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농사꾼 신 씨 아저씨가 술 한 잔 먹더니 뜬금없이
“자네 모하는 사람이야?” 하였다.
삼년 반이나 옆에서 살았으면서 당황스러웠다.
“모하다니요. 그림 그리잖아여.”
“아 그러니까 모하는 사람이냐고?”
“그림 그린다니까여.”
“아씨 그렇다 치고 근데 왜 일을 안해?”
“일이요 일 하쟎아요.”
“몬일? 자네가 몬일을 하는데?”
“그림 그리는 일이요.”
“으유 참 야 되써. 술이나 따라.”
“녜 ㅎㅎㅎ”
- 덧붙이는 말
-
이윤엽은 노동 미술가로 노동자, 농민 등 일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의 삶과 목소리를 목판화에 담아 왔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나는 농부란다』를 쓰고 그렸으며,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놀아요 선생님』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