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핵심

천영우 단장은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태도를 분명히 하라

북의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입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의 고무적 진전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외통부는 논평을 통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 조치와 국제원자력기구 감시.검증단의 복귀는 북한의 비핵화 공약을 행동으로 옮기는 첫걸음"이라고 언급하고, 북의 이번 조치가 "2.13 합의의 다음 단계 이행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의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통보는 2.13 합의에 따라 남이 북에 제공키로 한 중유 1차분 6200톤을 실은 선박의 북 선봉항 도착 시점에 맞춰 이뤄졌다. 북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6일 “중유 5만톤이 다 도착하는 다음 달 초까지 기다리지 않고, 첫 배가 들어오는 시점에서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은 2002년 10월 원자로 가동을 재개한 이후 5년만이며, 2.13합의 이행조치에 따르면 가동 중단에 이은 다음 조치는 불능화 단계로, 이는 사실상의 비핵화를 의미한다.

한반도 비핵화 조기이행을 공동목표로 한 2.13 합의 중, 초기단계 조치로는 북은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IAEA 사찰단의 입북 및 감시활동 재개, 모든 핵 프로그램 목록 협의 등을, 남은 중유 5만톤 상당의 긴급에너지 제공을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중간단계 조치로는 북은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 흑연 감속로 및 재처리 시설을 포함, 모든 현존 핵시설의 불능화를, 남은 중유 100만톤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 제공을 합의한 바 있다. 또한 초기조치 이행완료 후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 방안 모색을 위한 장관급회담을 개최하고, 이어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별도로 정한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해 협상하기로 되어 있다.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6자회담 수석대표는 16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 천영우 한국 6자회담 단장 등과 만나 6자회담 의제와 1단계 조치 및 이후 대응을 논의했다. 힐 수석대표는 "6자회담이 재개되면 이전단계가 아닌 다음단계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17일로 예정된 김계관 북 6자회담 단장과의 양자회동에 대해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진행될 단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 지도 다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해, 2.13합의 이행과 조치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북은 1단계 조치를 이행한만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청산할 것을 요구했다. 2.13합의의 완전한 이행이 다른 5자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각자의 의무를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대북 적대정책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중요하다는 태도로, 6자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의 요구사항을 분명히 했다. 즉 다음 단계 북핵 불능화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북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 조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미국은 북의 고농축우라늄(HEU) 등 미신고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단계 이행과 조치를 둘러싸고 북미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지하듯 2.13합의는 한반도 비핵화 조기이행을 공동목표로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구체계획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협상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막 이루어지고 있을 뿐, 북미간, 남북간, 6자간 이해.대립관계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번 6자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물론 북의 협상전술이 모두 정당하다고 하기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다. 북미군사회담 제안도 2.13합의 이행의 맥락에서 볼 때 다소 돌출적인 제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분명히 할 점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명시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한반도 긴장의 일차적 원인이 명백히 미국의 대북 적대.봉쇄정책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미국을 향해 3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이점을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천영우 단장이 북의 테러지원국과 적성교역국 해제 문제에 대해 “미북 간에 협의해야할 사항"이라며 한 발을 빼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북이 1단계 이행조치에 착수한만큼 미국은 즉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조치를 해야 할 것이며, 한국 역시 미국에 이같은 요구를 분명히 함으로써 2.13합의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번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를 다루지 못 한다 하더라도 종전선언, 북미수교 등 정상화 조치, 한반도 평화군축 논의 등 평화프로세스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적대정책 중단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요구하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자기 역할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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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 한반도 , 6자회담 , 비핵화 , 213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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