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은 계급적이다

김병돌의 나의 노동자 문화체험 다섯번째 이야기

*민미협 노동미술 창작단, 걸개그림 [민주노조 총단결도]

왜 모든 예술은 계급성을 띄는 것일까?
계급이 없는 사회에서는 계급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오직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만 계급성이 나타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사회가 계급사회라는 것조차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한 계급의 성원이라는 것 또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예술이 계급성을 띈다는 이 명제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말해 주고 있다. 예술의 역사는 말해 주고 있다. 모든 역사는 계급의 역사이고, 모든 예술은 계급적이라는 것을....

인류 최초의 사회인 원시공동체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콜롯세움, 로마, 72-80년
똑같이 노동하고 똑같이 나누어 가졌다. 생산력이 낮았기 때문에 집단이 생산해 낸 것은 그 사회 성원이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데도 모자라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양식을 차지한다면 모두 굶어죽었거나, 야수로부터 그 집단을 보호할 수 없었다.

이처럼 생산력이 낮았기 때문에 착취하는 자와 착취당하는 자, 즉 계급이 발생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하면 원시시대 사람들의 심성이 착해서 서로 나누어 먹고 살아서 계급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종족생존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바로 생산력이 생산관계를 결정했고, 모든 노동은 공동으로 행해졌고, 생산물은 공평하게 분배되었으며, 모든 재산은 종족 성원 전체의 것이었다.

예술 역시 모든 종족 성원 전체의 것이었다. 예술이 특정 계급에게 독점되지도 않았고,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무기로 쓰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공동체 성원 모두에 의해 창작되어 공동체 성원 전체에게 공유되었다. 또한 예술에 계급투쟁이 반영되지도 않았다. 단지 자연에 대한 공동체 성원 전체의 힘겨운 공동투쟁의 자취가 반영되어 있었다. 예술은 원시인들이 정신적, 육체적 단련의 무기이고, 자연을 인식하는 무기였으며 자연과 싸워 이기기 위한 신체단련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사회의 생산력이 증가함에 따라 원시공동체는 점차 파괴되어 계급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전체 성원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이 남는 부분 즉, 잉여생산물은 모두 공동체의 실력자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육체노동으로부터 해방된 계층은 정신노동을 담당하면서 남들이 생산한 잉여생산물을 모두 가로채게 된다. 이들이 그 사회의 지배계급이 된다. 그리고 노동을 통해 모든 재화를 생산하면서도 착취당하는 피지배계급이 된다. 인류사회는 계급사회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최초의 계급사회가 바로 고대 노예제다. 이후 착취방식만
콘스탄티누스의 개선문, 로마. 312-315년
바뀐 계급사회로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의 과정을 밟아왔다. 계급사회의 예술은 원시공동체에서처럼 전체 성원에 의해 창작되지 않는다. 예술이라는 특수한 정신노동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예술가가 등장하고, 그 전문적인 예술가는 그들의 노동력를 팔아 생존을 유지하게 되는데 그들의 노동력을 살 수 있는 집단은 지배계급뿐이며, 어쩔수 없이 작품은 예술가의 세계관과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세계관과 가치를 담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대 노예제의 로마제국에서는 건축예술이 발달했다. 그 중 대표적인 건축이 콜로세움 원형경기장이다. 이것은 노예주들이 노예들이 서로 싸워 죽어나가는 것을 즐겼던 곳으로서 로마제국의 통치기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향연에 지친 노예주들의 숙취를 위한 목욕탕, 노예사냥과 약탈을 기념하기 위한 개선문 등등. 바로 노예제 시대의 예술품들을 보면 노예주들을 위한 통치건물이거나 호화저택, 장식을 위한 공예품들이다.

