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시리자, 좌파정부 수립의 의의와 한계

[국제포럼] 그리스 민중의 성과...투쟁 전진시켜야

[편집자주] 발제는 1) 그리스의 좌파들 2) 그리스 경제위기의 본질 3) 트로이카의 긴축안과 대중의 투쟁 4) 선거강령과 Syriza의 후퇴 5) 선거결과와 해석 6) Syriza 승리의 의미와 전망과 교훈의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시리자 집권은 시리자의 우향우로 인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상황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우리가 이를 엄호하면서 배울 교훈은 있다는 결론을 냅니다.

토론에서는 1) 시리자 집권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발제자와 다른 의견의 토론 2) KKE(그리스 공산당)와 시리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리스의 제 좌파들에 대한 토론 3) 집권 이후의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카드로 들고 나온 유로존 탈퇴, 부채 협상 등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등에 대해서 토론합니다.
이번 토론회의 발제와 토론에 대해서 다른 의견 있는 분들의 글을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시리자의 알렉스 치프라스 [출처: 시리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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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스 경제위기의 본질

그리스는 인구 1,100만 명의 소국이고, GDP는 2008년 2,329억 유로에서 2013년 1,820억 유로로 축소하였고, 정부부채는 2014년 말 3,170억 유로로 2008년 GDP의 113%에서 172%로 증가하였다. 2차 산업은 16%, 농업은 3.4%인 반면 서비스업이 80.6%를 차지하고, 특히 관광과 해운(그리스는 세계적인 해운 대국이다)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8.2%와 15%에 이른다. 1980년 집권한 PASOK(사민당)은 서구에서 신자유주의 공격이 시작될 때 진보적 입법과 사회보장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높은 비중의 지하경제(40%)와 악명 높은 조세회피 및 연고주의의 개혁은 소홀히 하였고, 법인세는 49%에서 25%로 오히려 삭감되었다. 정부부채는 1980년 21.4%에서 2004년 95.1%로 매년 평균 3%씩 증가하였다.

그리스 정부는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하였고 정부와 민간이 값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위한 과시적 투자나 2008년 경제위기 후 무리한 주택대출로 은행권의 위기와 경기변동에 민감한 주력 산업인 해운과 관광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세수가 급감하고 재정적자와 조달금리가 치솟았고 2009년 말부터 국가부도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되었다.

  [표1] 그리스 정부예산, GDP 성장률과 부채

2. 트로이카의 긴축안과 대중의 투쟁

트로이카(EU, ECB:유럽중앙은행, IMF)가 제시한 구제금융의 집행조건인 양허안memorandum 혹은 긴축안은 총 300억 유로의 정부예산 삭감을 목표로 연금 삭감 10-12%, 공공부문 임금 삭감 약 25%, 의료 등 사회복지 지출 축소 50%, 통신회사 등 국영기업의 매각 그리고 최저임금의 삭감 22%(청년은 32%), 부가세 23%로 인상, 단체협상의 효과 부정, 해고요건의 완화 등으로 너무 가혹하였다. 긴축안은 경제를 목 졸랐고 지난 5년간 GDP는 25%나 축소되었다. 트로이카와 정부는 지난 분기에 성장률이 약 1% 정도 개선을 보인 것을 가지고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의미가 없다. 2014년 말 실업률은 25.8% (청년 실업률은 60%) 빈곤층은 300만 명을 넘었다.

그리스 정부가 긴축안을 받아들이자 2010년 5월 1일 1차로 3년 만기의 1,100억 유로가 5.5%의 고리로 승인되었다. 2009년 말부터 예산 삭감 등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고 5월 5일에는 대규모 총파업을 벌였지만, 이날 시위대의 화염병에 은행원 3명이 질식사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투쟁은 주춤하게 되었다. 다시 여름부터 구조조정의 대상인 항공관제사, 국영라디오(ERT), 국영TV, 국영철도 등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고, 2011년 2월부터 긴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투쟁이 계속되고 5월 하순부터는 신타그마 광장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광장점거투쟁이 진행되었고 집회와 시위는 6월말까지 계속 확장되었다.

1차 구제금융이 효과가 없자 트로이카는 더 가혹한 긴축안을 제시했고 6월 29일 의회에서 2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긴축안이 찬성 155표로 간신히 통과되었다. PASOK과 ND(신민주당)는 반대표를 던진 43명의 의원을 출당시켰다. 특히 6월 27일의 총파업은 군부독재 이후 최대의 규모였다.

긴축안이 통과되자 트로이카는 7월에 총 부채의 50% 삭감(34,00억 유로에서 2,400억 유로)하고 만기일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1,300억 원의 2차구제금융이 승인되었다. 연말까지 공공과 관광을 비롯한 수많은 부문에서 파업과 긴축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었다. 2011년 경제 성장률은 -7.1%에 달하였고 11만개의 기업체가 도산하고 실업률은 19.9%, 청년실업률은 48%에 달했다.

