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산업 복합체의 역사 : 완화 치료 병동에서 본 관점

최근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정신을 차리게 해준 것 중 하나는 가브리엘 와이넌트(Gabriel Winant)의 ⟪다음 교대⟫(The Next Shift)를 읽는 것이었다이 책은 미국을 대표하는 철강 도시 피츠버그와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노동계급 가정의 삶중공업 노동병원 및 돌봄 노동이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출처 하버드 대학 출판부

 2022년 프레더릭 잭슨 터너 상(Frederick Jackson Turner Award), C.L.R. 제임스 상(C.L.R. James Award), 아이작과 타마라 도이처 기념상(Isaac and Tamara Deutscher Memorial Prize) 수상작인 가브리엘 와이넌트(Gabriel Winant)의 ⟪다음 교대⟫는 정말 놀라운 통합적 역사로저자만의 다섯 가지 주요 서사가 돋보인다.

와이넌트는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의료와 산업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보여준다병원 치료는 작은 지역 시설로 분산되며 제도화되었다고도 산업화 시대에 지역 병원은 산업으로 인해 지친 노동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역할을 했다이러한 연결은 지역 자금 구조로 더욱 강화되었다.

둘째로와이넌트는 가정 내 노동 분업과 병원의 중요한 연결 고리를 제시하며병원이 가정 내 돌봄 노동을 보완하고 노동계급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을 보여준다이렇게 병원과 공장은 단순히 산업 노동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노동계급 가족이라는 단위를 통해서도 연결되었다.

와이넌트는 1950~60년대의 균형이 탈산업화로 인해 어떻게 무너졌는지 설명한다그러나 복지 시스템이 단순히 붕괴된 것이 아니라산업 공동체와 밀접히 연결된 지역 병원의 "철밥통모델은 1980년대에 공공 자금으로 지원되는 의료 체계의 확대로 대체되었다.

확대된 의료 분야는 미국 GDP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의료 제공자들 간의 다윈식 경쟁 속에서 대학과 연계된 "연구병원들이 지역 및 글로벌 의료 경제에서 점점 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피츠버그에서는 미국의 다른 많은 탈산업화 도시들과 마찬가지로피츠버그 대학 의료 센터(University of Pittsburgh Medical Center)가 미국 철강(US Steel)을 제치고 최대 고용주로 자리 잡았다.

한편돌봄 노동 자체는 병원 노동력 내 새로운 세분화와 함께 점점 더 엄격한 기업의 통제와 감독을 받았으며노동 조건과 임금은 악화되었다돌봄 노동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면서 이는 다시 노동계급 가족 생활의 위기로 이어졌다.

이는 복잡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된 논지를 간단히 요약한 것이다와이넌트의 서술은 자랑스러운 좌파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다그 "구성(emlotment)"은 이에 따라 우울한 톤을 띠며궁극적으로 미국 산업 노동계급의 쇠퇴라는 서사에 의해 이끌린다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미국 의료 시스템의 역동성과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도화된 영상 기술과 치료법의 대규모 적용을 통해 건강 지표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루어낸 점을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역 병원의 종말을 아쉬워할 수 있지만지역주의가 지속 가능했을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나 자신도 12월 10일 심장 수술을 받았고이는 1990년대 이후 고도 기술 의료의 발전 덕분에 생존 가능성이 크게 향상된 사례다복잡한 절차에서는 대형 병원이 제공할 수 있는 고도 기술 모니터링과 '학습 효과'를 통한 스미스식 경제성이 안전과 성공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거대 병원들의 중앙집권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일부는 분명히 부정적이다와이넌트는 기술이 박탈되고 착취적인 노동 조건특히 주변 지역 병원에서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다내가 경험한 새로운 시대의 선도 병원 중 하나에서의 치료는 잘 조직된 노동조합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며이는 분명히 기업 통제와 끊임없는 모니터링 및 데이터 수집 과정에 종속되어 있었다그러나 인간적 상호작용과 실제적인 돌봄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간호사들 다수는 기술적의료적감정적 노동을 동시에 수행하며돌봄의 윤리로 조직된 '간호'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고 있었다이들의 다각적이고 고도의 숙련된 노력 덕분에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기술 축소와 작업의 분절화는 완전하지 않았고그것이 시스템을 작동 가능하게 했다 .와이넌트의 영감에 따라 가족생활육아 등에 대해 질문했을 때내가 만난 간호사들은 자신의 근무 일정의 유연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이러한 간호사들은 분명히 현대 미국 의료 체계의 상대적 승자들 중 하나였다.

물론현대 병원 의학의 발전에 대한 다른 역사가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우리는 와이넌트가 자신의 책에서 이룬 성과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산업 및 경제사노동사사회 및 가족사를 하나의 서사로 통합한 그의 작업은 정말로 눈을 뜨게 한다.

더 나아가와이넌트가 2024년 10월 <역사적 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에 발표된 "아기와 목욕물탈산업화 이후 계급 분석과 계급 형성(The Baby and the Bathwater: Class Analysis and Class Formation after Deindustrialisation)"이라는 도이처상 강연에서 그의 서사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토대를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방식은 감탄을 더한다그의 목소리는 미국의 사회 및 노동사뿐만 아니라 사회 이론과 현대 세계를 사고하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논문의 초록은 다음과 같다.

