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문제, 에너지 역사를 올바로 바라보기

기존의 기후 정책은 두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첫째, 화석 연료에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 기후 안정화를 달성하는 방법이다. 둘째, 낙관적인 이론에 따르면, 이 전환은 재생 가능 에너지 비용 하락에 의해 추진된다. 모든 것을 전기화하는 과정에서 청정 전력이 이전보다 더 저렴하고 풍부하게 공급될 것이며, 그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는 안심할 만한 비전이다. 또한 실제 경험의 일부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는 급격한 전환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

지난 두 세기 동안 미국의 운송 부문이 그 한 예다. 미국은 생물연료에서 석탄으로, 그리고 휘발유로 전환해 왔다(현재 미국의 화물 열차는 디젤로 운행된다).

가스와 재생 가능 에너지는 영국과 같은 주요 경제권에서 석탄 기반 발전을 사실상 끝내게 했다. 실제로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용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기후 정책 사고방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과거의 사례들을 이어 붙여, 익숙한 역사적 패턴을 따르는 새로운 기술이 기후 위기의 해답이 될 것이라는 일관된 미래 비전을 만들어낸다.

작년에 출간된 두 권의 중요한 책이 내리는 피할 수 없는 결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 해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미래 전망은 앞으로 직면할 과제를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내가 최근 런던 리뷰 오브 북스(LRB)에서 리뷰한 《더 많고, 더 많고, 더 많이: 끝없는 에너지 소비의 역사》(More and More and More: An All-Consuming History of Energy)에서 장 바티스트 프레소는 에너지 전환이 보편적인 경험이라는 개념이 역사적 경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브렛 크리스토퍼스의 《가격은 틀렸다》(The Price is Wrong)는 별도의 글에서 다룰 예정인데, 이 책은 에너지 비용 하락이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끌 것이라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다.

이 두 책을 함께 보면, 기존의 "에너지 전환" 낙관론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 된다.

프레소 주장의 핵심은 에너지 사용이나 이산화탄소 배출 데이터를 보면 즉시 드러난다. 특정 산업 분야만 좁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나 전 세계적인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해 보면, 석탄이 유기적 에너지를 대체하고, 그다음으로 석유와 원자력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가 차례로 이어진다는 가정이 틀렸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실제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에너지원의 순차적 대체가 아니라, 기존 에너지원 위에 새로운 에너지원이 쌓이며 점점 더 다양한 에너지원이 축적되는 과정이다. 나는 20233Carbon Notes #1에서 이러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일부 다룬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점점 더 다양한 원천에서 동원하고 있다. 전통적인 바이오매스(생물연료)조차도 절대적인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더 많은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육류 소비를 늘려 산림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심지어 하나의 선진 사회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그리고 인구 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1인당 에너지 사용량만을 살펴보더라도, 나타나는 그림은 동일하다.

 출처: Suits, Matteson, Moyer 2020

현재 미국의 에너지 믹스에는 바이오매스,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재생 가능 에너지가 모두 포함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석탄은 전력 생산에 사용되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0년대가 되어서야 새로운 재생 가능 에너지가 일부 도입되었지만, 전체적인 에너지 구조에 큰 변화를 주지는 못했다. 여기서 뚜렷한 전환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앞으로 수십 년 내에 모든 화석 연료 사용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존의 "에너지 전환" 비전은 역사적 사례로 뒷받침되기는커녕, 오히려 극단적으로 급진적인 개념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역사적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예측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믿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프레소의 주장은 단순한 이단적 견해라기보다는, 에너지 역사와 미래에 대한 모든 논의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적인 사실들을 정교하게 정리한 것에 가깝다.

