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6차협상 저지, 반자본 운동 구도 그려야

6차협상 저지에 집중, 신자유주의 정치에 맞선 싸움으로

한미FTA 제6차 협상이 오늘부터 19일까지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한국 정부의 협상 대응 계획에 따르면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의료기기, 위생검역(SPS) 등 통상마찰 분야 협상은 협상을 개최하지 않거나 5차협상의 중단 상태를 유지한다는 태도다. 오는 2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제7차 협상으로 미룬다는 이야기다. 반면 상품, 농산물, 섬유, 서비스·투자 분과 등 이미 대강의 합의가 이루어진 분야는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6차협상은 큰 쟁점 없이 잔가지 치기 협상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수석대표, 카란 바티아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 등은 지난 7-9일 하와이에서 비밀리에 회동을 가지는 등 협상 타결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마찰 분야 쟁점도 7차협상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타협안이 마련되고, 7차협상에서 일괄 타결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의 신속협상권한 만료시한인 6월 말로부터 비준 준비시한 90일을 고려할 때 3월말까지는 협상을 타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FTA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즉 자본의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 관세와 무역의 장벽을 없애기 위한 한미 양국의 국가간, 정부간 양자협정이다. 따라서 국익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란 자본의 맥락에서 검토되는 것이며, 오직 한미 양국의 시장을 놓고 자본의 유불리를 따져 통상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이 협상의 본질이다. 때문에 양국 협상단의 협상 전략과 협상 과정을 정확히 알 길은 없으며, 협상 각 분과별로 보이는 미국 측의 고자세적 요구와 한국 측 대응 맥락도 이미 짜여진 각본이라는 주장이 틀리지만은 않은 듯 하다.

정부는 작년 말까지 한미FTA 연내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FTA에 대한 국내 여론이 나빠지고, 미국 협상단이 무리한 요구안을 강요하면서, 노무현정권이 받는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어왔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 요구인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와 무역구제 등에서는 최소한의 형식적 성과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여부와 약가 적정화 방안 논란 등 시민의 반대 정서가 확산되는 추세였다. 심지어 지난 12일에는 노무현정부의 우군이라 할 수 있는 학계·종교계 원로 10인이 졸속추진 반대와 협상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지금까지 협상 경과 맥락으로 미루어, 6차협상에서는 그동안 포괄적으로 타결된 협상안을 확인하고, 7차협상과 이를 전후로 한 고위급 미팅을 통해 나머지 쟁점을 일괄 타결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가 양국 내 반대 여론과 협상 시한 촉박 등의 문제로 곤란을 겪기는 할 것이나, 협상이 유리하게 타결되기를 기대하는 양국 자본의 요구가 분명한 관계로 어떤 형태로든 일괄 타결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한미FTA 저지 싸움의 목표는 한미FTA 협상을 깨는 것에 있다. 말 그대로 저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FTA 저지를 이야기하는 한, 졸속협상을 들든, 불평등(공정)협상을 들든, 우선협상국변경을 들든, 자유무역협정 자체의 문제를 들든, 모든 반대하는 세력이 한미FTA 저지의 단일한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범국민적인 저항은 한미FTA 저지 자체를 목표로 하며, 6,7차 협상 과정에서 한미FTA 반대 여론을 더욱 상승시켜야 한다. 아울러 집회 불허 등 법의 테두리로 가두려는 시도도 정면으로 맞설 수있어야 한다. 이렇게 범국본을 중심으로 6,7차 협상 저지를 위한 실천에 힘을 쏟고, 나아가 올해 한미FTA 저지를 위해 현장,부문,지역에서 짜임새 있는 실천을 준비하는 것은 계급투쟁의 진전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이후 한미FTA 일괄타결안이 나오고 양국 의회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한미FTA 저지 실천의 반자본 운동으로의 전화 근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미FTA 저지 실천과 함께 자본운동의 보장을 위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이른바 '자발적 자유화 조치'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한미FTA는 타결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자본운동의 보장을 위한 자발적 조치는 이미 '기업하기 좋은 나라' 내지 '선진노사관계 실현을 위한 법제도의 완성' 단계를 넘어, 자본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여건을 마련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는 작년 12월 정부 21개 부처가 공동명의로 제출한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종합대책'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 종합대책에 따르면 △수출 위주, 제조업 주도 성장의 둔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고급서비스업종 육성 △해외소비 수요의 국내 전환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서비스산업의 고급화 △한미FTA 등 대외 개방에 대비 등의 근거를 들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와 관련 업계, 그리고 16개 지자체와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핵심 사업들은 이미 부처별 07년 사업계획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이처럼 자본 운동을 위한 '자발적 자유화 조치'가 담긴 종합대책은 2003년 제5차 각료회의를 전후로 한 경제자유구역 추진과 의료, 교육 부문 시장화, 개방화 정책으로 구체화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한미FTA 저지 싸움은 조건 없이 한미FTA 협상을 저지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 저지의 결과와 관계없이, 다음 싸움은 '자발적 자유화 조치' 자체와 맞서는 일이다. 이는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주를 비롯한 삶과 문화 전반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 싸움 준비를 본격화 한다는 것은 신자유주의 지배분파들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치에 직접 맞서는 반자본 정치운동 단계로 진입하는 걸 의미한다. 자발적 자유화 조치와 관련한 각종 정책과 이슈들은 특히 대선, 총선을 경과하며 후보들의 공약 등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의 반발과 저항에 따른 대결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차협상 저지 투쟁의 한 복판에서 무엇을 위한 6차협상 저지 실천인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고민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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