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리엘모 카르케디(Guglielmo Carchedi)와 나는 여러 해 동안 인플레이션 이론을 연구해 왔다. 우리는 얼마 전 상세한 논문을 완성했고, 한 마르크스주의 학술지가 게재를 승인했다. 그러나 출판에는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 연구의 축약본을 블로그에 먼저 소개하기로 했다.
블로그에서는 논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눴다. 1) 주류 인플레이션 이론, 2) 비주류 및 기타 마르크스주의 이론, 3) 우리가 ‘인플레이션의 가치이론(value theory of inflation)’이라고 부르는 이론, 4) 논문 완성 이후 나타난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에 우리 이론을 적용하는 논의다.
먼저 1부인 주류 이론부터 시작하겠다.
무엇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가는 주류 경제학이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수수께끼였다. 월터 뮌차우(Walter Munchau)는 2020년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이렇게 썼다. “중앙은행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론적·통계적 접근은 많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속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없다.” 런던정경대의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는 2021년 더 혹독하게 말했다. “현재 세계는 매우 이례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우리에게는 인플레이션에 관한 일반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전통적이거나 주류적인 인플레이션 이론들이 현대 경제에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왜 변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류 인플레이션 이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통화주의 이론, 2) 케인스주의의 ‘초과수요’ 및 비용인상 이론, 3) 중앙은행의 기대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통화주의 인플레이션 이론은 인플레이션이 순전히 통화적 현상이라고 본다. 즉 생산량 변화에 비해 통화량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인플레이션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통화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다. 생산량보다 통화량이 더 빠르게 증가할 때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통화주의 관점은 다음의 수학적 항등식에 기초한다.
MV=PY
여기서 M은 통화공급, V는 화폐유통속도, 즉 경제 안에서 화폐가 얼마나 자주 거래되는지를 나타낸다. P는 일반 물가수준, Y는 실질산출량이다. MV는 유통 중인 화폐 총량을 나타내고, PY는 경제의 명목소득 총액을 나타낸다. 통화주의는 등식의 왼쪽 항이 오른쪽 항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화폐유통속도(V)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M이 Y보다 빠르게 증가할 때 물가가 상승한다. 따라서 M의 변화가 P의 변화를 이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식은 항등식에 불과하다. 인과관계의 방향을 전제로 삼을 수는 없다. 마르크스(Marx)는 통화주의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마르크스에게 화폐는 가치 자체가 아니라 가치의 표현이다. 따라서 유통되는 화폐량을 결정하는 것은 상품의 가치와 가격 변화다.
“유통속도가 주어져 있다면 유통수단의 양은 단순히 상품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화폐가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유통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거나 낮은 것이 아니다. 가격이 높거나 낮으므로 더 많거나 더 적은 화폐가 유통된다.”
생산가격(P)의 변화가 유통화폐(MV)의 변화를 결정한다. 그리고 가격은 모든 상품을 생산하는 데 투입된 노동시간으로 측정하는 가치(Y)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상품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다시 말해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나 더 적은 노동이 필요해지면, 상품 유통에 필요한 화폐량도 늘거나 줄어든다. 화폐는 가치의 표현이지 가치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치는 화폐가 아니라 인간 노동의 지출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프리드먼과 마르크스 가운데 누가 옳은가. MV의 변화가 PY의 변화를 일으키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통화공급(M)의 변화와 물가(P)의 변화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가. 그림 1은 미국 통화공급(M2)의 연간 증가율과 ‘암묵적’ GDP 디플레이터로 측정한 인플레이션을 보여준다. 1990년대까지 두 지표의 상관관계는 비교적 밀접해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의 통화공급 증가율은 추세적으로 높아졌지만, 물가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낮아졌다. 두 지표 사이에는 오히려 음의 상관관계도 나타났다. 1960년 이후 전체 기간을 보면 통화공급과 물가의 상관계수는 0.21로 낮았다.
<미국 M2 통화공급과 GDP 암묵적 디플레이터 연간 증감률(%)> 출처: FRED, 저자 계산
통화공급 변화와 물가 변화의 상관관계가 약한 핵심 이유는 통화공급과 유통화폐가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폐를 쌓아두거나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하면 통화공급과 물가의 관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1990년대 중반 이후 통화공급 증가율과 GDP 디플레이터 사이의 격차가 확대된 것은 화폐가 생산자산이 아니라 금융자산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은 전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후 글에서는 생산가격, 다시 말해 상품가치의 변화가 ‘유통화폐’를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이는 통화주의와 정반대다.