에너지 전환은 일반적인 역사적 현상이나 사회적 규칙성이 아니라, 특정 기술과 복잡하고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에 따라 달라지는 산업 및 지역별 특수성에 가깝다. 미국의 가정과 상업 부문에서 바이오매스가 석탄으로 대체되고, 이후 전기, 석유, 천연가스가 빠르게 석탄을 대체한 과정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것만 보면 깔끔한 에너지 전환 사례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란색 전기 라인 뒤에는 석탄이 숨어 있다! 가정과 산업에서 석탄의 직접 사용이 급격히 감소하던 바로 그 시기에, 발전용 석탄 소비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었다.

 출처 : Suits, Matteson, Moyer 2020
“위 도표는 1인당 석탄 사용량을 누적 면적 차트로 나타낸 것이다. 비전력 부문(검은색)과 전력 부문(노란색)으로 구분되며, 회색 선은 개별 산업 부문의 석탄 사용량을 보여준다. 1인당 석탄 사용량은 1918년에 정점에 도달했다.
초기에는 가정용 석탄 사용(진한 회색)이 가장 많았지만, 석탄을 운반하는 철도망이 확장되면서 그 사용이 가능해졌다(철도 노선 길이는 파란색 점선, (57)에서 인용). 1910년경에는 산업 부문(회색 점선)이 가장 큰 석탄 소비자로 자리 잡았다.
1918년 이후, 석탄 사용량은 1인당 기준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수치에서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석탄 가격 상승, 공급 불확실성, 그리고 철도 산업 성장 정체 등의 요인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석탄 수요가 증가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경제에서 석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막아준 것은 성장하는 전력 부문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았기 때문이었다(노란색).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전력 부문을 제외한 석탄 사용은 산업 부문(회색 점선)에서 점차 축소되는 역할만을 해왔다. 2005년 이후에는 수압 파쇄(fracking)로 생산된 값싼 천연가스가 전력 생산에서 석탄을 대체하면서, 석탄 사용량은 절대적인 수치에서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온 바라크(On Barak)19세기 대영제국의 석탄에 대해 다룬 흥미로운 저서 《제국을 움직인다: 석탄이 중동을 변화시키고 세계 탄소화를 촉발한 과정》(Powering Empire: How Coal Made the Middle East and Sparked Global Carbonization (California, 2020))에서 개념적·역사적 관점으로 설명했다. 그는 현대 에너지 사용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19세기 석탄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흔히 석유와 연관 짓는 현대 세계가 사실은 석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에너지를 이해하고 사고하는 방식에서 더 큰 문제의 일부를 드러낸다. 결국,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른바 "석유의 시대"—어떤 관점에서는 "포스트 석유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석탄 연소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에너지 체제" 간의 "전환" 이야기라기보다는, 석탄이 대체했다고 여겨졌던 기존 동력원들이 오히려 더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물의 힘, 인간과 동물의 근육뿐만 아니라, 금융 자본주의와 결합해 떠오른 위험 관리 개념과 경쟁하고 결합했던 이슬람적 신앙심 같은 비가시적 요소들도 포함된다.

이처럼 특정한 역사적 얽힘을 추적하면서, 이 책은 중동의 역사를 더 넓은 화석 연료의 역사와 인류세(Anthropocene) 개념 속에 자리 잡게 한다. 동시에, 이 지역의 독특한 윤리적 가치관, 신체에 대한 개념, 연대와 공동체에 대한 사고방식, 자연에 대한 이해가 우리가 직면한 전 지구적 난제에 대해 어떤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궁극적인 탈탄소화 계획은 에너지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세계적인 탄화수소 사용 확산 과정에서 비서구 지역과 그 주체들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함께 고려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바라크가 지적하듯, 현대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어 하나의 문제는 바로 "에너지"라는 개념 자체에 있다. 19세기 물리학은 에너지를 다양한 형태로 변환될 수 있는 보편적인 힘으로 정의했다. , 에너지는 교환 가능하며 범용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개념은 바라크와 프레소가 취약한 역사적 구성물이라고 밝힌 "에너지 전환" 서사의 토대를 마련했다. 석탄은 그러한 새로운 에너지 개념을 가장 대표적으로 구현한 원료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세계를 에너지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식이 정착되었다.

