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최후 방어선(1)

베네수엘라에서 이란까지, 미국이 벌이는 석유 전쟁의 제국주의적 목표

출처: Unsplash, Gabriel Meinert

미국 관리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놀라울 정도로 노골적으로 설명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026624TV 인터뷰에서 달러의 지배력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무역·금융 제재를 가한 이유에 대해 베네수엘라가 중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석유를 팔면서 달러를 받지 않았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유 가격을 달러로 책정하지 않고 판매 대금도 달러 계좌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는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의 중심적 역할을 유지하려는 미국에 위협이 됐다. 그리고 이러한 달러의 지위는 미국이 누리는 부의 핵심 원천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러시아, 이란을 상대로 벌인 전쟁은 이들 국가가 석유 수출 가격을 달러로 책정하도록 강요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목표는 석유 판매 대금을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하거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데 쓰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베선트는 미국이 13일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한 이후 “[새로운 베네수엘라는] 달러로 대금을 청구하고 있으며, 그 달러는 다시 달러 시스템으로 들어오고 있다. … 이제 달러가 베네수엘라 무역의 중심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17일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다음과 같이 자랑했다. “베네수엘라는 새로운 석유 거래를 통해 받은 돈으로 오직 미국산 제품만 구매할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산 농산물은 물론 미국산 의약품, 의료기기,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전력망과 에너지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장비 등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베네수엘라는 미국을 주요 파트너로 삼아 거래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대금을 보관하는 재무부 계좌에서 마두로 납치와 정권 교체를 감독하는 데 들어간 미국의 군사비를 배상금 명목으로 받아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48분 만에 그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투입 비용의 “28를 회수했고, 그 결과 큰돈을 벌었다고 자랑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과거의 가격 추이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베네수엘라가 “1월 이후 수출한 … 석유의 가치가 130억 달러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이 관리하는 석유 판매 수입을 추적하기 위한베네수엘라 정부 웹사이트에는 “3월에 이뤄진 3억 달러 송금 한 건만 기록돼 있다.” 정권 교체 이후 미국 점령 세력이 보유해 온 베네수엘라 수출 대금 가운데 불과 2.5%에 해당한다.

베선트는 인터뷰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강요한 조건을 이란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란과의 협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란은 달러로 대금을 청구하게 될 것이다.” 그보다 일주일 앞선 617,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압류한 1,000억 달러 이상의 이란 자산 가운데 일부를 반환하기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120억 달러를 지급한다는 보도가 널리 나왔다.) 그러나 미국 특유의 미끼를 던진 뒤 조건을 바꾸는 수법을 활용해, 베선트는 자금을 돌려주더라도 미국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무부가 도하에 사람들을 배치해 자금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감독할 것이며, 그 가운데 매우 큰 비중을 미국산 식료품과 의약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도록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돈이 미국산 제품 구매를 통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만들 것이며, 재무부가 이를 감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건은 이란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박탈한다.

베선트는 더 나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끝나면 … 러시아는 달러 시스템으로 복귀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이 유로뱅크 결제 시스템에 예치돼 있던 러시아 자금 3,000억 달러를 압류했는데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미국은 군사력과 무역 제재를 동원해 이란과 러시아를 굴복시키고, 베네수엘라가 받아들인 것과 같은 항복 조건을 강요하려 한다. 베선트는 우리가 우위를 가진 분야에서는 그 힘을 과시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우위를 동맹국들과 공유하고 … 우리와 뜻을 같이하지 않는 세력에는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침공했고 대통령을 미국으로 끌고 가 독방에 가뒀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을 장악하고 그 수입도 압류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팩트시트에는 베네수엘라에서 거둬들일 수 있는 사실상의 조공을 미국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미국은 이 방식을 이란과 러시아에도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그리고 동맹국들의 이익을 위해 세계시장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 판매를 시작했다. … 베네수엘라산 원유와 석유제품을 판매해 얻은 모든 수익은 먼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은행에 개설된 미국 관리 계좌로 들어간다. … 미국 정부는 재량에 따라 미국 국민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이 자금을 지출한다베네수엘라로 들어가거나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모든 석유는 미국 법률과 국가안보 원칙에 부합하는 합법적이고 승인된 경로를 통해서만 운송한다.”