이 논문은 2023년 11월에 발표된 도이처 기념 강연의 수정본으로⟪다음 교대 러스트 벨트 미국에서 산업의 몰락과 의료의 부상⟫을 확장한 내용이다이 논문은 대인 서비스 노동의 생산성 한계를 마르크스주의에 더 단단히 뿌리내린 방식으로 설명하며사회 재생산과 생산의 분리가 주로 정치적이기보다는 경제적이라는 점을 주장한다이 이론적 장치를 통해 기존 돌봄 체제의 불안정화뿐만 아니라 돌봄에 대한 새로운 형태와 확대되는 수요의 생산성 한계 사이의 충돌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돌봄 위기'를 논의한다마지막으로이 위기를 새로운 글로벌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사회학 및 정치와 연결한다방법론적으로이 논문은 '계급 추상화주의'보다는 프롤레타리아화 과정의 경험적 특수성에 대한 새로운 주목을 주장한다.

병원에서 반쯤 혼미한 상태로 와이넌트의 강연이 탐구하는 정교한 사회 이론의 세부 사항보다는내게 떠오른 것은 또 다른 연상의 사슬이었다펜실베이니아철강 도시 병원브래독(Braddock) 

브래독은 비정통적 정치인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존 페터먼(John Fetterman)이 그의 경력을 시작한 고군분투하는 탈산업화 도시이다또한비범한 사진작가 라토야 루비 프레이저(LaToya Ruby Frazier)가 자라며 그의 기술을 연마하고 활동의 장을 찾은 곳이기도 하다.

2024년 MOMA(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전시는 나에게 올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그의 가장 인상적인 사진 시리즈 중 하나는 브래독 병원이 UPMC((피츠버그 대학 의료 센터시스템에 통합된 이후 유지하려는 투쟁을 기록하고 있다이 이야기는 와이넌트의 서술에도 등장하며결말은 결코 좋지 않다.

MOMA 웹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라토야 루비 프레이저의 The Notion of Family (가족의 개념, 200114) 시리즈는 개인적인 세부 사항을 작업에 통합하여 개인의 문제를 정치적인 것으로’ 만든 미국 사회 다큐멘터리 사진의 풍부한 전통을 계승했다그녀는 종종 자신과 가족을 카메라에 담아 개인 서사를 브래독의 더 큰 역사 속에 엮어 넣었다브래독 애비뉴의 피프스 스트리트 선술집과 UPMC 브래독 병원(Fifth Street Tavern and U.P.M.C Braddock Hospital on Braddock Avenue)는 마을의 유일한 병원의 잔해를 묘사한다논란이 된 병원 철거는 프레이저와 그의 가족을 포함한 주민들에게 지역 의료 시설의 부재를 남겼다프레이저의 강렬한 초상화와는 대조적으로이 작품은 인간의 흔적이 거의 없는 황폐한 마을의 블록들을 보여준다작품의 중심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고독한 인물이 잔해 속 불도저에 앉아 있다한때 건강과 치유의 등대였던 병원은 황량한 땅으로 변해 불가사의한 고요함을 품고 있다.“

프레이저와 와이넌트가 현대 미국 노동계급의 경험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보지 않기 어렵다프레이저의 이미지들은 와이넌트의 책을 장식하고 있다프레이저는 전시 카탈로그에 다음과 같이 썼다:

"스틸 밸리에서 모노가헬라앨러게니오하이오 강을 따라, '차량 도시(Vehicle City)' 미시간주 플린트의 플린트 강으로벨기에 보리나주의 역사적 광산 갱도에서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의 역사적 노동조합으로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지역 보건 노동자들로부터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의 노동 지도자이자 시민권 운동가에 이르기까지나는 카메라를 나침반으로 삼아 21세기 노동계급 가족과 공동체의 꺾이지 않는 정신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는 길을 지시해 왔다이러한 이유로 나는 역사적 소멸과 기억 상실에 맞서야 할 의무를 느낀다한 장의 사진씩하나의 사진 에세이씩하나의 작업물씩한 권의 책씩하나의 노동자 기념비씩.“

프레이저의 작품은 그녀가 친밀함과 인간의 신체를 다루는 방식 때문에 특히 인상 깊다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결코 공적이거나 사회적’ 주제로부터 후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오히려 그녀가 촬영한 신체 속에서 그러한 힘들이 작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뉴 레프트 리뷰>(New Left Review)의 레베카 로신(Rebecca Losin)은 다음과 같이 썼다.

"몸의 풍경 간질 테스트 (Landscape of the Body : Epilepsy Test) (2011)라는 두 패널 이미지에서우리는 병원 가운이 열려 노출된 프레이저의 어머니 신시아의 등을 볼 수 있다다발의 전선이 그를 의료 기기로 연결하고 있다이에 대응하는 브래독 병원 폐허의 이미지는 노출된 전선으로 연결되어 인체와 건조 환경 사이의 친화성을 암시한다.“

출처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여름에 MOMA 전시를 방문했을 때 이 이미지를 보며 멈춰 섰던 기억이 난다지금은 가슴에 30cm 길이의 절개선을 내려다보며외과의들이 나를 열고 다시 정교하게 닫았던 순간을 떠올린다그리고 심장에 연결된 1인치 폴리에스터 관을 따라 맥박치는 피를 상상하면이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수술을 앞두고캄 아바디(Cam Abadi)와 함께 개심수술(open-heart surgery)의 놀라운 역사경제적 측면그리고 지리적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술 후 3주가 지난 지금도나는 이 생명을 구했지만 동시에 트라우마를 남긴 수술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내 뇌의 혼란을 느낀다.

[출처Chartbook 342 A history of America's medico-industrial complex ... seen from the step-down ward.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