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윤석열 비상계엄 시기에 삼성을 주목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윤석열은 애초 여성 혐오를 발판으로 집권했고, 대신 자본을 비호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파업을 준비해 온 2025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자본에도 이 사태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에 조직위는 12월 말 문제의 첫 번째 기업인 삼성전자의 4차 배당일을 앞두고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조명하는 오픈 마이크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성차별과 폭력을 규탄한 여성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연재합니다.
3.8 여성 파업 오픈마이크에서 발언하는 유지원 활동가. 전병철(비주류 사진관)
올해 있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에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빨간띠를 매고 비를 맞아가며 참석한 노동자들의 강렬한 모습을 세계 각국 온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한 외신에서는 한국에 혁명의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파업의 시대다라는 말까지 쓰기도 했습니다. 제 해외 친구도 연락이 와 “진짜 한국에 곧 혁명이 벌어지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여러 화려한 수식 속에, 생존적 고통을 더는 견딜 수 없어 뛰쳐나온 여성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손이 휘고 관절이 기형적으로 부어오르는 증상을 ‘8인치 라인 훈장’이라 불렀습니다. 3~5키로 랏을 설비에 집어넣고 다시 꺼내고 집어넣는 작업을 8시간 내내 서서 반복하고, 방광염에 시달리고 밥도 편히 못 먹는 일상 속에 우울증은 만성적인 삶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에 인터넷에 뜻 없이 삼성을 검색해 보니 글로벌 사업이 적자가 나서 전략회의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돈이 적자일 때는 간부가 다 모여서 회의하면서,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어날 때는 회의를 해본 적이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니 사실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안 해보셨을 게 뻔하니까요.
자본주의 구조는 더 약한 계층, 더 취약한 자에게 자기 위기를 전가하려 합니다. 노동자의 삶을 체제가 어떻게 파괴해 왔는지는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여성에게 미래가 없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고, 현장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은 축소되기만 합니다. 결혼하면 아이 낳고 경력 끝날 각오 안 하는 여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리휴가조차 맘 편히 쓸 수 있는 업장이 한정적이고, 육아휴직은 말뿐인 권리입니다. 경력을 택하면 미안한 엄마가 되는데 애를 택하면 내 존재를 포기해야 합니다. 철저히 사유화된 돌봄/가사 노동은 여성 노동자에게 삶을 강탈해 갔습니다.
우리가 모인 이 자리 강남역은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해 온 자리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조적 불안을 떠맡은 존재인 여성들의 죽음을 잇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고, 단순히 형량이 얼마 모자라서 그 뒤로도 수많은 여성 동료들을 잃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체계적으로 구조적 성차별을 만들고 체제 존속을 위해 여자들을 희생시키는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으면 여성해방의 그 어떤 논의도 시작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단순한 법 제정, 법 개정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조를 변혁하는 담대한 꿈이 여성들에게도 필요합니다.
강남역에서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행진. 전병철(비주류 사진관)
우리는 정말이지 그만 죽어야 합니다. 저는 죽은 여성과 성소수자들의 삶 그만 상상하고 싶습니다. 죽은 트랜스젠더 친구가, 레즈비언 친구가, 여성 친구가 이 겨울까지 살아있었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했을지 그만 짐작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냥 그 친구들이 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고 싶을 때 있고 싶은 곳에 있기를 바랍니다. 이건 사실 대단한 꿈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이 꿈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듭니다. 대단히 어려운 것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합니다. 더 앞장서서 더 담대하게 체제를 변혁하는 싸움을 열어가야 합니다. 체제를 바꾸지 못하면 우리가 죽게 됩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이제는 싸웁시다. 그 싸움에 이 자리에 계신 동지들도 함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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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원은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활동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