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와 BRICS 2025
늦은 단계의 야만을 마주한 유라시아의 재편
지난주(9월 2일과 3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회의는 세계가 두 개의 거대한 블록으로 나뉘는 방식을 정의하는 데 있어 놀라운 진전을 이루는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 글로벌 사우스 다수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혼란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를 단극적으로 통제하려는 미국 주도의 점점 더 격화되는 ‘뜨거운 전쟁’ 시도에서 경제를 해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SCO 회원국들은 미국의 통제에 저항하려는 나라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무역 및 통화 혼란뿐 아니라 직접적인 군사적 대결까지 강요하는 미국의 시도에 대응하고자 했다.
중국 톈진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다. 출처: SCO 페이스북
SCO 회의는 다른 나라들의 무역, 통화, 군사적 독립을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회원국 간 상호 무역과 투자로 대체하는 기본 원칙을 정의하는 실용적인 포럼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 국내 경제를 위한 미국의 신용, 그리고 상호 무역·투자 거래에서의 달러 사용 의존도를 점점 줄이고 있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SCO 회원국들이 발표한 원칙들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년 전 약속되었던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를 구체화할 무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미국과 그 위성국들에 의해 완전히 왜곡되어 왔으며,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이제 이를 인류 문명과 국제 외교, 무역, 금융의 기본 규칙에서 벗어난 긴 역사적 우회로로 보고, 다시 본래의 원칙으로 돌아가길 희망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칙이나 그 동기에 대해 서방 주류 언론에서 단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열린 회의를 미국에 대한 공격 계획으로 묘사했으며, 이를 미국의 행동에 대한 대응으로 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소셜 게시글에서 이 태도를 가장 간결하게 요약했다.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나의 따뜻한 안부를 전해 달라. 미국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안 말이다.”
미국 언론이 중국 SCO 회의를 다루는 방식은, 마치 전경의 나무에 초점을 맞춘 호쿠사이(Hokusai)의 유명한 판화가 배경 속 멀리 있는 도시를 완전히 가려버리는 것을 연상시켰다. 국제 문제라면 무엇이든 모든 것이 미국 중심으로 해석됐다. 기본 서사는 ‘외국 정부가 미국에 적대적이다’라는 것이며, 그 적대가 미국의 공격적 행위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라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SCO 회의와 그 지정학적 논의에 대한 언론의 다루는 방식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벌어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쟁을 다루는 방식과 놀라울 만큼 유사했다. 두 사건 모두 미국(그리고 그 동맹국들)에 관한 이야기로만 보도됐고, 중국,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및 기타 국가들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질서 있는 무역과 투자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묘사되는 것처럼(러시아가 나토의 자국 안보에 대한 공격에 대응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은 채), 톈진에서 열린 SCO 회의와 이어진 베이징 회의 역시 ‘서방을 겨냥한 음모’로 묘사됐다. 마치 이 회의들이 온전히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것처럼 다뤄졌다.
9월 3일,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푸틴을 ‘우리 시대에서 가장 심각한 전범일지도 모른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가 무고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2014년 쿠데타 이후 이어진 상황과 무관한 주장이라고 했다. 푸틴은 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새로운 지배국가가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나라가 동등한 입장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회의 직후 열린 베이징의 군사 퍼레이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창설된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들이 파시즘을 종식시키고 유엔의 원칙에 기반한 공정하고 평등한 세계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계에 다시 상기시켰다. 이러한 회의를 서방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하는 것은, 사실상 서방 자신이 1944~1945년에 약속한 다자적 원칙을 포기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뒤집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부정하는 것이었다.
미국과 유럽이 SCO 회의를 ‘서방에 대한 적대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단순한 서구 중심주의적 자기애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도적인 검열 정책이었다. 즉,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대한 대안이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논의하지 않으려는 정책이었다. NATO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Mark Rutte)는 “푸틴이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으며, 이는 곧 ‘대안적인 생산적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국가들의 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였다. 이는 지난 며칠간 중국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경제 질서를 여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사실을 서방이 의도적으로 외면한다는 의미였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의 초점은 대립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연설들과 기자회견은 SCO 회원국들이 어떻게 관계를 공고히 할지, 세부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밝혔다. 특히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가 서방의 경제·군사적 공격적 행태와 최소한으로만 접촉하며 독자적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논의했다.