이처럼 약탈적인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미국의 행태는 미국의 강압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경고를 던진다.

베선트는 미국 자본시장의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외국도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할 것이라는 익숙한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지금 달러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다. 이란이나 러시아 역시 달러를 다시 사용하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을 패배시키고 석유 수입을 몰수하려는 미국의 전쟁

OPEC 국가들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하고 이들 국가를 미국 경제에 편입시키는 것은 오랫동안 미국의 목표였다. 1973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전쟁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국가들이 미국과 다른 이스라엘 지지국을 상대로 석유 금수 조치를 단행하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310월 중동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 이웃 국가들의 긴장이 계속 고조되거나 석유 금수 조치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 아랍의 석유 금수 조치가 진행되는 동안 중동 유전을 장악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리처드 펄(Richard Perle)을 비롯해 민주당 상원의원 헨리 잭슨(Henry Jackson)의 강경파 진영과 연계된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과 상호의존적 관계를 구축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OPEC 국가들과 주변 이슬람 국가들에 맞서는 대리 군대로 활용하며 지원했다. 이 관계는 갈수록 강화됐다. 결국 웨슬리 클라크(Wesley Clark) 장군은 시온주의 세력이 미국의 정책을 장악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1년 국방부의 한 관리가 자신에게 5년 안에 이슬람 국가 7개국을 정복한다는 계획을 보여줬다고 썼다. 이라크를 시작으로 시리아, 레바논,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을 차례로 정복하고, 마지막 목표로 이란을 차지한다는 계획이었다.

트럼프는 이미 첫 번째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이 해외 전쟁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것을 비판했지만, 정작 자신은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 꿈을 꾸었다. 다만 다른 나라 영토에 설치한 미군 기지의 비용을 해당 국가들이 부담하도록 강요함으로써 미국이 전쟁에 지출하는 비용을 줄이려 했다. 특히 아랍 OPEC 국가들을 겨냥했다. 20184월 트럼프는 이들 국가가 엄청난 부를 누리고있지만 미국이 보호해주지 않으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8920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OPEC 산유국들이 미국의 무기 지출과 자국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우리 없이는 오래도록 안전을 유지하지 못할 텐데도 계속해서 유가를 더욱더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925일에는 군사적 보호에 …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현재의 두 번째 행정부에서는 비슷한 논리를 내세워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미군 병력과 재정 지원을 철회하고 있다.

트럼프는 2025613일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 방어시설을 기습 공격하면서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란은 반격에 나서 카타르의 대규모 미군 공군기지와 역내 다른 미군 기지를 파괴했고, 이는 미군에 충격을 안겼다. 또한 이스라엘의 하이파 항구를 비롯한 주요 목표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으며, 미국이 공격을 감행할 때 기지로 이용했던 아랍 OPEC 국가들의 석유·가스 생산시설에도 폭격을 가했다.

