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성 10명 중 1명 실직 경험해

여성 10명 중 4명은 돌봄부담으로 퇴직까지 고민

코로나19로 10명 중 1명의 여성이 실직을 경험하고, 10명 중 4명의 여성이 돌봄 부담으로 퇴직을 고민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로 불안정한 일자리부터 해고가 시작되고, 사회적 돌봄 시스템도 무너지면서 가족 내 돌봄이 여성의 책임으로 몰린 까닭이다. 정부가 재난지원정책과 뉴딜정책 등을 내놨지만 여성 시민, 여성 노동자들의 실태는 반영되어 있지 않아 여성의 위기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조는 16일 오후 ‘여성노동 현실 진단과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성평등 노동으로’를 열고 이같은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코로나19 이후 여성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책 등을 조망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조는 코로나19 위기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돌봄노동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실시돼 총 764명(온라인 조사 743명, 설문지 조사 21명)이 응답했다. 유효응답수는 318명이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여성의 고용 변화가 눈에 띄었다. 10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실직을 경험했다. 현재 임금노동에 종사하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질문에 ‘코로나로 인해 현재 실직 상태’라는 답변이 8.2%, ‘코로나로 인해 실직 후 재취업 상태’라는 답변이 2.5%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중 10.7%라는, 결코 적지 않은 비율로 여성 노동자는 실직과 마주했다. 그 밖에 코로나 이전부터 현재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67.9%, 일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3.8%, 기타 답변이 7.5%였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이자 성평등노동 분야에서 활동하는 김명숙 활동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여성 실업자 증가는 통계청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올 상반기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실업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전년 동기대비 여성의 실업률은 3.7% 상승했으나 남성의 실업률은 4.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일자리 상실이 여성노동자에게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고용상태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영향은 더욱 컸다. 응답자의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임시일용직’ ‘시간제 노동’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에서 실업을 경험한 설문 참여자가 많았다.

돌봄 부담으로 5명 중 2명, 퇴직까지 고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코로나19로 인해 개별 가족 내 여성에게 가해지는 돌봄 부담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5명 중 3명이 코로나19로 돌봄 노동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2~4시간 증가(17.2%)가 가장 많았고, 6시간 이상 증가(13.8%), 2시간 이내(13.8%), 4~6시간 증가(11.3%) 순이었다. 여성들은 가장 힘든 돌봄 노동으로 ‘식사준비(69%)’를 꼽기도 했다.

가족 내 돌봄 부담이 여성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것도 여성의 고용을 위협하는 요인이었다. 현재와 같은 돌봄 위기가 계속된다면 일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63.7%에 그쳤다. 그만둘 가능성에 대한 응답은 36.4%(‘그만둘 가능성 매우 높음’ 16.8%, ‘그만둘 가능성 높음’ 19.6%)에 달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지금도 일하고 있지 않은’ 응답자들은 ‘6시간 이상 증가’ 답변을 가장 많이 택했다. 흔히 ‘전업주부’로 일컬어지는 여성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증가된 돌봄을 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명숙 활동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적 돌봄이 멈추었던 그때 여성노동자들이 어떠한 처지에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돌봄 노동에 대한 부담으로 실직이 증가하였다고 유추해 볼 수도 있다”라며 “2019년 3월 대비 2020년 3월, 통계청의 ‘주된 활동별 비경제활동인구’ 증감을 살펴보면 여성은 ‘육아, 가사’를 사유로 한 비경제활동 인구가 크게 증가한 반면 남성은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추세는 2020년 7월까지 이어져 여전히 여성은 육아와 가사로 인한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폭이 크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남성은 소폭 증가에 그치고 있다. 가족돌봄휴가 신청자도 62.1%가 여성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코로나 피해가 여성에게 집중됐지만,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겠다며 내놓은 ‘한국판 뉴딜’에서도 여성을 위한 대책은 없었다.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대면 산업 육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지만 여성 일자리 위기 대책이 없다. 대형마트, 화장품 로드샵 등 대면 일자리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를 더 촉진하는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의료산업과 소상공인 지원, 사용자 친화적 유연근무 확대에 초점을 맞췄지만 비대면 경제전환에 따른 성별 일자리 영향 및 이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돌봄, 돌봄 로봇 사업 추진에 대해서도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자, 신체적·지적·감정적 활동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돌봄노동의 과정을 비가시화”할 뿐 아니라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돌봄노동에서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여성 일자리 위기 회복과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해 ▲취약 노동자 고용유지 대책 강화 ▲일자리 위기를 경험한 여성의 빠른 회복 지원으로 경력단절 예방 ▲성별화된 이중 노동시장 구조 개선 및 노동시장 성별 격차 해소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 노동법,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등을 언급했다.

국가가 돌봄 서비스 공급자로 나서야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사회적 돌봄의 재조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 정책연구실장은 “그동안 돌봄의 질적 수준향상,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와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이뤄져 왔으나, 혁신적 방향 전환을 위한 근본적 논의는 부족했다”라며 “공적 돌봄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고용창출, 돌봄 위기 해소, 무급노동과 유급노동의 성불평등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 정책연구실장은 또 “정부가 생애 과정 전반의 돌봄 욕구를 포괄하는 통합적 돌봄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라며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국가 역할을 강조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공공 요양보호시설 등 국공립 직영 돌봄 서비스 기관을 확대하고, 돌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다. 또 재정 투입, 관리 감독자로서의 국가의 역할을 넘어 서비스 공급자로서 역할 강화를 통해 돌봄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개혁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 정책연구실장은 정책 과제로서 사회적돌봄기본법(가칭) 제정을 제안했다. 법제정에서 사회적 돌봄의 정의, 돌봄 정책의 범위와 내용,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사회서비스’가 아닌 모든 시민이 생애과정에서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돌봄 욕구의 지원을 통해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돌봄 노동의 성평등한 분배라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돌봄의 사회적 가치를 천명하는 첫걸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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