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민주성 위기 치닫는 하이닉스매그나칩 직권조인

금속노조는 직권조인 방치로 투쟁전열 흐뜨리지 않아야

5월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정갑득 위원장의 ‘하이닉스매그나칩 합의 관련 사과문’이 실렸다. 사과문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15만 금속노조 5기 집행부 2개월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는 5월 16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하이닉스매그나칩 합의안을 불승인하기로 결정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사과문은 사안의 중대함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중집에서 합의안이 불승인되고, 합의에 개입한 수석부위원장과 사업담당자의 문책 수위 문제가 논의됨으로써 직권조인임은 명확해졌다. 그럼에도 사과문은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사과문의 말미에서 “적전 분열 양상은 자제되어야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금속노조 내부의 차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운운 하고 있는 부분이다. 언제부터 직권조인이 ‘지혜롭게 극복해야 할 내부 차이’ 문제로 되었는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어용노조 집행부의 직권조인을 분쇄하면서 ‘민주성’ 원칙을 정립해왔다. 직권조인은 민주노조운동에서 내부 차이가 아니라 척결의 대상일 뿐이다.

더욱이 ‘적전분열’ 운운하는 부분은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지난 시기 독재자들이 민중의 비판을 억누르기 위해 메카시즘과 함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국론분열’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 논설이 나가면 아마 ‘표현 하나를 놓고 말꼬리 잡는다’는 댓글이 달릴지도 모르나, 말꼬리 잡는 것이 아니다. 5월 22일 정갑득 위원장이 회원으로 있는 조직으로 알려진 현대자동차 현장조직 실노회는 현장에 배포된 유인물을 통해 “과도한 정치적 공세는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향후 집행권 장악에 눈이 멀어...” “정치적 공세” 등 상투적이지만 섬뜩한 내용들이다.

금속노조 위원장 사과문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극한적인 생계의 어려움과 거듭되는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2년 6개월여 동안 투쟁해 왔다. 작년 하반기부터 금속노조의 통합산별노조 건설과 선거로 인해 하이닉스매그나칩 문제가 방치되어 있던 상황에서도 하이닉스매그나칩 조합원들은 자본이 강요해 온 ‘위로금으로 정리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통합금속노조의 투쟁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5만 금속노조 집행부는 아무런 투쟁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오히려 수석부위원장이 내려와 항복문서에 도장을 찍어버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직권조인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은 조합원 대중의 선택권을 봉쇄해 놓고서, 모든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전가하는 비열한 행위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는 어용노총체제 하에서 밥 먹듯이 자행되던 직권조인 분쇄투쟁의 역사이다. 그런데 15만 금속노조가 출발부터 직권조인을 하고, 그것을 어물쩡 넘긴다면 민주노조운동의 선두에 서왔던 금속노조가 ‘민주성’ 원칙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비정규문제를 풀기 위한 산별노조’를 주창해 온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하이닉스매그나칩 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자본은 ‘버티면 돈 몇 푼으로 골치 아픈 인원정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반면 현재 투쟁하는 비정규장기투쟁사업장은 물론이고, 앞으로 고용문제에 부닥칠 노동자들은 투쟁의 전망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5월 22일 금속노조 산별교섭에 자동차 완성4사를 비롯한 주요 자본들이 나오지 않았다. 이날 교섭석상에서 자본 측은 산별노조 중앙이 현장에 대한 확실한 통제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제력이란 무엇인가? 현장의 투쟁과 요구를 산별중앙이 제어하는 것이다. 이번 직권조인 문제는 바로 하이닉스 조합원들의 고용보장 요구를 위로부터 통제하고, 현장투쟁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다. 최근 노동조합 상층의 일부 지도부가 주장하고 있는 산별교섭을 풀기 위한 ‘정치력’이란 것이 무엇인가? 민주성 원칙까지 어기면서 조합원 대중의 투쟁과 요구를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한미FTA 협상 분쇄와 비정규악법 폐기를 위한 6월말 투쟁을 앞두고 있다. 금속노조 집행부는 직권조인 문제를 방치하여 투쟁 전열을 흐뜨려서는 안 된다. 더욱이 민주노조의 원칙문제에 대한 내부 비판을 이적행위 운운하며 분열을 가중시키는 비민주적 종파적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5월 16일 금속노조 5차 중집에서 관련자 문책 수위를 논의하던 중 정갑득 위원장은 “집행부가 알아서 하겠다”며 회의를 종결했다. 스스로 공을 안고 간 셈이다. 그렇다면 금속노조 집행부가 관련자 엄중문책 등 신속하게 사태를 해결하고 투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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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가

    김태연 위원님 말씀은 다 맞는것 같으나 동지들을 너무 아프게 하지맙시다
    그리고 끌어내리려고만 하지 맙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서로를 끌어내리며 국민들 앞에 벌거벗고 말았다는 것을 상기합시다.

  • 운동가???

    문동이 뭔지도 모르는 한심한 자가 운동운운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ㅆㅂ
    노동조합은 민주적이어야하는 거다.
    장기 투쟁의 성격은 일개 단위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연결되어있는 것이다.
    당연히 전체 노동자를 향해야하고 계급적이어야한다.
    ㅆㅂ!!

  • 운동가???/

    관심도 없다 니 같은 시끼들의 괘변
    동지나 밟고 올라가려하지 마라
    그리고 그걸 민주라고 하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