다시 노동자에게 희생 요구

미국 전역의 제너럴모터스(GM) 노동자 수만 명이 파업에 나섰다. 전미 GM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파업을 일으키는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연합(UAW) 소속 GM 비정규직 노동자 4만6천 명이 15일 자정(현지시각)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파업은 미국 9개 주에서 모두 31개 GM 공장 및 21개 기타 생산시설에서 진행된다. GM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UAW는 지난 7월부터 사측과 협상해왔으나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파업을 택했다. GM 하청 아라마크에 고용된 정비노동자 850명은 이미 미시간과 오하이오 5개 공장에서 파업을 시작했다.

GM 노동자들은 오하이오와 미시간에 위치한 4개 GM 자동차조립공장 폐쇄 방침에 반대하는 한편, 임금과 수당 인상, 일자리 보장과 이윤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GM은 UAW에 7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포함해, 5,400개 일자리 증설, 임금과 수당 인상 등을 약속했지만 공장 폐쇄 및 일자리 보장 등에 있어 노조와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테리 디테스 UAW 부위원장이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업은 우리의 최후 수단”이라며 “우리가 GM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단순하고 정당하다. 우리는 공정한 임금과 적절한 건강보험, 이윤의 분배와 우리 조합원과 그들 가정을 위한 일자리 보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GM 노동자들은 2007년 2일 간 파업에 나서 80개 공장을 폐쇄시킨 바 있다. 1998년 미시간 주 플린트 지역에서도 파업이 진행된 바 있다. 이때 노동자들은 54일 간 파업을 지속하며 회사에 약 20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GM은 지난해 11월 구조조정 방침을 밝히고 이를 밀어붙여 왔다. GM은 공장 폐쇄가 전기자동차 수요 확대 등 시장 구조의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UAW 임금과 수당은 미국 남부에 위치한 비노조 공장과 비교해 높다며 노조의 인상 요구 수준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GM은 자동차 조립 공장을 폐쇄하고 설비를 전기자동차 생산이나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설로 교체하는 한편, 일부는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이 시설에서 노동자 일부에 대한 고용을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조는 GM이 수년 간 기록적인 수익을 냈음에도 기업 이윤을 위한 구조조정을 강제할 뿐 노동권을 보장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UAW에 따르면, GM은 지난해에만 81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노조, 경제위기 때 양보했는데 회생해도 다시 희생 요구”

노조는 또 노동자들이 회사가 어려울 때 양보했는데 왜 수익을 낼 때에도 다시 희생돼야 하는지 묻고 있다. GM은 지난 2009년 파산 위기에 처했고 약 500억 달러에 가까운 미국 정부 구제금융을 통해 회생된 바 있다. 이때 월가 출신 애널리스트 등이 주도하는 구조조정팀이 노동자 2만여 명 해고, 건강보험기금 삭감, 신규 입사자에 대해 시급체계를 차별화한 이중임금제 도입, 파업 자제 등의 조치를 강행한 바 있다. 테드 크룸 노조 교섭위원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GM은 그들이 우리를 필요로 했을 때 우리가 회사를 위해 견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제 수익을 냈다면 우리는 공정한 계약을 맺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북미 전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공급망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파업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회사는 약 1개월간은 파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가 높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가 수용되기 전까지 파업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GM이 공장 폐쇄를 결정한 오하이오 주는 2020년 미국 대선에 중요한 거점이어서 이번 파업은 미국 정치권에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한편,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이 파업을 두고 “조직 노동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감소해 왔지만 최근 청년 노동자들의 조합 가입이 늘어나는 한편, 단체 행동을 벌이는 노조도 증가하면서 파업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작업 중지에 참여하는 노동자의 수는 지난 2년 동안 2배가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세계 1억600만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