전쟁은 12일간 이어졌다. 624일이 되자 이란이 폭격을 계속할 경우 이스라엘이 파괴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고, 카타르가 중재에 나서 휴전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처음부터 휴전 협정을 위반하면서 소규모 교전은 계속됐다. 미국은 12월까지 역내 군사력을 다시 증강했고, 2026122일 트럼프는 미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이 이끄는 함대가 페르시아만으로 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함대는 126일 도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 자국 군사기지를 이용해 이란을 다시 공격하도록 허용할 경우 또다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했다. 이에 127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에게 리야드가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행동에 자국 영공이나 영토를 이용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2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새로운 공격을 시작했고, 이는 40일간의 군사작전으로 확대됐다. 첫 번째 목표는 이란의 정권 교체였다. 이스라엘은 공습을 통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를 비롯한 이란 고위 관리들을 암살했다. 미국이 반복적으로 공격하면서 미나브의 학교에서 어린이 120명과 민간인 36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고, 이란 남부 라메르드의 체육관을 폭격해 여자 배구팀 선수들도 사망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미국이 함부르크와 드레스덴을 폭격했을 때나 독일이 런던을 폭격했을 때처럼 민간인을 폭격하면 오히려 주민들이 지도자를 중심으로 결집했던 역사적 경험을 무시했거나 몰랐던 미국은, 이란 국민을 극한의 절망으로 몰아넣으면 친미 정부를 세워 민간인 폭격을 끝내려 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쿠르드족의 공격과 미국이 지원하는 색깔혁명을 연계해 추진하려 했다. 이를 위해 머스크의 위성 시스템에 연결된 스타링크 단말기 약 6,000대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이 단말기는 일반 인터넷망을 우회하기 때문에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단순히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동원 계획을 저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쿠르드족의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란은 스타링크 통신을 교란하는 데 성공했고, 군사 신호 탐지 기술을 이용해 스타링크 단말기의 위치를 추적했다. 이어 단말기 운영자들을 체포하고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은행 계좌도 동결했다.

이후 이란은 역내 미군 기지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하이파를 비롯한 이스라엘의 여러 시설도 타격했다. 특히 미국의 공격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석유 생산시설과 정유시설, 연료 저장고, 항구, 미국 민간기업의 투자 자산 등이 공격을 받았다. 31일 이란은 바레인과 아부다비(Abu Dhabi·UAE 최대 토후국)에 있는 아마존 웹 서비스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두바이의 오라클 데이터센터를 폭격했다. 32일에 이어 18일과 19일에도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파괴했다. 이 시설들은 세계 헬륨 거래량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었다.

327일에는 사태가 더욱 격화됐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대규모 미군 기지인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도 공격해 미군 병력 최소 1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핵시설을 중심으로 수많은 목표물을 폭격했다. 이에 이란은 331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메타, 오라클, 인텔, HP, IBM, 시스코, , 팔란티어,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 기업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석유 전쟁이 다시 격화되자 이란은 721일과 24일 바레인에 남아 있던 아마존의 데이터센터도 파괴했다.

이란이 거의 매일 보복 공격을 벌이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역내 석유 수출이 중단됐다. 세계 석유 교역량의 약 20%가 끊길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전 세계적인 위기가 닥칠 위험도 커졌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트럼프는 48일 휴전을 추진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적은 이란 국민을 상대로 벌인 부당하고 불법적이며 범죄적인 전쟁에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이고 압도적인 패배를 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413일 미국 협상단은 휴전 협정의 문구를 이란이 항복한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의 하르그섬에 있는 석유 선적시설을 포함해 이란 항구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해상 봉쇄를 단행했다.

이란은 417일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협정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의 무역을 계속 봉쇄하자 이란은 다음 날 다시 해협을 폐쇄했다. 자국의 석유를 수출할 수 없다면 누구도 이 해협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걸프 지역의 석유 수출은 물론 식량과 기타 물자의 수입도 계속 끊겼다. 유조선을 비롯한 선박들은 수개월 동안 발이 묶였다.

결국 산유국과 석유 수입국 모두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미국이 세계 석유 교역과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자국의 이익을 위한 무기로 활용하도록 방관할 것인지, 아니면 이란이 자국의 석유와 다른 서아시아 산유국들의 석유를 미국의 무역·금융 제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거래하려는 움직임을 지지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의 대이란 전쟁 재개 계획을 가로막다

53일 트럼프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정치적 반발이 커지자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발표하고, 군함을 보내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호위하겠다고 밝혔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미국이 이란에 대한 폭격을 재개하려는 계획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미군 기지를 받아들인 역내 국가들을 상대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이 자국 영공이나 공항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기사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653일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작전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미군의 권한을 정지하고, 그곳에 배치된 미군 전투기 43대의 운항을 전면 중단했으며,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에 사우디 영공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트럼프는 리야드나 쿠웨이트시티를 비롯한 걸프 지역의 어떤 동맹국과도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작전을 발표했다.

