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PPE 2026 - 2부: AI, 제국주의, 화폐 그리고 파시즘

IIPPE 2026에 관한 두 번째 글이다. 중국의 발전을 다룬 훌륭한 발표가 여러 편 더 있어 계속 소개할 수도 있지만, 1부에서 중국 관련 쟁점을 주로 다뤘기 때문에 2부에서는 다른 주제를 다룬 세션을 살펴보겠다.

델리대학교 사티아와티칼리지(Satyawati College) 경제학 교수 찬드라세카란 사라트찬드(Chandrasekharan Saratchand)는 이른바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에 대한 비판을 발표했다. AGI를 둘러싼 주장에 따르면 인간 노동력을 늘리지 않고도 생산량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전체 생산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을 위협한다. 사라트찬드는 생산요소라는 한계주의적 신고전파 접근법을 바탕으로 AGI가 인간의 지식을 상품화하고 자동화해 확장 가능한 기계자본으로 전환하고, 그 결과 자본 소유자가 더 이상 인간의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본다. 생산수단은 더욱 소수에게 집중되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도 급격히 심화할 것이다. 실제로 아무런 개입이 없다면 AGI가 가져올 막대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소수가 독점하면서 구조적 실업이 발생하고 전 세계 노동자의 힘은 약화할 것이다. 사라트찬드는 투자자들이 가하는 막대한 재정적 압력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절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대신 그는 인간의 복지를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하향식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 분석은 초지능 AI 모델인 AGI가 등장해 인간 노동을 거의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내가 보기에는 대규모언어모델(LLMs)이 산업의 모든 부문과 직종을 장악할 정도로 충분히 지능적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로 경제 전반에서 일반적인’ AI를 광범위하게 도입하는 데에도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둘째, AGI는 인간의 지식과 능력을 결코 대체하거나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 노엄 촘스키가 AI에 관해 한 말을 다시 떠올려보자. 인간의 정신은 챗GPT 같은 것과 다르다. GPT는 수백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집어삼킨 뒤 패턴을 대조하고, 대화에서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답변이나 과학적 질문에 대한 가장 개연성 높은 답을 추론하는 둔중한 통계 엔진이다. 이와 반대로 인간의 정신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고 심지어 우아한 체계이며, 적은 양의 정보만으로 작동한다. 인간의 정신은 데이터 지점들 사이에서 단순한 상관관계를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제 이것을 인공지능이라고 부르지 말고, 실제 모습 그대로 표절 소프트웨어라고 부르자. 이것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고 예술가들의 기존 작품을 복제한 다음 저작권법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만 변형하기 때문이다.”

굴리엘모 카르케디(Guglielmo Carchedi)와 내가 저서 『21세기의 자본주의』(Capitalism in the 21st Century)(167~174)에서 주장했듯이, 기계는 잠재적이고 질적인 변화를 사고할 수 없다. 새로운 지식은 기존 지식을 확장하는 기계가 아니라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인간에게서 나온다. 오직 인간의 지능만이 사회적이며 변화의 가능성, 특히 인류와 자연의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옥스퍼드대학교의 몇몇 연구자가 「이론만 있으면 된다」(Theory Is All You Need)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계산 모델이 진정한 새로움이나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에 반박한다. LLM은 기존 데이터를 뒤돌아보는 확률 기계다. 반면 인간의 인지는 미래를 바라보며 진정한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의 인지는 데이터에서 출발해 상향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바탕으로 하향식으로 작동한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기 때문에 대체로 모방에 의존한다. 반면 인간은 이론에 기반한 인과적 논리를 활용해 기존 데이터를 넘어서는 믿음을 형성할 수 있다. 인간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이론을 활용해 현실 세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한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목적을 갖고 실험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논거들이 AI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결국 인류를 지배하고 파멸시킬 것이라는 AI 기업들의 주장과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언론(마틴 울프(Martin Wolf))의 공포에 강력한 반론을 제시한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여러 산업에서 노동자를 대체하면서 양질의 일자리와 생활수준을 잃는 상황이다. IMF는 선진국 일자리의 60%가 영향받을 것으로 본다. 모건스탠리의 경제학자들은 유럽 은행들이 2030년까지 인력을 약 10%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총 212만 명가량을 고용한 35개 주요 은행을 조사해 이 수치를 산출했다. 이 정도 규모로 인력을 감축하면 앞으로 5년 동안 약 21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1850년대 마르크스는 노동을 절약하는 새로운 기술이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의 낙관론이 왜곡하고 있는 실제 사실은 이렇다. 기계가 노동자들을 작업장에서 몰아내면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으로 내던져진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등장하면 자본가가 착취할 수 있는 노동력이 늘어난다.… 노동계급에 대한 보상이라고 묘사해 온 기계의 효과는 오히려 노동계급에 가장 끔찍한 재앙이 된다.

