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부터 이재명은 안 멋져

장인수 기자의 유튜브 ‘저널리스트’에 유시민 작가가 출연했다. 그는 올 초 어느 시점부터 주기적으로 여러 유튜브에 출연하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자처해 왔다. 흐린 눈으로 보고 싶은 대로, 믿고 싶은 대로 헛물만 켜고 있던 지지자들은 유시민의 경보에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어렴풋이 느꼈던 그 ‘쎄함’이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신하게 된 지지자들은 ‘너도? 너도?’ 분개하고 있는 서로를 확인했고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꿈이라는 건 언젠가 깨어나기 마련이고, 환상은 약발이 떨어지면 현실을 오롯이 드러내기 마련이다. 유시민은 ABC론부터 재건축론, 어물전론에 이르기까지, ‘뉴이재명’ 현상과 함께 점차 맛이 가는 민주당, 그리고 검찰 개혁에 대한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 그리고 정부가 구상 중인 허무맹랑하고 실현 불가능한 정계 개편, 그리고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저널리스트’ 방송에서는 윤석열 정권 때 언급했던 ‘침팬지 폴리틱스’를 다시 꺼내 들며 현 정부가 윤석열 정부와 유사성을 보인다며 우려 섞인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재래식 언론과 비평가들이 단일대오를 이루며 모두가 그토록 바라던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줬다. 재래식 언론과 비평가들의 하나 마나 한 인상비평은 제쳐두더라도, 장관, 현직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저주”, “내란세력을 돕겠다면 커밍아웃해라”, “우물에 침 뱉는 행위” 등 강한 어조로 공격을 쏟아내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다. 야당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 정도 되는 인물도 아니고 20년 전쯤 장관을 지냈던, 정치적으로는 완벽히 실패한, 현재는 책을 잘 쓰고 파는 작가, 비평가에 불과한 개인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다구리를 놓는 중이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화면 캡처

2021년 쇼미더머니 시즌 10의 세미파이널 무대에 등장한 악뮤 이찬혁은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 이건 하나의 유행 혹은 TV쇼 / 쇼미더머니가 세상을 망치는 중이야” 라는 도발을 던졌다. 외부인으로서 초대받은 자리 한 가운데서 대담하게 집 주인(힙합씬, 엠넷 쇼미더머니)을 긁은 것이다. “어느새부터”라는 말은 예전엔 멋있었다는 것을 전제한다. 힙합씬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 않으려는 의도였는지, 그냥 별생각 없이 쓴 가사인지 알 길이 없으나, 이 대담하면서도 귀여운 도발에 몇몇 래퍼들은 디스로 답했고, 몇몇은 인신공격에 가까운 반응까지 보였다. 진심으로 ‘긁힌’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힙합 팬들로부터 ‘그러니까 안 멋진 거다’라며 역풍이 맞아야 했다. 힙합이 여전히 공연과 음원시장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터라 이런 신경질적인 반응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쇼미더머니 시즌10은 우승자보다 이찬혁의 도발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되었다.

힙합씬이 정말 ‘안 멋져’진 건 2024년 초였다. 개그 유튜브 ‘뷰티풀너드’의 부캐 ‘맨스티어Men’s tear’는 온갖 힙합 클리셰들(발음, 제스쳐, 갱스터 흉내, 게토 허풍)을 ‘미러링’한 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고, 2026년 8월말 현재 조회수가 1450만에 이른다. 이는 어디까지나 힙합을 소재로 한 코미디에 불과했지만 힙합씬의 반응은 진지하다 못해 심각하기까지 했다. 래퍼 pH-1의 디스곡을 시작으로 제대로 ‘긁힌’ 래퍼들이 줄줄이 ‘맨스티어’ 디스에 가세했고, 이에 질세라 ‘맨스티어’도 맞디스로 응수하며 불이 붙었다. 개그맨의 부캐를 상대로 진짜 래퍼들이 다구리를 놓는 모양새였다. 아마추어를 상대로 프로들이 잔뜩 긁혀서 쌍심지를 켜고 떼로 덤벼들었으니 모양 빠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결과적으로 프로들은 속시원히 이기지도 못한 채 모양만 빠졌고, 아마추어에게 전리품까지 모두 빼앗겼다. 힙합의 본토 미국에서는 최정상급 래퍼 켄드릭 라마와 드레이크가 멋들어진 디스전을 펼치고 있던 시점, 예전만큼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2024년 한국 힙합씬을 이끈 진짜 주인공은 개그맨의 부캐였다.

