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하청노동자 투쟁, 성과금 합의에서 원청 파업 국면으로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에 현대제철·한화오션 하청노동자 쟁의권 확보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연말 성과금 차별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 원청 책임 논쟁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이어지며현대제철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한 합법적 파업 국면에 들어섰다.

한화오션·하청 성과금 동일 비율 지급 발표


12월 15
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 출처: 전국금속노동조합

지난 2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조선 하청 3지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한화오션이 2025년 연말 성과금을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에게 동일한 비율로 지급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노조는 이를 조선업 현장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성과금 차별을 깨는 첫 사례로 평가하며,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삼성중공업에도 동일한 결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이 기업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2022년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파업과 이후 노조법 개정 투쟁의 결과라고 밝혔다다만 근속 기간국적고용 형태에 따른 차등 지급이나 다단계 하청 노동자 배제 등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26일 고용노동부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을 내놓자금속노조는 즉각 반발했다노조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설정해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쟁의권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해석지침이 구조적 통제를 핵심 기준으로 삼으면서사실상 불법파견 수준이 돼야만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읽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는 개정 노조법의 취지인 하청노동자 노동3권 보장과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중노위현대제철·한화오션 쟁의조정 중지 결정

26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하청 쟁의조정 사건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중노위는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고 조정회의 과정에서 사측이 반복적으로 불출석한 점 등을 이유로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절차를 종료했다.

이 결정으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와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원청을 상대로 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중노위가 하청노동자의 원청 대상 쟁의권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중노위는 결정문에서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을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판단하면서도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동시에 원청 측에 대해 하청노동자들이 제기한 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할 것을 촉구했다.

파업 국면 진입… 노조 원청 책임 회피 더는 용납 못 해

12월 26일 금속노조 결의대회. 출처:전국금속노동조합

조정 중지 결정 직후 금속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성과금 차별 문제에서 시작된 하청노동자의 요구는 이제 원청 교섭과 노동3권 보장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해석지침과 원청의 교섭 회피를 넘어현장에서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법 개정의 핵심은 원청 책임 인정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의 핵심은 하청·간접고용 노동자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문을 넓힌 데 있다그동안 원청 기업들은 직접 고용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 책임을 회피해 왔고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은 형식적인 하청업체 수준에 머물러 왔다.

법 개정은 이러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사용자 개념을 확대했지만실제 현장에서 어디까지를 원청 사용자성으로 볼 것인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었다.

논란은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으로 더 커졌다노동부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요소로 구조적 통제를 제시하며노동시간·작업강도·작업환경 등 핵심 노동조건을 원청이 사실상 결정하는 경우에 한해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기준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 지침이 불법파견 판단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준만으로는 부족하고사실상 직접 고용에 가까운 수준이 돼야 교섭권을 인정하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노조는 이를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무력화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12월 26일 금속노조 결의대회. 출처:전국금속노동조합

중노위 결정해석지침과 다른 결론

이런 상황에서 나온 중앙노동위원회의 12월 26일 조정 중지 결정은 주목받았다중노위는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조정 절차를 진행했으며사측의 반복적인 불출석과 입장 차이를 이유로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종료했다.

결과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이는 하청노동자의 원청 대상 쟁의조정 사건에서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한 첫 사례로개정 노조법 이후 제도 적용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정 중지가 갖는 실질적 의미

조정 중지는 중노위가 노사 간 합의를 중재할 수 없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하지만동시에 노동조합에는 파업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길을 열어준다이번 결정으로 현대제철·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됐다.

중노위는 결정문에서 원청 측에 대해 하청노동자들이 제기한 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할 것을 촉구했다법적으로는 교섭을 강제하지 않지만원청 사용자성을 사실상 인정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계는 이번 사안을 개정 노조법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노동부 해석지침이 교섭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하청노동자의 권리는 다시 제약될 수 있다반대로 중노위 결정처럼 원청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단이 이어질 경우원청 교섭과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금속노조는 정부의 해석이 아니라 노동자의 투쟁으로 노조법의 취지를 현장에서 구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조정 중지 이후 본격화될 파업 국면이 원청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지그리고 개정 노조법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가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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