구제금융은 트로이카가 긴축안의 이행을 점검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나뉘어 집행되었는데, IMF는 약속된 분담금을 지출하지 않고 새로운 긴축안을 요구하였다. 이에 2012년 2월 7일 정부가 2차 구제금융을 위해 공공과 서비스 부문 일자리 축소를 발표하자 양대 노총은 즉각 1일 총파업에 들어가고 긴축안이 통과된 2월 12일에는 의회 앞에 50만 명의 시위대가 집결하는 등 전국적으로 대규모 투쟁이 벌어졌는데 강경진압으로 120여명이 부상당했다. 2월 21일 부채조건은 최종적으로 53.5%가 삭감되고 금리는 3.65%로 인하되고 기간도 30년으로 연장되었다. 이러한 탕감과 완화는 부채율을 GDP의 120% 이내로 축소시켜 그리스 정부를 채권시장에 복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4월에 은퇴한 연금수령자가 신타그마 광장에서 자살하자 시위는 다시 불타올랐고 노동자들의 파업도 계속되어 2010년부터 2012년 5월까지 노동자들이 벌인 총파업은 18회에 달하였다.

그런데 53.5% 즉 약 1,000억 유로의 채무 탕감은 모두 민간인들이 보유한 채권에서 삭감되었는데 이것은 사실상 고리의 정크본드로 매입한 민간 채권자들의 채권을 흡족할만한 수준의 가격으로 되사준 것과 같았다. 그리고 구제금융의 90% 이상은 그리스 정부에 입금된 것이 아니라 원리금 상환과 채권 소지자 및 은행에 직접 분배되었다. 이것은 민간부채를 공적부채로 둔갑시킨 뒤 그리스 민중의 고혈을 짜서 갚도록 한 것이었고, 다시 말하면 국제 대부자본가들의 고리채를 트로이카가 고리로 막아준 뒤 그리스 정부를 채무자로 만든 사기극에 가까운 것이었다. 또한 재정적자를 누적시켜 온 것은 조세개혁을 소홀히 한 탓도 있지만 막대한 군비지출의 영향도 컸고 정치인들의 빼돌리기도 심각하였다. 특히 그리스는 NATO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군비지출 비율이 높았고 이 돈은 주로 미국과 독일, 프랑스의 무기구입에 쓰였다. 여기에서 부적절한 채무의 조사와 부당한 부채의 취소, 구제금융이 들어간 민간은행의 국유화, 그리고 협잡에 관여되었을 PASOK 국회의원들의 면책조항 폐지의 요구가 나오게 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긴축에 반대하는 그리스 민중의 투쟁은 2010년 초부터 불붙기 시작하여 2010년 5월 은행원 질식 사건으로 잠시 소강에 들어가지는 했지만 새로운 긴축안이 강요될 때마다 더 큰 규보로 확장되어 2012년 5월에 피크에 달하였다.

그리고 2012.5. 총선과 2012.6. 재선거가 있었다. 이후에도 2013년 국영라디오방송국 매각 반대, 간호원, 여성청소노동자 해고반대 등등 크고 작은 투쟁들이 장기투쟁의 양상을 보이며 끈질기게 계속되었고 2014년 말에도 총파업이 있기는 하였지만, 크게 보면 2012년 선거를 계기로 대중의 저항과 투쟁보다는 선거주의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에 큰 영향력을 가졌던 KKE(그리스 공산당)는 건재한 가운데 PASOK(특히 공공부문에 지배적이었다)과 ND(우파도 노조에 기반이 있다)는 많이 위축되고 특히 Syriza(급진좌파연합)와 Antarsya(반자본 좌파연합)가 많이 세력을 많이 확장하였고, 학생조직도 KKE, Syriza, Antarsya가 삼분하였다. Antarsya가 전투적이라면 KKE는 동원력이 가장 크고 때때로 전투적이지만 자신들이 주도하지 않는 연대투쟁을 기본적으로 거부하고 있고, Syriza는 청년학생이 헌신적이기는 하지만 과격한 행동을 삼가는 경향이 있다. (치프라스도 공산당 청년조직 출신으로 Synaspismos의 청년조직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3. 그리스의 좌파들

KKE: 1918년 출범한 KKE(그리스 공산당)는 반나치 투쟁에서 민족해방전선과 인민해방군을 창설하여 2차 대전 후 세력이 20만 명에 달했다. 내전(1946-1949)으로 많은 박해를 받았으나 군부독재(1967-1974)에 반대하는 투쟁에 앞장섰고, 민주화 이후 ND(신민주당), PASOK(사민당)의 양당체제하에서 소수당이지만 노동(PAME-민간노총 내의 공산당의 외곽전선)과 학생운동에 뿌리가 강하고 동원력이 막강하다. KKE는 유럽의 공산당 중에서 유일하게 유로코뮤니즘을 거부하고 반제 반독점 혁명을 주장한다. 대중투쟁의 동원력이 있고, 투쟁에 앞장서기도 하지만 종파적이고 배타적이다.

