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프랑스 조기 총선 투표 직전인 6월 29일에 작성되었다. 지난 6월 30일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투표에서는 국민연합(RN)과 연합정당이 33.14%를 득표해 1위(RN 단독은 29.25%)를 차지했으며 2위는 좌파 동맹인 신인민전선(NFP)이 27.99%, 마크롱의 르네상스가 주도하는 앙상블은 20.24%를 득표했다. 프랑스는 총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득표율이 과반이 되지 않는 지역구에서 오는 7월 7일 2차 투표가 진행된다.
프랑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대패하자 6월 30일과 7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조기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두 차례에 걸쳐 투표를 진행하며,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얻은 후보가 당선되고, 그렇지 않으면 2차 투표에서 상위 두 후보가 경합을 벌인다. 여론조사 기관 IFOP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연합(NR)이 유권자의 35%의 지지를 얻어 다른 모든 정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녹색당으로 구성된 좌파 연합인 신민전선(NFP)이 30%로 2위,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성향의 앙상블(Ensemble)이 20%로 3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가 유지된다면 577석의 하원인 국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289석의 기준을 충족하는 정당은 없다. 마크롱의 정당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둔 후 이미 과반수 없이 집권하고 있어 연정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대통령령을 통해 투표 없이 국회를 우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1950년대 후반 드골 대통령이 제정한 프랑스 헌법에 따르면 제8조에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마크롱은 제1당인 국민연합(RN)에 총리직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제1당이 RN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크롱은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RN의 당수 조르주 바르델라(Jordan Bardella)는 자신의 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총리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하다. 외국 투자자들과 프랑스 대기업들은 RN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기껏해야 정치적 극단에 의해 지배되는 의회는 프랑스를 장기간의 불안정한 시기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낭비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정책이 채택되어 프랑스의 경제 및 사회 위기를 빠르게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는 정치적으로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3분의 1은 친EU, 친자본주의의 마크롱으로 대표되는 '중도파', 3분의 1은 르펜의 RN으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반EU, 반이민지지 세력이며, 3분의 1은 멜랑숑과 새로 창당한 신민전선(NFP)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친노동 지지자들이다.
프랑는 현재 세계 7위 경제대국으로 인구 6,800만 명을 보유한 주요 G7 경제국이며 유로 지역 GDP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과거 제국주의 국가였던 프랑스는 프랑스어권 서아프리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현재 그 지배력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 독일과 동맹을 맺어 유럽연합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프랑스는 제조업 분야에서 자동차, 항공우주, 철도, 화장품 및 명품 분야의 글로벌 리더 중 하나이며, 고학력 노동력과 노동자 천 명당 이공계 졸업생 수가 유럽에서 가장 많다. 관광(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함)과 금융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 중 하나이며 와인, 증류주, 치즈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정부는 이 부문에 상당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큰 농산물 수출국이다. 프랑스는 프랑스 수출의 17% 이상, 총 수입의 19%를 차지하는 최대 무역 파트너인 독일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많은 서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실질 GDP 성장률이 저조했다. 지난 40년 동안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해왔고, 2020년대에 들어서는 사실상 멈춰버린 상태이다.
프랑스 경제는 21세기 들어 다른 G7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 경제 성장 둔화, 대침체, 2010년대 들어 더 약한 성장, 투자 성장 둔화 및 생산성 정체라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GDP 대비 투자 비율은 변동성이 커서 연속적인 경기 침체기에 급격히 하락했지만 현재는 기록적인 하락세를 겪고 있다.
생산적 투자 증가 둔화는 일반적으로 노동 생산성 정체로 이어지며 프랑스는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혁신'의 영향을 측정하는 척도)은 현재 절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이러한 상대적 침체의 이면에는 자본의 수익성 하락이 있다. 프랑스 자본의 수익성은 21세기 초(유로화 도입)에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대불황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 내 계산에 따르면 평균 수익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침체기에 하락한 후 현재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 바수-와스너, EU AMECO, 저자 계산
팬데믹 이후 기업 파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조업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 2024년 6월 HCOB(Hamburg Commercial Bank) 프랑스 제조업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는 전월 46.4점에서 45.3점으로 하락했다(50점은 침체를 의미함). 이는 프랑스 공장 활동이 17개월 연속 위축된 것이다.
프랑스 중앙은행(Banque de France, BdF))도 최근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경제 활동은 2023년 하반기에 크게 둔화된 후 2024년(연간 0.7% 성장)에도 완만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인정해야 했다. 생산성 증가율 저하와 높은 인플레이션은 다른 많은 G7 국가와 마찬가지로 실질 임금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실질 임금은 여전히 2019년보다 약 3% 낮다.
출처: OECD
그리고 고용 성장도 멈췄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2024년에 기업 투자가 부진한 경제 활동, 높은 자금 조달 비용, 엄격한 대출 조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프랑스와 독일에 큰 경제적 타격을 주어 물가를 올리고 경제 성장률을 낮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앙은행은 2024년 초 예상보다 명목 임금이 더 느리게 오를 것으로 보며, 기업 생산성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단위 임금 비용을 증가시키고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년 동안의 평균 실질 소득 감소는 프랑스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프랑스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미국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기괴한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40년 동안 불평등은 강화되었다. 1983년에는 상위 1% 소득자가 전체 개인 소득의 7.5%, 10%가 30%, 하위 50%가 21.4%를 가져갔지만 2022년에는 상위 1%가 12.7%를 차지해 60% 이상 증가한 반면 상위 10%는 34.8%로, 하위 50%는 20.3%로 감소했다.