이 기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군기의 운항을 중단시킨 이유를 방어적 조치였다고 설명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년에 걸쳐 테헤란과 수니파-시아파 간 긴장을 완화해 온 만큼, “또 다른 대규모 역내 전쟁의 발진기지가 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327일 이란이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를 공격하면서 미군의 전투작전을 지원하면 사우디 영토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미국의 방공망은 이란의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영공을 폐쇄하면서 미군기는 나흘 동안 발이 묶였다. 이는 냉전 이후 미군을 주둔시킨 국가가 자국 영토에서 진행 중인 미군의 군사작전을 물리적으로 중단시킨 최초의 사례였다. 트럼프는 활주로를 다시 개방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매일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5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이나 다른 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구매한 패트리엇 PAC-3와 사드 요격체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는 58일 미군 기지 폐쇄 조치를 철회했다.

빈 살만은 트럼프를 달래기 위해 5131,42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역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의 무기 구매였다. 덕분에 트럼프는 자랑할 만한 성과를 얻었지만, 미국은 이들 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매우 제한돼 있어 실제 인도와 대금 지급은 여러 해에 걸쳐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란의 반격으로 트럼프, 미국의 공격 계획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다

전쟁은 611일 절정에 이르렀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과 석유 수출 봉쇄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한층 강화하고 바레인을 비롯한 걸프 지역 군주국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미국은 자국 군사기지가 아랍의 주둔국들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란은 오히려 미군 기지가 있는 탓에 이들 국가가 공격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했다. 특히 가장 강경한 반이란 노선을 취하고 자국의 이해관계를 미국 경제에 가장 밀접하게 결부시킨 아랍에미리트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국은 이미 1월에 연말까지 역내 미군 기지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대신 이스라엘과 인도양의 기지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해 거듭 강력한 위협을 가했다. 베선트는 미국이 이란을 정복하면 이라크와 베네수엘라에서 했던 것처럼 재무부가 이란의 석유 생산을 장악하고 수출 대금을 미국 은행 계좌에 예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이 이란 때문에 걸프 지역의 우리 동맹국들이 입었다고 주장하는 모든 피해이란 계좌에서 빼낸 자금으로 배상받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패배시킨 뒤에는 페르시아만 해협 관리청에 납부하는 모든 통행료만큼 이란 계좌에서 자금을 차감할 것이다. 이란이 공격을 감행할 때마다 이란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금융적 대가는 더욱 커질 뿐이다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휴전을 협상하는 동안 시간을 벌려고 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유권자들은 전쟁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의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공황을 초래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과 같은 평가를 받으며 역사에 남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거듭 드러냈다.

이란이 석유 공급을 끊더라도 몇 달 동안은 미국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부족분을 메울 수 있었다. 그러나 페르시아만의 교역이 조속히 재개되지 않는다면 공급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석유 순수출국이지만 상당한 양의 원유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주로 들여오는 황 함량 0.5~2%의 중질유 또는 사워 오일(sour oil)’이 필요하다. 미국 유전에서는 황 함량이 낮은 스위트 오일(sweet oil)’이 주로 나오지만, 미국 정유업체들이 트럭과 선박용 디젤유, 항공기용 등유를 생산하려면 해외에서 중질유를 들여와야 한다. 전 세계 항공사들은 운항 편수를 줄이는 한편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해 항공권 가격을 올리고 있었다. 미국 내에서도 디젤유에 의존하는 화물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 중단과 조업 중단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졌다.

트럼프는 경제 붕괴 위험을 줄이고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휴전을 원하면서도, 미군이 이란을 정복해 석유를 장악함으로써 상황을 정상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란 역시 휴전 기간을 이용해 경제와 방위력을 재건하는 것이 자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양측 모두 훗날 다시 벌어질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휴전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었다.