Synaspismos와 Syriza: 1968년 KKE에서 유로코뮤니즘적 경향인 KKE 국내파가 떨어져 나가 Greek Left를 만들었다. 1988년 이들과 KKE 그리고 다른 좌파들이 모여 선거연합인 Synaspismos를 만들었지만 1991년 KKE가 탈퇴하자, 1992년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급진좌파정당으로 출범하여 2003년 ‘운동과 생태의 좌파연합’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특히 Synaspismos는 민주적 사회주의, 생태주의, 여성주의, 반군국주의의 이상과 가치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으며, 다원주의와 인권을 타협할 수 없는 신념으로 삼는다고 밝히고 있다. Syriza(급진좌파연합)는 2004년 Synaspismos가 주축이 되어 13개 정파가 합류한 선거연합이었는데, 반전, 반세계화 투쟁에 적극 결합하였고 2013년 7월 단일당(회원당)으로 전환하였다. 이처럼 Syriza는 소수의 다양한 변혁세력도 포함한 크게 보아 유럽중심주의적이고 의회주의적인 좌파개량주의정당이다. 단일당으로 출범한 뒤 Syriza내 변혁세력들은 Left Platform으로 당내 반대파로 기능하고 있고, 대략 25-30%의 세력을 가지고 있다.

Antarsya(변혁을 위한 반자본 좌파연합): Antarsya는 그리스 말로 ‘반란’이란 뜻도 있는데, 2008년 12월 봉기 직후 반자본주의자, 혁명가, 공산주의 좌파, 급진 환경주의자들이 논의를 시작하여 2009년 3월 22일 결성하였고, 모든 중요한 사회적 정치적 전선에 개입하고 다가오는 선거에 참여하며 저항과 파괴와 전복을 추구하는 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결성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10개의 조직과 MERA(급진좌파전선), ENANTIA(반자본 좌파연합)에 속한 활동가들 그리고 KKE 출신과 마오주의자와 트로츠키주의자들을 포함하는 다양한 좌익경향들이 모인 것이다.

기타: 이 외에 약 8,000명에 달하는 아나키스트가 있고, 이들은 화염병을 비롯해 폭력과 파괴를 불사하는 매우 전투적인 집단이다. 그리스 투쟁의 전투성은 주로 아나키스트와 Antarsya가 주도하고 있다. 참고로 DL(민주좌파)은 2010년 Synaspismos의 우파가 떨어져 나와 만든 것이고 나중에 PASOK의 일부가 참여하였다.

4. 선거강령과 Syriza의 우경화

2012년 이후 대중의 의식과 투쟁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은 선거민주주의라는 제도의 틀이 작동한 측면, 기왕에 노조 상층부를 장악한 타락한 PASOK 계열 집행부의 기회주의, Syriza의 선거주의 혹은 대안주의와 몸조심이 많이 작동하였다.

Syriza는 2012.5. 1차 선거강령을 제출한 후 2012.6. 재선거의 경제강령에서 상당히 후퇴하였고, 다시 2014.9. 테살로니키 국제 설명회에서 발표된 당면강령에서 대폭 후퇴하였다. 2015.1. 총선을 즈음해서도 책임있고 믿을 수 있는 야당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Syriza는 이번 선거가 있기 전인 2013년부터 이미 긴축에 반대하는 민족우파인 독립당(ANEL, ND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을 연정의 파트너로 선택하였다.