부의 불평등(개인 순자산)은 모든 주요 국가에서 그렇듯이 훨씬 더 강화되었다. 1983년 프랑스에서는 상위 1%의 자산 보유자가 전체 개인 자산의 15.9%를, 상위 10%가 50%를, 하위 50%가 8.9%만 보유했다. 2022년에는 이러한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어 상위 1%의 자산 보유자는 현재 24%(60% 이상 증가), 상위 10%는 57.7%, 하위 50%는 5.1%(48% 감소)로 개인 자산의 비중이 감소했다.
출처: 세계 불평등 연구소
최신 보고서에서 불평등 감시기구(Observatoire des Inégalités)는 최고 부유층과 최빈층 간의 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프랑스의 모습을 그려냈다. 가장 부유한 10%의 최저 생활 수준은 가장 가난한 10%의 최고 생활 수준보다 약 3.28배 높다.
이번 주말 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7년 5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정부와 국회가 예산과 경제 정책을 결정하지만, 국회의 권한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프랑스 국민들은 의회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과거 정부들 동안 생활 수준과 공공 서비스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65%에 육박했던 투표율이 2018년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주말이 지나면 RN이 국회 최대 정당이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승자는 무투표 당이 될 것이다.
RN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당분간 금융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다. 대기업과 금융 부문이 우려하는 것은 '통제되지 않은' 정부 지출과 공공 부채 증가이기 때문이다. RN은 세금 인하로 (소규모)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NR은 마크롱이 64로 올려놓은 연금 수령 연령을 60세로 다시 낮춰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혜택을 늘리면서 주당 근무 시간을 35시간으로 유지하고 초과 근무에 대한 세금을 면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RN의 경제 정책은 프랑스 자본에게는 혐오스럽고 프랑스 노동자에게는 매력적이지만 인종 차별적, 민족주의적 조치와 결합되어 있다. 무슬림과 기타 이민자들은 다양한 공공 직책에서 일할 권리를 잃고 그들의 친척은 추방될 수 있다. NR 지도자 바르델라는 이민자들이 "스스로 행동하기만 한다면" 정부로부터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대기업은 RN이 정부에서 길들여지고, 부채 비용 증가로 인한 '시장 규율'의 위협에 의해 통제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은 이탈리아의 '강경 우파' 총리 멜로니가 EU와 나토의 정책을 따르는 것처럼 RN도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RN이 집권하더라도 프랑스 대기업의 힘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경제 성장과 수익성이 낮은 자본주의 프랑스에서 RN의 정책은 비현실적이며,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다.
자본보다 노동의 이익을 증진시키겠다는 NFP도 비슷한 유토피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경제 프로그램은 정부 차입과 고속도로 네트워크와 같은 부문의 일부 국유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1천억 유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다. NFP는 공공 지출을 늘리고, 최저임금과 공공 부문 임금을 인상하고, 주요 생필품 가격을 동결하고,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고, 실업률을 6%로 낮추고, NR처럼 정년을 60세로 단축해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금융계는 정부 지출이 증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긴축이 필요하다. 프랑스 정부 예산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 부채가 유로존 재정 규칙에 따라 합의된 한도를 초과하여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자본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이 무시하는 것은 정부 적자와 부채가 증가한 이유이다. 그것은 복지와 혜택 등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지출 때문이 아니라 프랑스가 다른 G7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금융 위기와 침체를 겪으면서 공공 부문이 민간 부문을 구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 투자 및 소득의 느린 성장으로 인해 세수가 감소하고 GDP 대비 공공 지출이 증가했다. 해결책은 긴축이 아니라 프랑스 경제의 전략적 부문에 대한 통제를 통해 생산, 투자 및 소득을 늘리기 위한 계획된 공공 투자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은 프랑스 자본에게는 매우 두려운 일이다. 따라서 좌파 NFP 대신 인종 차별주의자 RN 정부를 선택할 것이다. 프랑스 주류 경제학자이자 전 IMF 수석인 올리비에 블랑샤르(Olivier Blanchard)는 “RN과 좌파 프로그램 모두 나쁜 소식이지만 RN의 정책이 인종 차별적이고 반 이민자 정책임에도 NFP의 프로그램이 더 나쁘다”고 했다. 왜 그럴까?
블량사르는 좌파 프로그램에는 두 가지 종류로 나눈다. "창조와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기회를 균등하게 하고 재분배하려는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사회민주주의적 프로그램"과 "훨씬 더 나아가 거의 몰수적인 성격의 혁명적인 프로그램“이다. 또한 그는 "사회민주주의자로서 기회 균등, 교육 개선, 부유층에서 빈곤층으로의 소득 재분배를 믿지만" NFP 프로그램은 "이전에 그랬던 것 처럼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마크롱은 평소처럼 허세를 부리며, 선거를 소집하고 언론과 주류 여론의 도움을 받아 유권자들이 우파나 좌파의 '극단'에 투표하지 않도록 겁을 줘서 프랑스 자본주의의 정치적 안정을 회복할 수 있다는 도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맞다면 그 도박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주류 및 공식 경제 전망은 프랑스가 2025년에 침체에서 벗어나 완만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용감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
그러나 이는 기대보다는 희망에 더 가깝다. 현재 프랑스 자본은 기껏해야 정치적 마비에 직면해 있고, 최악의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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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