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청년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유가족이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회사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가운데, 노동조합은 작업환경과 사고 대응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노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고 김승모 씨의 빈소가 안중장례문화센터에 마련되었다. 출처: 금속노조 만도지부
사고는 지난 22일 오후 12시 48분께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발생했다. 하청업체 소속인 김승모 씨는 머시닝센터(MCT) 설비 유지·보수 작업 중 기계에 몸이 끼인 채 발견됐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2시 40분 숨졌다. 1998년생인 김 씨는 지난해 10월 입사해 근무한 지 9개월 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사고 원인을 단순한 작업자 과실이 아니라 원청의 작업 지시와 안전관리 부실에서 찾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유지·보수 작업은 원래 2인 1조로 진행됐지만, 김 씨는 11호기 작업을 마친 뒤 원청 관리자로부터 12호기를 미리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고 혼자 기계 내부로 들어갔다. 특히 다음 주 작업 예정이던 12호기는 원청이 "이번 주 안에 끝내달라"고 요구하면서 일정이 앞당겨졌고, 사고 당시 시험가동 중이었다. 또 해당 설비는 사람이 내부에 있으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인터록 장치가 없는 구형 설비였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사고가 발생한 MCT 설비 12호기. 출처: 금속노조 만도지부
사고 이후 대응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졌다. 노조는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즉시 통보받지 못해 사고 발생 30여 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후 24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앞 기자회견과 항의 면담을 진행했고, 유가족과 함께 사고 현장을 확인했다. 유가족은 사고 현장을 확인한 뒤 회사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인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사고를 조용히 묻으려 했지만 현장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만도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고 밝혔고, 노동조합에 대응을 위임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 채 책임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도 사고 직후 MCT 설비 내부 유지·보수 작업 전면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처음에는 사고가 난 11·12호기만 멈추려 했다고 주장하며 항의했고, 이후 사고가 발생한 4라인 MCT 설비 15대 전체가 가동 중단됐다.
사측의 후속 조치도 논란이 됐다. 회사는 사고 다음 날 현장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현장 안전수칙과 작업 절차 준수에 더욱 노력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사고 원인을 노동자의 안전수칙 미준수로 돌리는 것처럼 읽힌다고 노조는 비판했다.
지난 24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서 사고현장을 방문했다. 출처: 금소노조 만도지부
노동조합은 27일 회사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는 원청의 작업 일정 압박, 2인 1조 원칙 미준수, 노후 설비 안전장치 미비, 사고 이후 대응 논란까지 잇따르면서 단순한 현장 사고를 넘어 원·하청 안전관리 체계 전반의 문제가 드러났으며,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여부가 주목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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