2012.5. 1차 선거강령의 핵심은 유로존 잔류, 긴축안 거부(긴축안 이전으로의 복귀), 부채 지불 3년간 중지, 채무 조사 후 부당부채의 취소, 재협상과 탕감이었다면, 2012.6.에서는 은행 국유화 대신 통제, 2차 긴축안 이전으로의 복귀(1차 긴축안은 점진적으로 개선), 실업문제 해결에 중요한 주 35시간제 주장의 폐기 등이 있었고, 2014년 7월 테살로니키 당면강령은 부채지불 중지가 언급되지 않았고, NATO 철수가 빠졌고, 유럽부채회의 소집과 유럽부흥계획New Deal의 실시, 2차 대전 후 탕감해 준 독일 전쟁 배상금(800억 유로로 알려져 있다)의 지급요구가 강조되었다. 특히 경제 재도약을 목표로 총 114억 유로의 추가예산을 증세와 조세회피 방지로 확보하여, 빈곤층 30만 세대에 대한 전기 무상공급, 무소득 가구 30만에 대한 식비 지원, 3만 세대에 대한 아파트 임대료 보조(㎡당 3유로, 평균 약 19만원 정도), 연말 보너스와 연말 추가 연금 회복, 무상의료카드, 장기실업자와 빈곤층에 대한 특수 교통카드, 특소세와 주유세의 하향, 은행의 무소득자와 빈곤층 차압 중지, 채무회생 활성화, 2년간 30만 신규 일자리 창출, 재산세 면세점 상향과 부자세 등등이 제출되었다. 이외에도 Syriza 지도부는 독일의 재무장관과 ECB 총재를 만나 자신의 합리적이고 온건함을 설득하려고 계속 노력하여 왔다.

이러한 경제강령은 급격한 경기축소와 당면한 대중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기는 하나 강령상의 후퇴와 타협적 태도 즉 우경화로 Syriza는 자신의 왼편에 있는 Antarsya와 KKE에 대한 견인력이나 흡입력을 잃었다. (변혁세력 내에서 2012.6.때는 KKE의 종파주의를 비판하면서 비판적 지지의 분위기가 많았다면 2013년 이후에는 대중에게 Syriza와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해졌다.) Syriza 지도부는 선거강령만이 아니라 당을 온건화하고 조직내 변혁세력을 주변화하기 위해 2013년 7월 창당 총회에서 단일당으로 전환하면서 당대표의 직접선거, 분파와 경향의 해소, 중앙위원회 선거를 위한 경향들currents의 비례대표 명부제 폐기 등등의 시도하였고, 소수파는 이를 거부하고 모든 긴축안 폐기, 부채의 지불 정지, 유로존 탈출에 대한 대비, KKE와 Antarsya를 포함한 좌파정부의 수립, 강령과 저항운동을 통한 급진화 등의 수정안을 제출하였지만 30-40%의 찬성으로 패배하였다. 이 수정안(Left Platform)은 Synaspismos의 구성조직인 DEA:Internationalist Workers Left 등 3개 경향이 주도했는데, 이들은 중앙위원회의 대의원 선출에서 치프라스의 바람과는 반대로 25%에서 30%로 세력을 넓히게 되었다.

[선거강령의 비교와 평가]

선거강령만을 볼 때에 Syriza는 유로존 잔류 및 재협상과 부채의 탕감을 주장하고 KKE와 Antarsya는 부채의 취소와 긴축안의 전면 거부 및 유로존 탈퇴(화폐주권의 회복)를 주장하였는데, 유로존 탈퇴가 생필품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그리스에게 즉각적으로는 심대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중의 의식수준을 감안하면 Syriza의 주장은 무원칙하고 타협적인 것으로 비난하기보다는 선거강령으로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012.5. 1차 선거강령은 각 마을마다 돌아다니면서 강령 설명회와 토론회를 통해 다듬어낸 대중적인 강령이기도 하였다. 114억 유로의 카탈로니키 당면 강령 역시 대중의 심각한 고통을 감안할 때 어떤 좌파도 우선적으로 취해야만 하는 조치이고 따라서 이것만으로 케인스주의적이고 개량주의적이라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대중의 의식수준에 따라서 선거강령은 최대강령에 가까울 수도 있고 멀 수도 있고 따라서 선거강령은 최대강령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개량과 혁명을 따질 것은 없다.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할 것은 선거투쟁을 대중을 유권자로 보느냐 아니면 대중을 주체로 세우는 과정이냐이다. Syriza가 비난받아야 할 것은 최대강령으로부터 멀어지는 끊임없는 선거강령상의 우경화라기보다는 어떠한 작은 슬로건도 트로이카와 지배계급에 대한 전면적인 대결 없이는 얻어낼 수 없다는 투쟁적인 자세가 아니라 지배계급에 대한 유화적인 면모를 보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대중의 의식화투쟁을 방기하고 악영향을 끼쳤다는 데에 있다.

5. 선거결과와 해석

이 절에서는 그리스 경제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7년과 그리고 트로이카의 공격이 극심하였던 2012년 5월과 6월, 경기후퇴와 긴축과 실업의 고통이 극에 달한 2014년의 유럽의회 선거와 2015년 1월의 총선을 살펴본다.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거의 참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기권율은 부르주아 선거놀음에 대한 불만자들의 이탈이라고 볼 때 유권자의 1/3 이상의 기권은 그 자체가 불만과 절망의 표시이다.

