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공공운수노조는 2026년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고용·임금 등 구조적 성차별과 일터의 성희롱·괴롭힘 등 젠더기반폭력에 맞서 싸우는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사회적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학교 급식실에서 병들어 쓰러지는 동료들, AI 도입 이후 더 빠르고 더 많이 일하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들, 젠더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안전은 보호받지 못하는 상담노동자들, 쉴 곳도 화장실도 없이 현장을 떠도는 돌봄노동자들, ‘단정함’이라는 이름으로 몸을 통제당하는 여성승무원들처럼, 여성노동자들은 일상 속 차별과 폭력의 현장에서 자신의 건강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은 여성노동자 건강권을 단순한 산재 예방을 넘어 저임금·감정·꾸밈노동, 젠더폭력, 휴식이 배제된 노동조건 등 여성에게 구조적으로 전가되는 신체적·정신적 손상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해 조명하며,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윤재훈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프레스센터분회 분회장(가운데)
저는 프레스센터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입니다.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난생처음 철야 농성이라는 것을 해봤습니다. 대다수 여성노동자들이 그렇겠지만 퇴근 후에도 돌봐야 할 가족들이 있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철야농성 결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는 살 수 없다 생각해 투쟁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승리하여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네요.
프레스센터는 매년 용역업체가 바뀌고, 우리는 매년 신입사원이 됩니다. 이에 따라 근속 연차도 늘지 않고 항상 같은 자리입니다. 십수 년을 일한 언니들도 어제 들어온 신입 노동자도 처우가 똑같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들어올 때마다 우리가 그동안 투쟁해서 만들어 낸 임금 및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 승계를 위해 또다시 사측과 싸워야 합니다. 최저입찰제를 통해 들어온 용역업체는 우리 청소노동자들을 쥐어짜 그 돈을 메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위험부담을 안고 일해야 했고, 한 해도 투쟁 없이 지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2025년에 들어온 ‘경기교육’이라는 용역업체는 그중 최악이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임단협 승계를 거부해 우리가 투쟁을 통해 이루어낸 임단협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임금을 삭감하면서도 노동조합과는 대화하지 않으려 했고, 노동조합을 탄압했습니다.
우리는 이 현장을 십수 년 동안 지켜왔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해왔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첫차를 타고 남들보다 먼저 출근해서 680평이나 되는 프레스센터 곳곳을 쓸고 닦았습니다. 분리수거도 되지 않은 150여 개의 쓰레기통 속 쓰레기를 하나하나 분리했습니다. 새벽이라 에어컨도 켜지지 않는 곳에서 여름에는 땀으로 눈도 못 뜨면서 이 모든 일을 해왔습니다. 우리의 노동은 이 악덕 용역업체가 무시할 만큼 절대 하찮은 노동이 아닙니다.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노동입니다.
단 일 년짜리 악덕 용역업체가 들어와 우리가 흘린 땀 우리가 지켜온 현장을 뒤엎으려 드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모든 일의 원인 제공자이자 책임 당사자인 진짜 사장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지금의 사태에 대해 책임지라고, 이 사태를 하루 빨리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몇 달 동안 똑같았습니다. “문체부 소속 기관이라 정부 지침과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뿐이었고, 책임 회피는 계속되었습니다.
진짜 사장 한국언론재단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운데 ‘경기교육’이라는 이 용역업체는 계속 시간만 끌었습니다.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두꺼운 패딩 점퍼와 패딩 조끼, 실외용 안전화를 지급해 놓고는 돈이 많이 들었다며 생색을 냈습니다. 인건비를 깎고, 임금 인상분도 연차수당도 복지기금도 못 주겠다며 버티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깊은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매년 이런 불안 속에 살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부당한 현실 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철야 농성을 결의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천막농성 3일차를 맞은 프레스센터분회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천막을 칠 때는 솔직히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습니다. “우리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해야 할 일들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천막농성에 들어가자 그 모든 불안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웃고, 캠핑 온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를 다독이며 투쟁했습니다. 이 공간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그렇게 17일간의 천막농성을 포함해 6개월간의 투쟁 끝에 우리는 진짜 사장인 언론진흥재단을 상대로 입찰제도를 바꾸는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매년 바뀌던 용역 입찰은 3년 다년 계약으로 바뀌었고, 최저입찰로 책정되던 임금은 전년도 협약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었으며, 최저 상여금도 세 배 이상 인상되었습니다. 엄마와 아내로서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의 노동을 인정받고 권리를 찾기 위한 이 투쟁이 승리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공공운수노조가 있었고, 여러 단체들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권리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현장, 우리의 노동을 가볍게 여기는 일터에 침묵이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차별을, 착취를 당연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단결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입으로만 외치던 단결과 연대의 힘이 얼마나 큰지 몸소 느꼈습니다. 함께 서고 함께 싸울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만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내년, 후년, 또 그 이후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싸워야 합니다. 우리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은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노동이며 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노동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투쟁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힘들게 싸워 얻어낸 이 결실을 계속 지켜내기 위해서, 여성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도 투쟁으로 연대하는 여성노동자가 되겠습니다. 또 다른 승리를 만들기 위해 투쟁의 현장에서 만납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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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훈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프레스센터분회 분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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