따라서 문제는 통제 불능의 초지능 AI 기계가 앞으로 인류에게 가져올 실존적 재앙이 아니다. 실존적 위기는 오히려 기후변화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진짜 문제는 생산수단(AI)을 누가 통제하느냐는 데 있다. AI를 이윤 창출과 일자리 감축, 인간의 생계 악화를 위해 개발하는 대신 공동 소유와 계획 아래 두면 모든 사람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인간을 고된 노동에서 해방해 오직 인간의 지능만이 해낼 수 있는 창조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과 가치론, 이윤율을 다룬 논문도 여러 편 발표됐다. 여기서는 한 가지 실증연구에 집중하겠다. 레오나르도 세구라 모라에스(Leonardo Segura Moraes)2010~2025년 브라질 경제의 가치, 생산가격과 수익성」(Value, Price of Production and Profitability in the Brazilian Economy between 2010 and 2025)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세구라는 국민계정의 총량 데이터를 수치적으로 분석하는 대신 브라질 기업 48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상향식 접근법을 사용했다. 그는 이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불변자본과 가변자본, 잉여가치, 자본회전, 이윤율이라는 마르크스주의 범주를 측정했다. 세구라에 따르면 브라질의 자본이윤율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하락했다가 2018년까지 회복한 뒤 안정됐다. 표본 기업의 평균 이윤율은 201013.7%에서 20157.1%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위기 이후 2018년까지 회복기가 이어졌고, 당시 표본 기업의 평균 이윤율은 14.28%에 도달했다. 팬데믹 불황이 끝난 뒤에도 이윤율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내가 흥미롭게 본 점은 세구라가 상향식 접근법으로 얻은 결과가 총량 데이터를 이용한 상향식과 반대되는 하향식 접근법의 결과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나는 펜 월드 테이블(Penn World Tables) 11.0 데이터를 이용해 브라질의 자본이윤율을 계산했다. 그 결과 2000년대에 시작한 원자재 호황이 끝나면서 이윤율이 비슷하게 하락했다. 세구라의 자료와 마찬가지로 2015년 이후 이윤율이 회복했지만 2023년에도 2010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두 가지 계산 방법이 비슷한 결과를 보여줬으며, 이는 마르크스의 이윤율 법칙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를 강화한다.

또 다른 세션에서는 파르마대학교의 크리스티나 레(Cristina Re)와 밀라노대학교의 잔마리아 브루나치(Gianmaria Brunazzi)가 지난해 11월 런던에서 열린 역사유물론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부채 제국주의에 관한 논문을 보완해 발표했다. 당시 이들은 달러가 세계의 무역·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이 외국에 진 부채는 약점이 아니라 미국 제국주의가 다른 나라를 지배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적 무기가 된다고 주장했다.부채 제국주의란 중심부가 국제적으로 수요가 높은 채무증서를 발행하고, 해외의 잉여를 흡수하며, 시장·통화·군사력을 이용해 반주변부의 부상으로 발생하는 모순을 관리함으로써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다. 미국의 적자는 단순히 쇠퇴의 징후가 아니다. 이는 현대 제국주의 권력 구조의 일부다.”