경제위기가 시작되고 정부부채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09년 총선에서 지난 30년간 지속되어 온 PASOK과 ND의 양당구조는 2007년 총선과 비교하여 ND 정권(41.84%->33.47%)이 PASOK 정권(38.10%->43.92%)으로 바뀌었을 뿐 좌파나 극우는 각각 1%와 2%가 증가하였다.

2012년 5월 선거는 Syriza가 집권하면 유로존에서 축출될 수밖에 없다는 협박이 극에 달하던 때였지만 또한 1차 구제금융에 대한 긴축안으로 대중의 분노와 투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트로이카에 굴복한 PASOK의 몰락은 당연하였다. 2월 혁명 때 짜르가 몰락한 사례나 아랍혁명 때 독재자를 몰아낸 사례 그리고 IMF의 구제금융으로 아르헨티나의 피케테로스가 대통령을 쫒아낸 적은 있지만 집권 세력이 선거에 의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은 거의 이례적이다. [표2]를 보면 PASOK은 2012년 5월 43.92%에서 13.18%로 30%를 잃었지만 중도 전체로 보면 19%만 줄어들었고 좌파는 15% 혹은 3/4가 극우는 4%가 증가하였다. 이 선거에서는 Syriza만이 아니라 KKE와 Antarsya의 득표율도 모두 증가하였다.

그리고 다음 달 재선거에서 Syriza가 16.78%에서 26.89%로 10%를 더 올린 것은 2.5%만 순증한 좌파 합계에서 보듯 Syriza와의 어떠한 연합도 반대하겠다는 KKE에 대한 원망과 좌파들의 몰아주기 분위기에 힘입은 것이었다. 즉 2012년 5월과 6월 사이에 Syriza가 지지율을 10% 증가시킨 것은 대중의 급진화 때문이 아니라 2012년 5월에 이루어진 급진화의 응고였던 것이다.

리스에서는 2008년 12월에 한 달간 계속되었던 학생반란이 이었다. 당시 초반에는 KKE가 적극 나섰으나 곧이어 반달리즘이 나타나자 KKE는 이들을 “후드를 입은 폭도”로 비난하면서 발을 뺐지만 치프라스는 학생들의 투쟁의 정당성을 역설하였다. Syriza는 이 투쟁을 옹호한 의회 내의 유일한 정당이었고 이후 2011년 5월 스페인의 인디그나도스(분노하는 자들) 투쟁에 비견되는 신타그마 점거투쟁에서 Syriza 청년활동가와 Antarsya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때 KKE는 이 투쟁을 소부르주아 투쟁으로 폄하하고 당원들을 격리시켰다. KKE의 혁명적 주장과 타 조직이나 대중의 자발적 투쟁에 대한 폄하, Syriza를 좌파개량주의로 비판하면서 어떠한 연대도 거부한 종파성은 다른 좌파와 대중으로부터 고립을 가져왔다. 이처럼 2012년 5월 KKE에 대한 Syriza의 역전은 이런 일련의 과정의 산물이다.