샤를 조제프 미나르, 1864년 영국 석탄 수출

그러한 보편화된 석탄의 에너지개념은 석탄이 석유로 대체되고, 이어서 석유가 원자력이나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라는 상상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각 에너지원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간과한다. 새로운 에너지원이 도입될 때, 기존의 에너지원은 단순히 폐기되거나 완전히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재활용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바라크는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설명한다.

《제국을 움직인다》(Powering Empire)는 두 개의 중심 주제로 나눈다. 첫 세 개의 장에서는 우리가 흔히 받아들이는 "에너지 체제" 개념을 뒤흔든다. 기존의 사고방식에서는 석탄이 산업적으로 도입되기 전과 후를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하지만, 정작 우리는 아직까지도 기존의 동력원을 완전히 버리는 의미에서의 "에너지 전환"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증기력이 바이오매스나 수력과 경쟁했고, 결국 이를 대체했다고 확신하는 것일까? 현실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오히려 기존 에너지원의 지속적인 사용 증가다. 다른 이들이 "대체"를 이야기하는 곳에서 나는 에너지원의 강화와 연료 사용의 다양화를 본다. 다른 이들이 "전환"을 논할 때 나는 재배치와 재활용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에너지 발전이 점진적이고 단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석탄이 에너지원으로 등장하며 명확한 단절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적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연속성 또한 그만큼 중요했으며, 그 피해도 절대 적지 않았다. 석탄은 바이오매스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활성화했다. 또한 석탄이 석유로 대체된 것이 아니라, 석유가 석탄을 확장하면서 그대로 제국주의적 역할을 이어갔다.

공간적으로 보면, 이 책은 제국의 에너지 프로젝트들이 서로 얽혀 있으며, 하나의 에너지원이 또 다른 에너지원의 성장을 촉진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존의 동력들은 단순히 폐기되거나 재활용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의존도가 증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결과적으로 석탄이 도입된 이후 사람과 동물의 노동력, 수력 사용량은 이전보다 증가했다. 놀랍게도, "석유의 시대"에 석탄 채굴량 자체도 많이 증가했다.

우리가 이러한 사실과 그 환경적 영향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열역학이 만들어낸 "동일한 에너지 총량"이라는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에너지원들을 하나의 총합 안에서 단순 비교하며 상대적·통계적으로만 그 영향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프레소의 핵심적인 저서는 바라크의 주장을 더욱 확장한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다루며, 그는 에너지 시스템이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환"이라는 개념이 20세기 초에 어떻게 자리 잡았고, 이후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원자력 낙관주의 시대를 거쳐 1970~80년대의 위기 국면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설명한다.

바라크는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를 다루는 반면, 프레소는 1990년대 초까지만 논의를 확장한다. 이는 아쉬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지난 25년 동안 이들의 기본 논지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광범위한 규모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에너지 전환 모델이 가장 극적으로 실패하는 지점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경제 성장 과정, 1990년대 이후 중국의 성장이다.

2000년대 초 중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한 도시화 추진을 이끌었고, 전 세계 제조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첨단 기술 허브로 부상했다. 그런데 이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석유도, 원자력도 아닌, 바로 "구식" 석탄이었다.

 출처: Our World In Data

바라크는 서구 중심적인 에너지 개념을 "지역화(provincializing)"하는 것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래 그래프만큼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를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중국이 석탄을 동원한 규모는 서구의 전체 중공업 역사를 압도할 정도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직면한 탈탄소화(decarbonization) 프로젝트가 얼마나 급진적인 변화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리고 여전히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두 가지 의미에서 역사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첫째, 탈탄소화는 화석 연료로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 전체를 단계적으로 해체하는 과정이다.

둘째, 이 전례 없는 재구성의 과정은 오직 아시아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는 서구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Chartbook 347 The trouble with transitioning: putting energy history back on its feet.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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