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붕괴’인가, 세계 국채금리 급등의 진짜 원인

금융 언론과 주류 경제학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가 끝난 이후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렇다면 채권 금리 상승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와 대기업은 돈을 빌릴 때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지 않는다. 대신 투자자들에게 차용증을 발행하고 일정한 이자를 지급한 뒤 원금을 상환하겠다고 약속한다. 정부나 기업이 수년 뒤에 상환하기로 한 이런 차용증을 채권(bond)이라고 한다. 반면 정부가 몇 달 또는 1년 이내에 비교적 빨리 상환하는 차용증은 단기국채(bill)나 중기국채(note)라고 부른다.

보험사와 연기금, 상업은행, 헤지펀드 같은 금융기관들이 이런 채권과 중기국채를 매입한다. 특히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가장 많이 거래된다. 정부가 채권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채권 원금을 갚기 위해 돈을 찍어낼수도 있다.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이런 채권을 자주 사고팔면서 유통시장에서 채권 가격을 형성한다. 투자자들은 채권 만기가 되기 전에 현금화하거나 채권 가격 변동을 이용해 수익을 얻기 위해 거래한다. 채권시장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신용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으며 시장 규모도 주식시장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채권의 이자율은 고정돼 있다. 어떤 이유로든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 투자자는 채권 유통시장에서 정부가 처음 100달러에 발행했던 채권을 그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새로 채권을 산 투자자는 액면가를 기준으로 정한 고정 이자율보다 투자금 대비 더 높은 수익률을 얻는다. 이를 채권의 수익률(yield)’이라고 한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매도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주식시장에서 매도세가 몰리면 주가가 급락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은 상승한다.

현재 세계 주요 국채시장에서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반대로 수익률은 상승하고 있다. 세계 채권 수익률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영국의 장기 국채 조달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뛰어 1998년 초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3%에 도달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30년 만에 처음으로 3.00% 기록

그렇다면 채권 수익률이 이렇게 상승하는 원인은 무엇이며, 투자자와 금융 분석가들은 왜 이토록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네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높은 정부 부채, 민간 자본투자 호황에 따른 자금 수요 증가, 미래의 경제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다.

먼저 인플레이션을 살펴보자. 앞선 글에서도 주장했듯이 2010년대 장기불황 동안 대부분의 선진국이 경험했던 디스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던 시대는 끝났다.2020년 팬데믹 경기침체가 끝난 뒤 인플레이션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2010년대 선진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대체로 2%를 밑돌아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설정한 물가상승률 목표보다 낮았다. 지금은 그 두 배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세계의 연간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은 4.7%에 이를 전망이다.

나는 앞선 글들에서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원인을 다뤘다. 팬데믹 이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이 발생하면서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가 상승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최근에는 중동 분쟁, 특히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가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하면서 유가를 50% 끌어올렸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다시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에너지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란 전쟁과 지구온난화 심화, 운송 차질로 여러 핵심 원자재의 공급이 부족해졌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상승은 과도한정부 지출이나 임금 인상의 결과가 아니라 공급 측면의 문제이며, 생산성 증가세 둔화가 상품과 서비스의 단위당 비용을 끌어올리면서 이를 더욱 악화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채권 수익률 급등은 대체로 인플레이션 상승 때문에 일어난다. 원리는 간단하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 투자자는 채권에서 받는 명목상의 연간 고정이자가 시간이 흐르면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가치가 떨어지고, 그 결과 실질 수익률도 낮아질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채권 보유자는 이를 보상받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더 낮은 가격에만 채권을 사려고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은 상승한다. 정부 역시 새로 국채를 발행할 때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높은 고정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이것이 현재의 채권시장 붕괴’, 즉 채권 수익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제기한다. 세계 여러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면서 차입을 늘리고 있다. 정부 부채는 절대 규모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차환하기 위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 결과 투자자의 수요보다 국채 공급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 이는 정부가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도록 만들고 유통시장의 채권 수익률도 끌어올린다.

더 큰 문제는 중앙은행들이다. 이들은 긴축적 통화정책, 즉 단기금리를 올리고 통화공급을 줄이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필요하고 효과적이라는 잘못된 주문을 되풀이하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정책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일제히 말하기 시작했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계속 오르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트럼프가 금리를 낮추라고 임명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신임 의장 케빈 워시(Kevin Warsh)조차 이제 미국의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시사한다. 수십 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일본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기 시작하자 일본은행(Bank of Japan)이 겁을 먹고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보다 정부의 차입 비용만 높여 부채를 더 늘리고, 그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의 차입 비용도 높일 것이다.

일부 주요국 정부가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프랑스 국채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들이 이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의 배후에는 프랑스 정부가 국민에게 추가 긴축정책, 즉 연금 급여와 기타 사회지출 삭감을 강요하려는 의도가 실제로 자리 잡고 있다. 채무불이행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선 2020년 이후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며,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부 부채 규모는 20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하지만 정부가 적어도 두 차례 민간부문을 구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였고, 두 번째는 2020년 팬데믹 경기침체였다.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과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 정부가 복지와 의료, 연금에 방만하게 지출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은행과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방만하게 늘어난 지출은 국방비였으며, 여기에 부유층과 기업을 위한 감세까지 더해졌다. 트럼프의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big beautiful)’ 예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21세기에 공공부문 부채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부문과 민간부문을 구제했고, 2012년까지 이어진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응했으며, 2020년 팬데믹 경기침체를 견딜 수 있도록 국민에게 필요한 재정 지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시기에 정부 부채비율이 급등했다. 아래 그림의 파란색 구간이 이를 보여준다. 그 사이에는 긴축정책, 특히 복지급여와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삭감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경제성장도 어느 정도 회복하면서 부채비율은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아래 그림의 주황색 구간이 이를 보여준다. 소득세, 특히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과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GDP 대비 정부 세수 비중은 약 35%에서 제자리걸음을 했고, 그 결과 연간 재정적자가 증가했다.