그리고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보면 좌파가 32.72%에서 36.15%로 3.5% 증가할 때 1위를 한 Syriza만 26.57%로 정체한 것은 대중의 급진화를 갉아먹는 선거주의, Syriza의 몸조심과 우경화 때문이었다. 유럽의회 선거가 끝나자마자 구조조정이 본격화하여 2013년에 있었던 ERT(그리스 국영 라디오) 노동자들의 5개월에 걸친 투쟁이나 병원, 청소노동자들의 끈질긴 해고반대 투쟁이 있었음에도 Syriza는 투쟁에 전면적으로 결합하지 않고 전형적인 선거야당의 면모를 보였다. 대중의 의식은 선거가 아니라 투쟁 속에서 성장한다는 점에서 이 시기 대중의 급진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집권세력과 극우의 무자비한 공격과 강제진압에 맞서 고립 속에서 절망에 찬 장투를 하였던 것이다.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가 기권율이 40%가 넘고 이전 선거와 비교하여 보수와 중도가 약간 씩 줄어들고 극우와 좌파만 조금씩 늘어난 것은 유럽의회 선거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특히 2012년 5월과 6월 그리고 2014년 5월의 좌파득표율은 각각 30.69%, 33.11%, 36.15%로 계속 늘어나는 것 같지만 절대 득표수로 보면 1,940,956명과 2,048,377명으로 변함이 없고, 2014년 5월도 2,066,505명이다. 즉 이 기간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ERT 등의 투쟁이 끈질기게 진행되었지만 전체 대중의 의식은 선거주의에 막혀 대중의 급진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5월과 2015년 1월 사이에도 대중의 의식화를 고양시킬만한 전면적인 대중투쟁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불과 7개월 후인 치러진 2015년 1월의 대중의 의식은 그 전과 비슷하고 총선의 투표율도 2012년 5월보다 약간 감소하였다. 유권자수가 비슷한 2015년 1과 2012년 6월의 총선과 비교할 때 극우와 보수는 약 40만 표, 중도는 20만 표가 줄면서 좌파 전체가 60만 표나 늘은 것은 거의 전적으로 Syriza의 선전에 기인한다. 따라서 2015년 1월에 Syriza가 10% 이상 상승한 것은 투쟁의 성과나 대중의 급진화의 반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극우가 2014년 5월의 12.23%와 비교하여 7.31%로 크게 준 것은 나치를 표방하는 극우인 황금새벽당은 시위대 살인 사건으로 당 대표부터 구속되는 등 집권세력조차 그동안 방관하던 입장을 바꿔 억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위신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또한 연정의 파트너인 PASOK과 DL은 크게 줄었지만 중도 전체로는 17.21%에서 15.47%로 소폭 줄었다. 크게 보면 좌파는 6% 상승하고 극우는 5%, 중도는 1.5% 정도 하락하고 집권당인 ND는 5%나 늘었지만 보수 전체는 0.6%정도 늘었다. Syriza는 이 선거에서 36.34%를 얻어 과반수에 2석 부족한 149석을 얻고 반긴축에 동의하는 13석을 얻은 민족우파인 독립당(ANEL)을 파트너로 하여 집권당이 되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를 보면 중도가 몰락한 반면(25.27%->15.28%) ND를 포함한 보수는 버티고 있고(33.61%->34.45%), 좌파의 성장(33.11%->42.66%)은 Syriza로 수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괄적으로 보면 경제위기와 긴축안의 강요로 인한 대중의 극심한 고통과 35차례의 크고 작은 총파업은 좌파에게 3배가 넘는 급성장을 가져온 것이고, 급진화의 결정적 계기와 피크는 2012년 5월과 6월에 큰 틀이 이루어졌다는 것과 이 과정에서 좌파개량주의정당인 Syriza가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2012년 6월 이후 Syriza의 의회주의는 대중의 더 높은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Syriza는 2012년 5월 총선 이후 집권의 가능성이 커지자 끊임없이 강령상의 온건화를 시도해 왔고 특히 2014년 9월의 테살로니키 당면 경제강령으로 절정에 달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Syriza가 10%이상 지지율을 높이면서 압도적인 승리를 한 것은 대중의 급진화의 결과라기보다는 대중의 고통이 극에 달하여 극우와 연정에 참여한 중도의 지지율이 반 토막 난 것과 몰아주기에 기인하고, 새로운 지지층은 재협상이 성과가 없을 때 함께 넘으려는 의지를 가진 주체인 대중이 아니라 결과에 실망하면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할 수 있는 유권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Syriza의 이번 높은 성적은 그다지 값진 것이 아니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보듯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극우가 급성장하였을 뿐 아니라 극우인 프랑스의 국민전선은 제1당으로 성장하였다. 이처럼 경제위기는 대중의 급진화와 좌파의 성장을 자동적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극우가 성장할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것과 좌파가 성장할 기회도 된다는 것뿐이다. 달리 말하면 대중의 동원과 투쟁과 급진화가 없이는 경제위기라고 하여도 좌파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아무리 경제위기가 진행되어도 지배계급인 보수의 장악력은 거의 흔들리지 않으면서 계급적대가 심화될수록 중도의 입지가 좁아지고 그 공간을 좌파가 수렴할 가능성이 생김을 알 수 있다.

  [표2] 그리스 선거결과 분석

* XA:황금새벽당, ANEL:Independent Greeks LAOS:그리스정교당ND:신민주당, PASOK: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DIMAR(DL):Democratic Left, Syriza:급진좌파연합, KKE:그리스 공산당, EEK:Workers Revolutionary Party(트로츠키 경향), OAKKE:Organization for the Reconstruction of the Communist Party of Greece, OKDE : Organisation of Communist Internationalists of Greece(제4인터 경향). The River (TO POTAMI),

6. Syriza 승리의 의미와 전망과 교훈

[Syriza 좌파정부의 전망]


그동안 전 세계에서 128개국에서 진행된 IMF 구제금융에는 정부예산의 삭감을 위해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축소, 공공재의 사유화 등등 가혹한 긴축안이 강요되었고 모두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확립을 목표로 하였다. 하지만 그리스에 강요된 긴축안은 연금과 임금의 삭감 등도 유례가 없지만 단체협약의 효력정지, 최저임금의 삭감, 해고규제 완화 등 정부예산 삭감이나 채무변제와 무관한 공격이 노골적으로 들어 있었고, 이것은 결국 복지국가의 파괴를 목적으로 나아가 전 세계 노동자계급을 위축시키고 규율잡힌 노동력을 확보하려고 한 국제자본가계급의 노골적인 공격의 시험장이었다. 긴축안은 이외의 다른 목적을 찾을 수 없는 그리스 노동계급과 민중에 대한 노골적이고 야수적인 공격이었다.

