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명의 노동자가 운명을 달리했다. 경찰의 방패에 머리가 찍혀 사경을 헤매던 하중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이 8월 1일 결국 숨지고 말았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폐지, 임금삭감없는 주5일제, 8시간 노동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요구를 했을 뿐인 건설노동자가 왜 이런 죽음을 당해야 하는가를 우리 사회는 신중하고도 진지한 반성을 해야 한다. 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에 대해 온갖 비난을 연일 퍼부어대던 언론은 이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일부 언론은 경찰의 폭력을 지적하고 나왔다. 하지만 이 노동자의 죽음은 폭력적인 경찰, 살인무기로 등장한 방패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괴이한 반응을 보였다. 포스코 점거 6일째 지난 7월18일 정부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 명의로 '합법보장, 불법필벌'을 요점으로 한 합동담화문을 발표하였다. "이번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불법·폭력행위에 대하여도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담화문은 하중근 조합원이 경찰의 방패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실려가 수술을 받고 있던 그 시각 발표되었다. 뒤어어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은 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를 빗대 비정규직 노조의 폭력성을 비난하는 일에 몰두했다.
건설노동자를 폭도로 매도하고 강경대응, 공권력 투입을 조장하고 경찰의 폭력을 부추김으로써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은 정부만이 아니다. 이른바 포항지역 유지들도 한 몫했다. 포항시장, 노동부 포항지청장, 포항상공회의소 소장, 철강공단 이사장, 포항KBS 대표 등이 모여 여론조작과 함께 공권력 투입을 강행하는 대책을 논의하였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파업과 불법투쟁은 있을 수 없으며, 포스코의 파업 근절 의지에 공감한다, 본때를 보이고 과감하게 나가라"고까지 주문했다. 이에 뒤질세라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은 청와대나 경찰청 등 상급기관에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는 건의서' 발송과 김희성 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은 권재진 대구지검장에게 "불법행위자들을 단호히 처벌해 달라"고 촉구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분이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7월 21일 새벽, 노조가 농성을 자진해서 풀었음에도 이들에 대한 사후복수는 계속되었다. 정부는 노조간부 58명 전원과 농성에 참여한 2500명 조합원 전원 형사처벌 등 초유의 방침을 내렸고, 법원은 이에 호응하여 58명 전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이 뒤를 이은 것은 바로 손해배상이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씨의 죽음이 보여주듯이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죽음보다도 더 깊은 상처를 남겨 주었다. 이 악몽이 지금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자본은 포항 건설노조에 무려 18억원을 손배청구 하였다. 현재 현대하이스코노조 72억 원, 기륭전자노조 53억 원, KTX 승무원 노조에 3억 원, 울산 플랜트노조에 25억 원 등 비정규직 노조에 집중 된 이와 같은 손배청구로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서도 갚지 못하는 빚과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하는가.
다시 물어 보자. 평생 건설노동자로 살아온 하중근 씨가 오늘 한 많은 생을 마감하였다.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경찰의 방패가 문제인가, 전투경찰이나 현장 지휘관만의 문제인가? 이 살인의 공범자들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우리 사회에 그 누가 이 노동자의 죽음에 떳떳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