정부 부채가 늘어나면 이자 비용, 즉 정부가 채권 투자자에게 판매한 국채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도 증가한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에 대한 연환산 이자비용은 사상 최대인 13,800억 달러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GDP4.2%에 해당하며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비교하면 20204분기에는 2.3%였다. 지난 5년 동안 연환산 이자비용은 9,000억 달러, 200% 증가했으며 연평균 24%씩 늘었다. 한편, 2026 회계연도 첫 9개월 동안 이자비용은 780억 달러 증가해 8,270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부채를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사상 어느 때보다 높다. 중앙은행이 이제 금리까지 올리면 부채 상환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는 네 번째 이유는 경제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다. 채권 투자자들은 향후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10년이나 30년짜리 장기채권에 돈을 묶어두는 대가로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 즉 추가 금리를 요구한다. 미국 연준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이 기간 프리미엄이 채권 수익률을 약 0.6%포인트 끌어올렸다.

하지만 정부가 발행한 채권이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언제든 경제학자들이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라고 부르는 수단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억압은 정부의 개입이 채권 가격을 왜곡한다고 보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언제든 돈을 찍어모든 부채를 상환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 2010년대에는 이를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고 불렀다.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가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맡았던 2012~2015년 유로존 부채위기 당시 ECB가 바로 이 정책을 시행했다. ECB는 무제한 통화조치, 이른바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OMT)’을 약속해 채권 보유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드라기는 부채를 상환하고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ECB필요한 모든 조치(whatever it takes)’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예컨대 프랑스의 차입 비용은 금융억압에 나설 수 있다는 위협 덕분에 그렇지 않았다면 기록했을 수준보다 훨씬 낮다. 최근 미국 정부도 이런 정책을 부분적으로 활용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정부가 단기국채를 발행해 장기국채를 되사는 소규모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일반계정(General Account)’에 활용할 수 있는 1조 달러 규모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억압 조치에는 대가가 따른다. 무엇보다 경제에 투입하는 통화량을 늘리기 때문에 다른 통화와 비교해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가 증가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필요한 상품을 막대한 규모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이것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확산한다. 또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 표시 미 국채를 매입하려는 유인이 줄어들면서 채권 수익률이 상승한다. 금융억압은 결국 스스로 효과를 무너뜨리는 정책이며 위기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절박한 수단이다.

하지만 실제로 위기가 닥칠까? 현재의 채권 수익률 상승이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채권 수익률 상승이 오히려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트럼프 진영의 연준 이사 스티븐 미런은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경제와 인공지능(AI) 붐이 바람직한 이유로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투자에 필요한 신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인스주의자인 매슈 클라인(Matthew Klein)도 채권 수익률 상승은 좋은 소식이라며 같은 주장을 펼친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낙관적인 설명은 투자자들이 잃어버린 수십 년이 끝났다는 확신을 갈수록 강하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클라인은 이렇게 말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우선순위가 낮은 활동을 억제하거나 세계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미래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대신 오늘 실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의 금리 수준은 오히려 상당히 양호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실증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채권의 명목 수익률과 여기서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 수익률 사이의 격차는 2020년 이후 꾸준히 확대됐다. 팬데믹이 끝난 이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명목 수익률과 실질 10년물 수익률, 즉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수익률 사이의 격차는 2.7%포인트까지 벌어졌으며 2020년 이후 1.7%포인트 확대됐다. 실제로 현재 실질 수익률은 20233월보다 낮다. 이는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AI 붐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표라고 보기 어렵다.

마르크스가 《자본론》 제3권에서 설명했듯이 경기순환의 확장 국면에서는 투자자본의 이윤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순이윤, 기업가이윤을 압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이윤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금리가 계속 오르면 순이윤이 압박받고 결국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위기는 정부부문이 아니라 민간부문에서 발생할 것이며, 정부는 다시 민간부문을 구제하는 데 동원될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엔히키 지 아브레우 그라치오틴(Henrique de Abreu Grazziotin)의 논문에서 가져왔다.

현재 미국의 AI 붐은 수익성을 상대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금리가 훨씬 더 상승하지 않는 한 금리 인상이 아직 위기를 촉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채권시장 붕괴’, 즉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나타나는 외견상의 위기는 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반영한다. 여기에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고 금리를 올려 차입 비용을 높일 위험까지 더해졌다.

인플레이션이 가라앉는다면 채권 수익률도 하락할 것이다. 그때까지 주요국 정부가 채무불이행에 빠진다는 의미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채권 자경단과 친기업 정부들은 채권 수익률 상승을 이용해 정부의 사회지출을 추가로 삭감하고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정당화할 것이다. 이들은 이를 재정 여력(fiscal space)’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부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여력은 군비 지출과 산업 보조금을 늘리는 데 사용될 것이다.

[출처] Bond bust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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