따라서 이 공격에 맞서 싸우고 저지하고 반격하는 것은 단지 그리스 민중만의 투쟁이 아니라 트로이카를 필두로 한 전 세계 자본가계급의 예봉에 맞서 최전방에서 벌어지는 전투이고 쌍방이 모두 이 투쟁의 의미를 공공연하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Syriza가 강령을 온건화하고 합리화 한다고 하여 트로이카의 공격이 멈추고 윈-윈 할 수 있는 길이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부채와 상환의 전면거부가 아니라 Syriza가 주장하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재협상에 의한 부채의 50% 이상의 탕감이나 일부 지불정지 그리고 유럽부채회의 등등마저도 구제금융으로 고통받고 있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으로의 도미노 현상 때문에 트로이카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25%나 축소되어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는 그리스 경제와 –12.2%(약 220억 유로)에 달하는 예산 적자의 사정에서 설령 부자세로 증세를 한다고 하여도 Syriza가 계획한 114억 유로의 추가지출은 원리금 상환을 정지하지 않는 한 어렵다. 즉 협상이 늦어지면 일방적인 지불정지를 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트로이카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이 대결국면에서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12년 6월 Syriza의 집권 가능성이 나오자 예금인출과 해외탈출은 무려 GDP의 40%에 달했다. 핵심은 이 국면을 감내하고 넘을 수 있는 대중의 의식과 단결이다. 그러므로 계급의식을 고취시키지 않고 트로이카와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고 트로이카가 양보할 것이라는 치프라스의 태도는 양날의 칼이 된다. Syriza 집행부의 과오는 대중의 의식과 투쟁을 고취시켜 넘어야 할 문제를 적들과 공존할 수 있는 문제로 호도한 데에 있다.

114억 유로의 추가지출을 중심으로 한 당면 경제강령은 그것이 케인스주의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가 아니라 선거주의(의회주의)의 한계가 있다는 점과 그리스 민중의 당면한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이 조치마저도 트로이카의 질서에 도전이 된다는 점에 있다. 사실 ECB는 최근에 회원국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여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착수할 예정인데 이는 심각한 유로존의 경기후퇴 때문에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를 GDP의 각 60%와 연간 3%로 제한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일시 정지하겠다는 것이고, 또한 그동안 이 조약을 핑계로 유럽민중에게 강요해 온 긴축을 푼다는 의미에서 ECB의 양적완화나 Syriza의 긴축안 정지와 추가지출은 같은 측면이 있으면서도, 계급적 성격에 있어서 한쪽은 여전히 반노동자적인 신자유주의의 유지이고 다른 한쪽은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거부이다. 그러므로 Syriza 정부는 반긴축 정부의 성립이라기보다는 반신자유주의 정부의 성립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트로이카는 Syriza와 협상하고 타협하기보다는 추가적인 자금공급을 하지 않으면서 지연전술을 쓰면서 고사시키는 길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트로이카는 Syriza가 아무리 온건화하고 타협적이 되어도 Syriza의 정책을 좌절시키고 고립시켜 파산시키려고 할 것이다. 즉 트로이카와 Syriza 혹은 트로이카와 반긴축은 양립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트로이카 독재에 반대하는 전 유럽적인 심대한 연대투쟁이 없이는 불가능하고 그를 위해 전 유럽 민중의 급진화를 위한 지속적인 선동과 동원이 필수적임을 생각할 때 Syriza의 성공 전망은 어둡다. 트로이카는 온건한 좌파조차도 허용할 수가 없다.

[Syriza 승리의 의의와 교훈]

2012년 5월 Syriza는 지배계급의 선거슬로건인 “유로화냐 그라크마화냐”에 맞서 “긴축이냐 Syriza냐”로 대응하였다. 그리스 선거의 대결구도와 성격은 여기에 응축되어 있다. 유로존 조약상으로는 축출은 가능하지 않고 탈퇴만 가능하기 때문에 트로이카도 그렉시트의 가능성을 사실상 낮게 보고 있다. 그럼에도 트로이카를 비롯한 내외의 지배계급은 2012년 5년 선거 때부터 Syriza가 집권하면 유로존에서 축출될 것이라고 협박하였고 이 악선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치프라스를 “발칸의 차베스”라고 부르며 최근에도 EC 의장은 그리스인들이 “잘못된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원국의 내정에 대해 허용될 수 없는 간섭을 공공연히 하였다. Syriza 집행부는 끊임없이 자신을 온건화 우경화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음에도 선거는 트로이카, 독일, 그에 빌붙은 우파와 중도, 자본가계급의 언론을 한편으로 하고 Syriza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대결양상을 보여 왔다. 달리 말하면 Syriza 상층부의 개량주의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선거강령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와 Syriza의 승리는 지배계급에 대한 그리스 민중과 좌파의 유의미한 승리임이 분명하다.