중세 봉건제시대의 오페라, 그림, 발레, 음악, 연극 또한 그 시대의 지배계급이었던 봉건영주에게 봉사하는 예술일 수 밖에 없었다. 바흐나 모차르트는 궁중과 귀족의 무도회의 흥을 돋구기 위한 악단이었으며, 그들을 위해 음악을 만들어 헌정했으며 그렇게 생존을 유지하였다. 또한 연극의 경우를 보면 비극의 주인공은 반드시 귀족이고, 희극의 주인공은 반드시 하류계층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림 또한 왕과 귀족들의 화려한 일상과 초상을, 그들의 안일한 삶을 구원하는 신을 위한 그림으로 예술의 보호자인 봉건 영주의 귀족에게 봉사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들은 노예제 시대의 예술이 노예의 생명까지를 담보로한 노예주들의 예술이었던 거처럼, 생산을 담당하던 민중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대는 어떠한가?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넘어오던 시기의 봉건영주가
벨라스케스, 궁정의 시녀들, 1656
노예제에 대항해 투쟁하는 진보세력이었던 것처럼, 자본가는 분명 봉건영주들에 대항해 농노제와 신분차별에 맞서 투쟁하는 매우 진보적인 세력이었다.

그러나 자본가 계급이 권력을 장악하고 자신들이 내걸었던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착취의 이데올로기로 사용하게 된다. 불평등과 예속을 거부하며 선택된 사람들을 위한 예술을 거부한다던 사상가 또한 '예술을 이해하는 사람' 즉 '부르조아지'와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즉 '노동자(민중)'로 나누어 '예술을 위한 예술'로서 부르조아지 즉 소수 선택받은 사람을 위한 예술을 주창한다.

오페라, 아이스발레, 대형 클래식음악회 등의 고급예술은 상층 부르조아지만이 누릴 수 있다. 일반 민중들은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보고 싶어도 돈이 없고 시간이 없다. 내용들 또한 지배계급의 통치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만들어질 뿐 진정한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 요구로 채워지지 않는다.

나아가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하면서 이상하고 난해한 것들이 예술이란 이름으로 기가막힌 퍼포먼스를 연출하기에 이른다. 현대의 예술이란 것은 예술이라고 명명만 하면 예술인 것처럼 되었다. 예를 들면 '변기'를 전시장에 갖다 놓으면, 알몸의 몸뚱이에 무엇인가를 주렁주렁 매달기만 해도 예술이 되어 노동자 민중은 이해를 못하는 자신을 감추기에 급급할 뿐이다.

여기에 지배계급인 자본가 계급의 사상은 어디에 나타난단 말인가?
자본가계급의 사상은 이것이다. 돈만 아주 잘 벌리면
Lygia Clark, In Search of the Body, 1994
되고, 되도록이면 노동자, 민중들이 멍청하기만 하면 된다. 자본가계급은 도덕적인 것도, 양심적인 것도, 고급과 저급도 이제 나누지 않는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며 그것이 잘 팔리면 되기 때문에 예술 또한 상품성으로서만 접근할 뿐인 것이다. 지배계급의 통치에 반기를 든 예술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힘으로 작용하지 않고 체제 내에서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판단하면 지배계급은 반체제적일지라도 그 예술을 적극 도입한다.

돈이 되지 않으면 접근하지 않고,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능한 사회, 모두가 상품이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사회가 바로 자본주의 사회이다. 인간이 만든 것만이 상품이 아니다. 그 상품을 만드는 인간 자체가 상품인 사회로, 그러할 때만이 비로소 생존을 보장받는 사회인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예술가는 상품을 만드는 상품이다. 팔리지 않는 상품을 만들면 당연히 예술가는 퇴출된다. 잘 팔리는 상품은 무엇인가? 즉, '예술품을 사고 향유할 수 있는 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작품에 반영할 것'이 예술가에게 최대의 요구가 된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자본주의 시대를 포함한 계급사회에서는 보편적인 인간가치를 구현하지 않는다. 사회적 계급구조는 사회적 의식에 스며들어 예술가로부터 그의 창작 속에서 전체 사회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할 가능성를 앗아간다. 계급에 의해 조건지어진 자신의 일상적 생활에 의해 이미 깨어지고, 그것은 알든 모르든 예술가의 세계관과 가치가 계급에 의해 제약되고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어떤 특정한 계급의 '감각기관', '귀와 눈과 가슴'이 되며, 따라서 그의 작품의 이념적 내용은 계급성을 띠게 된다.

이제까지 지배계급의 예술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피지배계급, 노동자 민중은 어떤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며 발전했는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한 노동자 민중예술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케테콜비츠, 독일, 직조공들의 행진, 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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