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5년 1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3%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은 다섯 달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고, 식품 물가 상승률은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품 가격은 다시 급등했는데,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계란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계란 가격이 15.2% 상승해 2015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또한, 전 세계 남반구 지역에서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농작물이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날씨의 영향을 받으면서 흉작이 발생해 코코아와 커피 가격이 급등했다.
이른바 ‘근원 물가’(변동성이 크다고 간주되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더욱 상승해 3.3%를 기록했으며, 미국 가구의 보험료, 임대료,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중고차 가격도 급등했는데, 미국인들이 고가의 신규 전기차 대신 더 저렴한 자동차를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198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은 하락했지만, 근원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고정가격 소비자물가지수(Sticky Price CPI)’도 있다. 이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품목 중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자주 변하는 상품과 서비스로 계산된다. 따라서 자주 변하는 가격보다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를 더 많이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이 지표는 더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 2%라는 목표치에 가까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이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할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준은 모든 대출 금리의 하한선을 설정하는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에 불행한 소식은 미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4년 4분기 미국 경제는 연간 2.3% 성장했는데, 이는 3분기(3.1%)보다 낮아진 것이며, 최근 3개 분기 중 가장 느린 성장 속도였다. 또한, 미국의 경제활동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기업의 고정자본 투자 감소로, 건물과 장비 부문에서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고정자본 투자는 2023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축소되었으며(-0.6% vs 2.1%), 장비 부문(7.8% vs 10.8%)과 건물 부문(-1.1% vs -5%) 모두 하락했다.
영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2월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소폭 하락해 2.5%를 기록했지만, 1월에는 다시 2.8%에 도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영국 중앙은행은 올해 말까지 인플레이션이 연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경제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계속 침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중앙은행은 현재 올해 영국 경제 성장률을 0.75%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불과 3개월 전 1.5% 성장 전망에서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유로존의 경우, 1월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2.5%로 상승했으며, 이는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승은 주로 에너지 비용의 급등에 의해 촉진되었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연 2.7%로 유지되었다. 따라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유럽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상회하며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중앙은행은 여전히 올해 말까지 연 2%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유로존 경제는 정체 상태에 있으며, 실질 GDP 성장률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024년 12월 3.6%로 급등했으며, 이는 이전 달의 2.9%에서 상승한 것으로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식품 가격은 1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근원 인플레이션율도 3%를 기록하며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일본은 사실상 인플레이션이 없는 나라로 알려졌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본의 금융 당국은 인플레이션 상승이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물가를 끌어올리려 해왔다(다소 이상한 이론이다). 그러나 2024년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이는 2023년의 1.9% 성장률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것이다. 다만, 2024년 4분기에는 경제가 소폭 회복세를 보였는데, 이는 주로 수출 증가에 힘입은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주요 경제권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기운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즉, 낮거나 정체된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트럼프가 올해 수입 관세 인상과 정부 지출 삭감 조치를 시행할 경우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 충격이 반영되기도 전의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주식시장 내 금융 투자자들은 크게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기술 기업들의 인공지능 투자 가치를 흔들었던 ‘딥시크’ 출범조차도 결국 시장에서 소화되었다. 초기 하락 이후, 미국 주식시장 가격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 위협을 실제로 전부 이행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으며, 정부 부처를 약화시키려는 머스크의 정책을 ‘작은 정부’ 실현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또한, 트럼프가 기업 이익과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수익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LSEG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S&P 500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5.1%로 추정된다. FactSet은 이 증가율이 16.9%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2021년 4분기 이후 S&P 500 지수가 기록한 가장 높은 연간 이익 증가율이 될 전망이다. 또한, 이는 6개 분기 연속 연간 이익 증가세를 기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기업 이익 급증은 주로 은행 부문이 주도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높은 금리와 기업 대출 거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또 다른 주요 수혜 부문은 통신 산업으로, 미디어 및 기술 대기업들이 2024년 S&P 500 기업 이익 증가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최근 미국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7개의 거대 기술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미국 주식시장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는 올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인공지능 용량 확대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급성장하는 은행·소셜미디어·기술 부문을 제외한 미국 대다수 기업들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S&P 500의 주당 잉여현금흐름은 지난 3년간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러셀 20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43%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 기업의 총 부채 대비 이자 비용 비율은 7.1%에 도달했으며,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재정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미국 기업 파산 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최소 686개 기업이 파산을 신청했으며, 이는 2023년보다 약 8% 증가한 수치이며, 2010년(828건) 이후 가장 높은 연간 파산 건수다.
미국 기업들은 정크 론(junk loan) 부실 채무를 기록하며, 지난 4년간 가장 빠른 속도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저금리 대출을 활용해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레버리지드 론(leveraged loans) — 즉, 은행이 제공한 고수익 대출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각한 대출 상품 — 의 경우 변동 금리가 적용되므로, 팬데믹 당시 초저금리 환경에서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차입 비용으로 인해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거하고 주식시장 가격과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살펴보면, 금융 부문을 제외한 미국 경제의 생산적 부문에서 실제로 창출되는 이익과 미국 주식시장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레프테리스 츠울피디스(Lefteris Tsoulfidis)가 작성한 그래프에서 잘 드러난다.
나 또한 미국 기업 부문의 이익과 주식시장 가치를 비교하는 유사한 지표를 작성했다. 토빈의 Q(Tobin’s Q)는 주식시장 가치와 장부가치(즉,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회계 장부에 기록된 자산 가치)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여기에 더해, 나는 기업 이익을 기업 자산의 순가치 대비 비율로 측정했다. 현재 토빈의 Q는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는 주식시장 가치가 기업 자산과 비교해 극도로 과대평가되었음을 의미한다. 반면, 기업 이익이 기업 자산 대비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록펠러 인터내셔널의 회장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가 한 말을 다시 언급하겠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 호황을 "모든 거품의 어머니(mother of all bubbles)" 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을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기술주나 AI, 혹은 성장과 모멘텀 중심의 투자 전략에서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논의는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거품의 어머니’를 가리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사고를 철저히 지배하는 미국 시장은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과도하게 소유되고, 과대평가되고, 과장되어 있다. 모든 거품이 그렇듯, 이 거품이 언제 꺼질지, 무엇이 붕괴의 방아쇠를 당길지는 알기 어렵다.”
주요 경제권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경제 성장은 실종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금융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조합이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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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