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보편적 권리 옹호하는 철도노조 파업

철도노조 파업의 정당한 네 가지 쟁점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3일째이다. 노조파업에 돌입한 이후 언론의 보도양상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천편일률적이다. 철도운행률에 대해 스케치하고, 국민들의 불편과 물류대란이니, 교통대란 운운하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복귀율에 대해 언급하면서 마치 파업이 시간이 지나면 그 여파가 가라앉기만을 염원하듯이 건조한 ‘사실’을 연일 쏟아내기에 바쁘다.

파업의 쟁점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이다. 사측과 노조측이 부딪치는 쟁점에 대해 건조하고 평면적으로 나열하고, 서로가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는 ‘중립적’인 외양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적 중립은 결과적으로 사측의 편에선 보도행태일 뿐이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이르게 된 핵심적 쟁점은 네 가지로 알려져 있다. 각각의 성격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 번째는 해고자 복직문제이다. 이는 그동안 철도민영화에 저항하고, 철도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려다 사측에 의해 해고된 노동자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서 이들을 복직시키는 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정신을 옹호하고 지키는 문제이다.

사측은 이들을 복직시키는 데에 노사평화선언을 하자고 했다고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 거꾸로 민주노조운동 정신의 하나인 자주성을 훼손시키는 제안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쟁점은 인력충원 문제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노동과정에서 재해로 사망하는 철도노동자가 매년 3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부분 재해가 인력 부족에서 나오는 안전 미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철도노동자의 안전 미비는 곧바로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며, 또한 인력부족 문제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난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보여준 바가 있다. 따라서 인력충원 요구는 철도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요구이자 동시에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옹호하는 투쟁이다.

세 번째 쟁점은 KTX 승무원의 정규직화와 관련된 것이다. 사측은 철도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비용절감을 이유로 외주화와 위탁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KTX 비정규직 승무원의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철도공사로의 직접 고용(당장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은 노동자 내부의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의 당연한 요구이자 존재의 근거이기도 하다.

즉 노동자의 단결을 스스로 꾀하고자 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사회양극화의 주된 원인인 비정규직의 양산과 증가를 노동조합 스스로 막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누구나가 외치고 있는 작금, 철도노조가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네 번째 쟁점은 철도의 공공적 운영과 관련된 것이다. 장애인을 비롯하여 철도 등의 교통시설을 이용할 권리에서 배제되어 있는 계층을 위해, 이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요구 등 이윤의 논리가 아니라 공적 서비스로서 민중의 보편적 권리를 실현하는 요구를 내걸고 있다. 철도노조가 내걸고 있듯 철도를 상업화하겠다는 것에 대한 반대이며, 민중의 보편적 권리를 옹호하고 쟁취하고자 하는 투쟁이다.

위와 같은 요구를 내걸고 철도노동자는 투쟁하고 있다. 자본과 보수언론이 그렇게 외쳐댔던 정규직 노동자의 ‘집단이기주의’를 위한 투쟁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아니 철도노조의 투쟁은 국민 전체의 ‘집단이기주의’를 위한 투쟁이다. 철도노조의 투쟁은 신자유주의적 시장화와 노동유연화, 그리고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훼손하고 계급적 단결을 해치하는 데에 대한 저항이며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과 생명권, 사회적 권리를 옹호하는 보편적 투쟁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적 원칙에 견주어 너무나 정당하다. 이를 승리로 이끈다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역사적 쾌거로 기록될 것이다. 역으로 당장의 ‘불편’ 때문에 지금 이 쟁점에서 물러선다면 그만큼의 패배감과 좌절감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언제나 시작은 고객입니다’ 이는 한국철도공사 KTX의 광고 문구이다. 하지만 현재 철도공사의 모습은 이 광고 문구를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할 것 같다. ‘언제나 시작은 이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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