실제로 군사적 대결을 위협하는 쪽은 NATO였다. 그 긴장은 우크라이나에서 발트해, 시리아, 가자, 남중국해, 베네수엘라, 북아프리카까지 걸쳐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위협은 서방의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민영화,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였다. SCO와 BRICS(브릭스)는, 후속 회의에서 논의한 것처럼, 탈산업화가 진행되는 서방에서 발생하는 생활 수준 하락과 경제 침체를 피하고자 했다. 이들은 생활 수준과 생산성을 높이길 원했다. SCO와 BRICS가 시도하는 것은 ‘대안적이고 더 생산적인 경제 발전 계획’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서방에서는 이 시도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이번 거대한 분열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시베리아 파워 2 가스 파이프라인이었다. 원래 이 가스는 노르트스트림 1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그 계획은 완전히 끝났다. 이제 시베리아 가스는 몽골과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과거 이 가스는 유럽 산업을 가동했지만, 이제는 중국과 몽골의 산업을 움직일 것이다. 반면 유럽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과 감소하는 북해 공급에 의존해야 하며, 훨씬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
SCO 회의의 지정학적 결과 일부
SCO와 BRICS의 무역, 투자, 결제 체계가 성공적으로 통합되는 것과 미국의 불안정화 전략 사이의 극명한 대비는, 국가들이 미국·NATO 블록과 BRICS·글로벌 사우스 두 진영에 동시에 참여하려는 시도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 압력은 특히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UAE는 BRICS 회원국이며, 사우디와 튀르키예는 옵서버 국가였지만, 아랍 국가들은 달러에 대한 금융적 노출이 크고 미국 군사기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더욱 취약했다. (인도는 아제르바이잔의 가입을 차단했다.)
두 가지 주요 역학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었다. 첫째, BRICS와 글로벌 사우스는 대안적인 경제 발전 계획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NATO의 경제적 공격에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했다. 이들은 자국 경제를 ‘탈달러화’해 미국 시장에 대한 무역 의존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미국이 자국의 대외 무역과 통화 체계를 무기화해 기존에 구축된 공급망 접근을 차단하고 경제를 교란하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
둘째, 미국 경제가 금융화와 부채 부담 증가로 양극화되고, 축소되며, 탈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매력적이지 않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탈달러화로 인해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까지 심화되고 있었다. 미국 경제는 부채로 레버리지된 금융 거품에도 노출되어 있었고, 이는 언제든 갑작스럽게 붕괴할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역학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경제 시스템과 정책의 대조를 보여줬다. 한쪽은 과두적 민영화와 금융화에 기반한 시장, 즉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이었다. 다른 한쪽은 산업 사회주의 경제였다. 후자의 사회주의 모델은 초기 산업 자본주의의 역학을 논리적으로 확장한 것으로, 생산을 합리화하고 지대 추구 계층이 생산적 역할 없이 요구하는 수익으로 인해 발생하는 낭비와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여기서 지대 추구 계층은 지주, 독점 기업, 금융 부문을 포함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세계를 통제할 수 없다면 차라리 세계를 파괴하려 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알리스테어 크룩(Alastair Crooke)은 최근 “복음주의 기독교 운동”이 이번 상황을 ‘예수가 재림해 세상을 기독교 지하드로 개종시키는’ 격변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늦은 단계의 야만(late stage barbarism)’이라는 표현은 인터넷 전반에서 널리 쓰이고 있었다. 이 표현은 와하비 지하디스트(Wahhabi jihadists)와 알카에다(al Qaeda) 분파(물론 CIA와 MI6의 지원을 받았다), 가자와 서안지구의 시온주의자들, 아프리카 내 분쟁, 그리고 1930~40년대 나치즘 이후 보지 못했던 독일의 반러시아 정서를 동반한 우크라이나 신나치 부활을 모두 아우르고 있었다.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적대 세력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SCO, BRICS, 글로벌 사우스의 대안에 맞서 이러한 야만적 사고가 오늘날 지정학적 분열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BRICS 내 각국의 기득권 과두제 역시 가능한 한 많은 특권(즉, 경제적 지대)을 유지하려 할 것이었다. 우리는 이제 막 오랜 시간이 걸릴 과정의 시작에 서 있을 뿐이었다. 현재로서는 모든 회원국들이 상호 간의 무역 및 국제수지 관계를 보호하고, 상호 투자 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따라서 진정한 ‘새로운 문명’의 도래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그 유럽 위성국들의 정책은 이 대전환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출처] The Day the Dollar Blinke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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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은 월스트리트 금융 분석가, 캔자스시티 미주리대학교 경제학 석좌 연구 교수, 장기경제동향연구소(ISLET) 대표다. 주요 저서로 ⟪미국 제국의 경제 전략⟫, ⟪그리고 그들의 빚을 용서하라⟫, ⟪호스트 죽이기⟫, ⟪버블과 그 이후⟫ 등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