두 번째 주류 이론은 케인스주의다. 현재 주류 인플레이션 설명에서 가장 지배적인 이론이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을 지낸 제이슨 퍼먼(Jason Furman)은 최근 비용인상 이론의 전형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임금이 오르면 가격도 오른다. 항공유나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 항공사나 식당은 가격을 인상한다. 마찬가지로 승무원이나 종업원의 임금이 오르면 가격도 올린다. 이는 기본적인 미시경제학과 상식에서 나온다.”(퍼먼, 2022년)
이 설명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다. 기업은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비용인상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마르크스는 이미 1865년에 이 이론에 답했다. 그는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고 주장한 노동조합 활동가 웨스턴(Weston)과 논쟁하면서, 임금 인상은 “자본의 선행 조치에 대한 노동의 반작용”이며 “임금 인상은 대체로 앞선 물가 상승을 뒤따라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퍼먼은 임금이나 원자재 비용 상승이 이윤 감소로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을 놓친다. 일정한 가치 총량이 주어져 있다면 임금이 오를 때 이윤이 떨어질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므로 가격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퍼먼의 주장은 수익성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연구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196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 발생한 과거 사례를 국가 간 데이터베이스로 분석했다. 연구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적어도 물가와 임금이 지속적으로 가속하는 현상으로 정의한 임금-물가 악순환은 최근 역사적 기록에서 찾기 어렵다. 1960년대 이후 물가와 임금이 함께 가속한 79개 사례 가운데 8개 분기 뒤에도 상승세가 더 빨라진 경우는 소수에 그쳤다. 더욱이 오늘날과 비슷하게 실질임금이 크게 하락한 사례를 보면 임금과 물가가 지속적으로 함께 가속한 경우는 더욱 찾기 어렵다. 그런 경우 명목임금은 실질임금 손실을 일부 회복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는 경향을 보였고, 증가율은 최초 가속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안정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결국 임금 증가율은 관찰된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긴축 수준에 부합했다. 이 메커니즘이 임금-물가 악순환으로 부를 수 있는 지속적 가속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임금은 가격을 따라잡으려 할 뿐이다. 그럼에도 임금 인상은 ‘임금-물가 악순환’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는 1865년 마르크스의 견해와 일치한다.
케인스주의 이론의 또 다른 변형은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이 이론은 실제 GDP가 생산능력의 한계, 완전고용을 포함한 ‘잠재 GDP’를 넘어설 때 양의 산출갭이 발생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고 본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과잉수요’, 다시 말해 공급능력의 한계를 초과하는 수요에서 비롯된다. 이런 과잉수요는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완전고용 상태에서 빠르게 상승하는 임금 때문에 발생할 수 있고, 공급망 제약과 에너지 충격으로 잠재 GDP가 하락하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과잉수요’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무엇인가. 케인스주의자들은 임금과 물가 변화 사이의 ‘상충관계’, 또는 실업과 물가 변화 사이의 상충관계를 제시한다. 전자는 양의 상관관계, 후자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야 한다. 이 상충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곡선이 된다. A. W. 필립스(A. W. Phillips)는 1958년 이른바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을 통해 이를 처음 주장했다. 그러나 전후 미국 경제의 자료를 보면 필립스 관계는 곡선이라기보다 대체로 평평하다. 다음은 우리가 미국 자료로 직접 계산한 결과다.
<필립스 곡선: 미국 실업률과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출처: FRED, 저자 계산
다른 실증연구들도 필립스곡선이 대체로 평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임금이나 물가와 실업 사이에는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가 없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메리 데일리(Mary Daly)는 “실업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결론 내렸다. 국제결제은행(BIS)의 경제학자 클라우디오 보리오(Claudio Borio)도 “노동시장 유휴 정도에 대한 인플레이션의 반응은 점차 약해졌고, 통계적으로 0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도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유휴 수준에 예상보다 반응하지 않았고, 필립스곡선은 매우 평평하다”고 결론 내렸다. 제롬 파월전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문제를 인정했다. “실업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존재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는 오래전에 끝났다.” 로버트 솔로(Robert Solow)는 2018년 “필립스곡선의 기울기는 1980년대 이후 계속 평평해졌고 지금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도 “단기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관계를 나타내는 기울기는 평평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경제학자와 중앙은행은 왜 실증적 근거가 거의 없는 이론을 계속 주장하는가. 케인스주의자이자 골드만삭스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개빈 데이비스(Gavyn Davies)는 이렇게 설명했다.
“필립스곡선이 없다면 중앙은행 정책을 떠받치는 복잡한 장치 전체가 갑자기 매우 불안정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정책당국은 필립스곡선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데이비스, 2017년)
그러나 이론에 반하는 실증증거를 부정한다고 해서 이론이 덜 불안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주류 인플레이션 이론은 더욱 취약하다. 중앙은행과 국제기구들이 주로 내세우는 기대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이 이론은 경제주체의 심리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고 본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IMF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의 변화가 모두 미래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 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과 가계가 가까운 미래에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인플레이션이 현재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면, 지금부터 소비와 투자지출을 줄이기 시작하고, 이는 현재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
그러나 소비자나 가계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상한다는 사실은 애초에 왜 물가가 오르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연방준비제도 경제학자 제러미 러드(Jeremy Rudd)는 “놀랍지 않게도 우리가 가진 얼마 안 되는 증거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거시경제 전망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가계와 기업이 인플레이션 하락을 예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의 장기 확률적 추세 추정치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설문조사 사이에는 시사적인 저주파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아래 그래프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 기대나 전망도 뒤따라 낮아진다. 그러나 기대가 인플레이션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기대를 이끈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와 장기 인플레이션 추세> 전문가 예측(검은색 실선), 가계(빨간색 실선), 추정 장기 인플레이션 추세(검은색 점선)
러드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린다.
“경제학자와 경제정책 당국은 가계와 기업의 미래 인플레이션 기대가 실제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관련 이론 및 실증 문헌을 검토하면 이 믿음이 극도로 불안정한 토대 위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무비판적으로 고수하면 심각한 정책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중앙은행들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주류 인플레이션 이론은 세 가지다. 통화주의, 케인스주의의 비용인상 및 ‘초과수요’ 이론, 기대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설득력이 없고 실증자료가 뒷받침하지 않는다. 주류 경제학에 ‘인플레이션 일반이론’이 없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음 글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관한 비주류 이론과 다른 마르크스주의 이론들을 살펴보겠다.
[출처] Theories of inflation: part one – the mainstream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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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