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의 시대, 호화 요트 침몰에 가려진 죽음

출처: Unsplash+ & Polina Kuzovkova

최근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지난해 빈곤과 분쟁을 피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던 3,000명 이상의 이주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소식은 전 세계 주요 언론에서 거의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올여름 지중해에서 일어난 한 건의 비극은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8월 19일 월요일, 무시무시한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시칠리아 팔레르모 앞바다에서 '가라앉지 않는 것'로 여겨지던 보트가 침몰했다. 탑승자 22명 중 7명이 사망했다.

이 침몰 사고가 그토록 뉴스 가치가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침몰한 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알루미늄 돛대를 자랑하는 호화 요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슈퍼요트의 침몰로 인한 사상자 중에는 한때 “영국의 빌 게이츠”로 칭송받았던 하이테크 기업 CEO도 포함되어 있었다.

요트의 소유주인 마이크 린치 최고 경영자는 10년 전부터 이 항해를 축하의 자리로 구상하고 있었다. 불과 몇 주 전, 북부 캘리포니아의 연방 배심원단은 수 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린치의 소프트웨어 회사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는 혐의에 대해 린치와 그의 부사장 중 한 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러한 부풀리기로 인해 2011년 회사가 휴렛팩커드에 110억 달러 이상에 매각되었고, 이 거래로 린치는 개인적으로 약 8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고 기소했었다. 

그러나 매각 후 1년 만에 린치의 회사 가치는 약 88억 달러나 폭락했고, 휴렛팩커드는 린치에 대한 회계 부정 혐의를 영국 중대사기수사청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의뢰했다. 이 의뢰는 결국 휴렛팩커드의 민사 소송 승리와 2019년 린치의 핵심 임원에 대한 형사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59세의 린치와 그의 재무 부사장 키스 체임벌린은 비슷한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훨씬 더 좋은 운을 가졌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은 영원히 자신들의 무죄 판결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린치는 그의 요트가 침몰하면서 익사했고, 그의 최고의 재판 변호사와 금융 대기업 모건 스탠리 국제 부문 회장, 린치의 변호를 위한 주요 증인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 언론이 이 린치의 요트 침몰에 특히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날 린치와 함께 무죄를 선고받은 공동 피고인 체임벌린이 조깅 중 차에 치여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그리고 린치의 초호화 요트 선장과 그의 승무원 중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살아남았는데, 린치와 다른 승객 6명은 왜 목숨을 잃었을까? 끝없는 음모론을 위한 이토도록 좋은 먹잇감이라니!

그러나 우리가 린치의 2,500만 달러짜리 요트가 그날 밤 폭풍 속에서 그렇게 빨리 침몰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음모론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그 책임의 결코 작지 않은 부분이 기후 변화에 있다. 그의 억만장자 경쟁자들로 이루어진 어떤 음모의 책임도 아니다.

지난 6월, 파이낸셜 타임즈의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지중해의 수온은 15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었다. 수온이 높아지면 더 많은 극심한 기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시속 70마일에 가까운 '사나운 바람'을 동반한 토네이도 같은 물보라가 린치가 마지막으로 슈퍼요트를 정박했던 곳 바로 근처를 강타한 것이 그 중 하나였다. 

그 거센 바람이 요트를 처음 강타한 순간부터 요트가 가라앉는 순간까지 불과 16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렇게 크고 현대적이며 잘 갖춰진 요트가 빠르게 침몰한 것은 해양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극심한 기상 현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지중해에서 여름을 보내고 카리브해에서 겨울을 보내는 슈퍼요트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트를 소유한 슈퍼리치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들 외에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우리 지구는 작지 않은 부분에서 전반적으로 기후 위기를 부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지구의 기후 붕괴를 초래하는 무분별한 기업 관행을 끝내기 위해 전 세계가 진지하게 노력한다면 부유층이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가장 부유한 사람들 중에는 물론 화석 연료 산업의 최고 경영자들과 투자자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석유 산업의 거물들만이 아니라 모든 슈퍼리치들은 기후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화석 연료가 이미 초래한 혼란에 대처하고, 노동자 친화적인 탄소 없는 미래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면 막대한 재정 자원이 필요하다. 그 자원은 부자들과 그들의 기업들이 공정한 세금을 내기 시작해야만 조달할 수 있다.

영국 기반의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0.5%의 재산에 대해 단지 1.7%에서 3.5%의 세금을 부과하면 연간 2.1조 달러를 모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조세정의네트워크의 앨리슨 슐츠는 대부분의 세계 부유한 국가들이 그 제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슐츠는 "지금 당장 변화가 필요하다. 기후는 기다릴 수 없고, 전세계의 사람들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한다.

[출처] On Our Climate-Challenged Planet, Only Some Deaths Seem to Matter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샘 피지개티(Sam Pizzigati )는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정책 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에서 불평등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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