정부와 여당, 힙합씬에게 없는 건 '긁힘'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여유'다. '여유'가 없으니 조급하고, 조급하다 보니 당연히 '숙의' 같은 건 없다. '숙의'가 없다는 건 지적으로 게으르다는 뜻이다. 지적으로 게으르니 현상(힙합 안 멋짐, 지지율 하락)을 결과로, 현상에 대한 평가(이찬혁의 도발, 맨스티어의 미러링, 유시민의 비판)를 원인으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여 개선하는 것보다 나를 욕하는 저놈을 손 봐주는 게 훨씬 쉽다. 다구리로 나의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입을 틀어막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다구리를 놓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럴 땐 상대를 실제보다 훨씬 크게 부풀리면 된다. 그렇게 이찬혁은 대한민국 최고의 유명 가수, 맨스티어는 100만 구독자를 거느린 거대 유튜버, 유시민은 수많은 팬을 거느린 ‘해석 권력’이 된다.

유시민이나 장성철이나 김준일이나 노영희나 다들 그저 직업 떠버리에 불과하다. 그냥 보이는 걸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떠드는 게 이 사람들 일이다. 하지만 '해석 권력'이라는 말은 유독 유시민에게만 따라붙는다. 요즘엔 유행처럼 '영향력'과 '권력'을 혼용하며 마음에 안 드는 상대에게 '권력'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며 공격한다. 앞서 거론한 직업 떠버리들에게 대체 무슨 '권력'이 있나. 이들에게는 크거나 작거나 '영향력'이 있을 뿐이다. '권력'과 '영향력'을 구분 짓지도 못하는 이들이 어떻게 글을 쓰고 논평을 하며 밥벌이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유시민의 '영향력'이 다른 나머지 떠버리들의 '영향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큰 이유는 그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저 많은 이들이 그의 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어느새부터’ ‘권력자’가 되어 ‘반명’의 우두머리로 올라선 유시민은 다구리를 맞아 마땅한 거대한 인간 샌드백이 되었다.

민주당tv 유튜브 화면 캡처

‘민주당tv’는 현재 정부와 여당의 너무나도 게으른 상황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1세기가 도래한 지 어느덧 26년, 이 시점 내놓는다는 해법이 ‘대한늬우스’ 수준에 머무는 건 그야말로 처참하다. 여지껏 지지자들을 분노케 한 여러 행태들에 대한 성찰은 없고, 지금의 지지율 하락을 정부의 진정성을 왜곡한 유시민 같은 야바위꾼들의 선동과 그 선동에 놀아나는 광신도들의 집단적 히스테리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tv'라 쓰고 '대한늬우스'라 읽어도 무방한 이 기괴한 발상은, 유시민 김어준 최욱 등이 감언이설로 혹세무민하여 지지율이 빠졌다는 돌팔이식 진단에서 비롯된, 의료사고에 준하는 처방과 다름없다. 처방이 필요한 건 나르시시스트적 세계관을 감추지 못하는 현 정부와 여당이다. 사람들을 그저 개 돼지로 바라보는 교조적이면서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 한 지지율 상승은 요원해 보인다.

‘여유’는 돈과 권력이 가져다주는 전리품이 아니다. ‘여유’는 현재 이기고 있고 앞으로의 승리를 확신하는 자가 누릴 수 있는 태도다. 몇 글자의 가사와 개그맨의 개그에 긁힌 래퍼들의 과한 반응이 그랬던 것처럼, 일개 비평가, 직업 떠버리의 말에 긁혀 정부와 여당이 노발대발하는 모습은 초라하고 멋이 없다. 승자는 굳이 자신의 승리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런 ‘안 멋진’ 모습은 현재 ‘지고 있어 여유가 없고 조급한 상태’임을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간단하다. ‘어느새부터 이재명은 안 멋져’서 생긴 현상이다. 애먼 직업 떠버리의 입막음에 골몰하기보다 무엇이 이재명을 ‘안 멋져’ 보이게 만들었는지 깊게 ‘숙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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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무슨 얘기를 하려는건지 제목만 봐도 알겠는데

    띄어쓰기나 해야 본문을 읽지않겠습니까

    독자를 생각하는 마음부터 챙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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