모호하고 기만적이었던 617일 양해각서

양측은 612일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617일 미국과 이란은 양해각서를 전자 방식으로 체결했다. 당시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차 베르사유를 방문하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그리고 파키스탄 측 중재자가 서명했다. 14개 항으로 구성된 이 양해각서는 이란이 줄곧 요구해온 핵심 조건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압류한 이란 자산을 반환한다는 내용(11),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관리한다는 내용(5),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인근에서 미군을 철수한다는 내용(4), 석유 제재를 면제한다는 내용(10), 그리고 이스라엘이 휴전하고 레바논(Lebanon)에서 철수한다는 내용(1)이 포함됐다.

양해각서의 끝에서 두 번째 조항인 제13항은 이란이 핵폭탄을 개발하려 한다는 주장을 트럼프가 구실로 삼아 합의를 깨는 일을 막으려는 취지로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이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양해각서 제1, 4, 5, 10항 및 제11항을 이행하기 시작해 이러한 조치들을 계속 이행한다는 조건 아래, 이란이슬람공화국과 미합중국은 나머지 조항에 한해서만 최종 합의에 관한 협상을 시작한다.” 여기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한 제8항도 포함됐다.

이란 관리들은 양해각서를 승리라고 선언했지만, 미국 의회와 언론의 강경파들은 트럼프가 이란의 요구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양해각서의 조건을 이행할 의사가 있을 때에만 이를 이란의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미국 외교는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미국 관리들은 양해각서의 내용을 이란이 이해한 것보다 훨씬 좁게 해석했다. 공식 서명에 앞선 612, J. D.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관점에서 협상을 설명하며 기본적으로 모든 패는 우리가 쥐고 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우리가 원하는 장기적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란에 무엇이든 내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관리들은 이러한 미국의 요구와 이란이 핵폭탄을 개발하려 한다는 주장을 구실로 계속 내세웠다. 이란이 의료용을 비롯한 민간 목적의 연구까지 모든 핵 연구를 폐기하는 시점, 즉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먼 미래까지 양해각서의 이행을 미루려는 것이었다.

그 뒤 한 달이 지나면서 트럼프가 애초부터 양해각서의 조건을 이행할 의도가 없었으며, 처음부터 호르무즈 해협, 나아가 페르시아만 전체 경제권을 미국이 지배하려 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미국은 이란의 압류 자산을 전혀 반환하지 않았다. 또한 미 해군은 4월부터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우회하기 위해 선박들이 이란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미국이 마련한 방식에 따라 오만 영해에 바짝 붙어 항해하도록 유도해 왔다.

양해각서 제1항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의 시아파 주민들을 주로 겨냥해 벌이는 폭격과 지상 공세를 중단시키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리타니강까지 진격했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은 과거 이 강을 대이스라엘의 북쪽 국경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계속 공격하는 만큼 휴전 협정은 무효라고 언제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기간에 이란은 주로 중국에 석유를 수출하면서 외환보유액을 다시 늘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었다. 트럼프 역시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고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이란과의 전쟁이 비판자들이 예상했던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압박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해각서 자체를 놓고 보면 미국은 휴전의 핵심 조건으로 명시한 제1, 4, 5, 10, 11항을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해상 봉쇄를 해제했으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자국 석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석유 제재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기는 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해외에 묶여 있던 이란 자산은 한 푼도 돌려주지 않았고, 이란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는 이란이 미국의 협소한 양해각서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압도적인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거듭 위협했다.

(2편에서 계속)

[출처The Dollar’s Last Line of Defence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은 월스트리트 금융 분석가, 캔자스시티 미주리대학교 경제학 석좌 연구 교수, 장기경제동향연구소(ISLET) 대표다. 주요 저서로 ⟪미국 제국의 경제 전략⟫, ⟪그리고 그들의 빚을 용서하라⟫, ⟪호스트 죽이기⟫, ⟪버블과 그 이후⟫ 등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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