솔직히 말해 나는 당시에도 이 이론에 설득되지 않았다(첨부한 내 논평을 참조하기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부채 제국주의란 가난한 국가들이 성장을 위해 제국주의 기관들로부터 막대한 부채(대출)를 떠안았다가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채무불이행에 빠지고 통화가치를 절하하며, 글로벌 노스의 은행과 IMF 등에 대한 채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혹독한 긴축정책을 강요받는 상황을 뜻한다. 미국은 달러의 과도한 특권을 누리고 미국 기업과 금융자산에 대한 해외투자를 통해 무역적자를 손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채무국 가운데 예외적인 위치에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부채가 미국 제국주의가 다른 국가를 지배하는 새로운 수단이 된다는 결론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IIPPE에서 레와 브루나치는 이 이론을 더욱 확장해 미국의 부채 제국주의가 단순한 금융 권력에서 더 강한 정치적 지배와 무력 사용으로 넘어가는 테러리즘적단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아마 베네수엘라(Venezuela), 이란(Iran) 등의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오는 11, 이 이론을 놓고 토론할 예정이다.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캠퍼스 경제학과의 엔히키 지 아브레우 그라지오틴(Henrique de Abreu Grazziotin)은 경제사와 관련해 마르크스가 1844년 은행헌장법(Bank Charter Act)을 비판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통화 당국이 통화량을 국가의 금 보유량에 연동해 통화 공급과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 했던 시도가 처참하게 실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법은 금융공황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산업순환의 중요한 국면에서 오히려 위기를 악화시켰다.

마르크스는 로버트 필 경(Sir Robert Peel)이 주도하고 통화학파(Currency School)의 영향받은 이 법이 시중에 유통되는 은행권의 양이 상품가격을 직접 결정한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초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주장한 현대 통화주의의 선구적 형태였다. 마르크스는 은행학파(Banking School)의 입장에 서서 화폐 유통량을 실제로 결정하는 것은 상거래의 필요와 상품가격, 신용체계의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라지오틴은 평균 이윤율과 평균 이자율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산업순환을 다섯 단계로 구분하는 이론을 제시한다. ‘기업가이윤은 일반이윤율과 이자율의 차이를 뜻하며, 이것이 산업순환 전반에서 자본축적을 움직인다. 이자율이 상승하거나 일반이윤율이 하락하면 모두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이윤율이 하락하면 기업가이윤을 압박해 불황을 촉발할 수 있고, 반대로 이자율이 상승하면 결국 금융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 산업순환의 처음 세 단계에서는 이윤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차입 이자율이 상승해도 이를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네 번째 단계에서는 이윤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는 동시에 이자율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다섯 번째 단계에 이르면 기업가이윤이 극도로 압박받으면서 위기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알프레도 사드-필류(Alfredo Saad-Filho) 교수의 「신자유주의의 위기와 신자유주의적 파시즘의 부상」(Crises in Neoliberalism and the Rise of Neoliberal Fascism)이라는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살펴보겠다. 사드-필류는 50년에 걸친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공동화하고 불평등을 심화하며 금융화에 의존해온 결과 신자유주의적 파시즘이 구조적으로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력하게 조직된 노동운동이나 급부상하는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던 20세기의 고전적 파시즘과 달리 신자유주의적 파시즘은 노동계급의 힘이 가장 약해진 시기에 등장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파시즘은 자유시장의 이해관계를 무자비하게 옹호하면서 현대 권위주의의 배타적 폭력을 결합한다. 이탈리아,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정당과 심지어 정부까지 이민자나 이른바 딥스테이트처럼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희생양을 향해 대중의 분노를 돌린다. 이를 통해 계속되는 경제적 파괴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전체주의 국가를 공고히 한다.

사드-필류는 이러한 새로운 파시즘의 위협을 극복하려면 과거 체제의 실패를 뛰어넘어 새롭고 진정으로 포용적인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그의 견해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는 다소 모호하게 들린다. 또한 조직된 노동계급의 약화를 강조하면서 이민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이 21세기의 새로운 파시즘에 맞선 투쟁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해서 그 약화를 상쇄할 수는 없다. 파시즘을 물리치려면 흔히 새로운 기술산업에서 일하는 조직 노동자들이 힘을 모으고, 단순히 민주주의나 정체성 정치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 프로그램, 즉 생활비와 공공서비스, 주택 문제를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

[출처] IIPPE 2026 part two: AI, imperialism, money and fascism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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