2015년 1월 총선에서 Syriza가 승리한 것은 소련과 동유럽을 제외하면 스페인의 인민전선 정부나 칠레의 아옌데 정부에 이어 사회민주주의 왼편의 급진좌파가 선거에서 승리한 2차 대전 이후의 최초의 사례이다. 또한 1980년대 이후 몰도바를 제외하면 민중이 신자유주의 정부를 패퇴시킨 최초의 승리이다. 나아가 IMF를 앞세운 국제자본가계급이 구제금융을 빌미로 강요한 구조조정이라는 공격에 파열구를 낸 최초의 승리이다. 그러므로 그리스 민중의 승리이고 좌파의 승리이다.

그리고 Syriza의 승리에서 좌파가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Syriza가 변혁좌파를 포함하여 다양한 좌파들이 연합한 새로운 유형의 당new party이고 넓은 당broad party라는 점이다. 혁명은 단선적으로 성취되지 않는다는 점, 러시아 혁명 후 발달한 자본주의 나라에서 혁명 세력 혹은 변혁세력은 집권은커녕 주변화를 면한 적이 없다는 점, 스페인의 인민전선이나 아옌데 정부에서 보는 것처럼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좌파정부 하에서 대중의 의식과 투쟁이 급성장한 사례에서 보듯 선거로 집권한 좌파정부가 더 높은 변혁투쟁의 유리한 고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Syriza의 개량주의적 성격이나 Syriza 상층부의 우경화나 한계만으로 유럽 최초의 좌파정부의 수립이라는 이 중대한 성과를 폄하하고 어두운 전망을 예언하는데 만족하여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리스와 전 세계 좌파는 이 투쟁이 좌절하거나 Syriza정부가 자본의 위기관리정부로 전락하지 않도록 그리스 민중이 획득한 이 성과를 엄호하고 이 성과를 교두보로 삼아 투쟁을 더욱 전진시켜야 한다. 그리므로 개량주의적인 좌파정부에 대한 시니컬한 냉소나 비관적 전망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변혁좌파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유럽 최초의 좌파정부의 수립이라는 이 역사적 기회를 맞아 최선을 다하자. 트로이카의 공격으로 동일한 처지에 있는 스페인이나 아일랜드, 포르투갈만이 아니라 자본가 독재에 신음하는 전 세계 민중이 그리스 민중의 운명과 동일시하면서 지금 이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 투쟁을 엄호하고 이 투쟁에서 교훈을 이끌어 내어야 한다.

* 이번 음성파일에 사용된 그리스 인터내셔널가는 Maria Dimitriadi, Afroditi Manou, and Thanos Mikroutsikos’ choir(from CD “Ta Antartika”, 1991; recorded in 1981, originally came out on LP)의 곡입니다.
* 시간: 2015년 1월 28일
* 장소: 참세상 회의실

참조할 자료(링크)


박석삼 [그리스 경제위기 분석](1) 그리스 부채위기의 원인과 본질 2012.10.09.
박석삼 [그리스 경제위기 분석](2) 세계 자본가계급 공격의 최전방이 된 그리스 2012.10.10
박석삼 [그리스 경제위기 분석](3) 신자유주의 세계화 축적 체제 위기에서 좌파의 과제 2012.10.11.
박석삼 유럽 좌파통합운동의 현재(1) Syriza, Left Bloc, NPA를 중심으로 2013.05.08.
박석삼 유럽 좌파통합운동의 현재(2) 유럽 Syriza, Left Bloc, NPA를 중심으로 2013.05.10.

시리자 강령 요약(Greece: SYRIZA's 40-point program)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동자정치신문, [95호]21세기 볼셰비키 전위 그리스공산당 제19차 당대회 분석, 2013/04/30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동자정치신문, 변혁의 여명을 밝히는 그리스 노동자 민중, 2012. 02.29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동자정치신문, [번역-제일호] 아테네 국제대회에서의 PAME(전노동자투쟁전선) 발표문(1) 2012.02.02.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동자정치신문, [번역-제일호] 아테네 국제대회에서의 PAME(전노동자투쟁전선) 발표문(2) 2012.02.29.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동자정치신문, [63호] 그리스 재정위기, 과잉생산과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 2010.05.29.

소티리스 콘토야니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 활동가), 그리스의 좌파들 ─ 시리자, 공산당, SEK, 안타르시아 <노동자 연대> 142호,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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