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싸우면 이긴다"
뉴욕 시러큐스 시내의 한 사무실 건물 밖에 모인 노동자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붉은색 노조 티셔츠를 입고 "임신했다는 이유로 우리를 처벌할 수 없다", "우리가 싸우면 이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든 이들은 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집회를 하고 있었다. 이 건물에는 카드 게임, 만화, 수집용 트레이딩 카드(포켓몬(Pokémon)이나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과 같은)를 판매하는 최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이베이의 자회사인 TCG플레이어가 있으며, 피켓을 든 사람들은 수집품을 인증, 분류, 배송하는 일을 하는 약 250명의 노동자 중 일부였다.
노동자들은 자신들 중 한 명에 대한 임신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미국 디지털 직원-커뮤니케이션 노동자 조직화 캠페인(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Campaign to Organize Digital Employees, CODE-CWA)에 따르면, TCG플레이어의 물품 검수 노동자인 메건 휠러는 임신과 관련된 문제로 경영진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
휠러는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했지만 입덧 관리를 위한 간헐적 휴가를 포함한 편의 제공 요청을 거부당했다. 대신 지각으로 경고를 받았고, 유산 증상으로 응급 치료를 받기 위해 결근한 후 최종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노조는 말했다. CODE-CWA는 이번 주에 휠러에 대한 경영진의 처우가 부당노동행위(ULP)에 해당한다며 NLRB(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미국 국가노동관계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휠러는 성명에서 "노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는 혼자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사용자이 우리를 실망시킬 때 노동자들이 서로를 지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반노조 로펌 이용해 노조 탄압
이제 주요 기술 기업을 떠올릴 때 이베이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이 입찰 사이트는 인터넷 초창기에 탄생한 공룡 같은 회사로, 알파벳(Alphabet, Google의 모회사), 메타(Meta)나 트위터(Twitter) 같은 소셜 미디어 회사, 아마존(Amazon) 같은 거대 이커머스 기업만큼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이베이는 여전히 운영 중이며, 직원 수는 약 1만 명이다. 약 20만 명에 달하는 알파벳의 인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알파벳의 인력 대다수는 직원 신분을 부여받지 못하고 임시 공급업체 계약자(TVC)로 분류된다. 이베이의 직원 수는 다른 기준으로 보면 상당한 규모다.
노동자들이 뉴욕 시러큐스에 있는 TCG플레이어 사무실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CODE-CWA
TCG플레이어 직원 중 노조에 가입한 기술직 노동자는 극히 드문 경우로, 이베이가 2022년 시러큐스에 본사를 둔 이 회사를 약 3억 달러에 인수하자 노동자들은 새 주인 아래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조 결성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2020년부터 조직화를 추진했으며, 처음에는 서비스직원국제노조(SEIU)와 함께 조직화를 시도했으나 고용주의 잘못된 정보와 팬데믹으로 인해 NLRB 선거 청원을 철회해야 했다. 이베이에 매각된 후, 노동자들은 다시 뭉쳐 이번에는 알파벳 노동자 연합을 대표하는 CODE-CWA와 함께 했다. CODE-CWA는 구글의 소수 노조뿐만 아니라 세가(Sega), 마이크로소프트의 자회사인 제니맥스(ZeniMax), 텐더 클로스(Tender Claws)의 노조를 대표한다. 노동자들은 2023년 초 NLRB 선거를 신청했으며, 3월에 개표된 결과 282명의 근로자 중 과반수가 노조 설립에 찬성했다. 최종 집계 결과는 찬성 137명, 반대 82명이었다.
이베이와 TCG플레이어는 처음부터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TCG플레이어는 2020년에도 최고의 반노조 로펌인 리틀러 멘델슨(Littler Mendelson)을 고용하고 있었으며, 이베이에 매각된 후에도 이 로펌을 계속 이용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회사는 '매우 강도 높은' 노조 파괴 캠페인을 벌였으며, 반노조 메시지가 사무실에 만연해 있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노조원들의 투표를 방해하는 데 실패하자 이베이는 선거에 이의를 제기하고 NLRB 결정에 항소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이사회는 사용자의 항의에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베이와 TCG플레이어는 노동자와의 첫 번째 단체협약 교섭에 최종적으로 합의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했다. 노동자들은 두 회사 경영진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협약 교섭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하며 CODE-CWA는 NLRB에 여러 건의 부당노동행위를 고소했다.
노동조합 조직화 막아 부당노동행위 인정
노동자들은 또한 사측이 일방적인 고용 조건 변경을 시행하면서 이에 대한 노조와의 협상을 거부하고, 현상 유지 규정을 위반했으며, 징계 절차 중 노조 대표를 거부(바인가르텐 권리(Weingarten Rights), 노동자가 징계를 받을 때 노조 대표의 동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베이는 기업 인권 정책에서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 교섭권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삭제하여 이베이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뉴욕시와 주 감사관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따. 2023년 12월, NLRB 제3지역은 이베이와 TCG플레이어가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대응에서 법을 위반했다고 확인하면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우리는 이베이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이번 판결에 박수를 보내며, 법적 처벌이라는 현실이 이베이가 우리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는 동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TCG플레이어의 법정관리인이자 협상 위원회 위원인 이단 살레리우스(Ethan Salerius)는 말했다.
시간 끌기로 전전하던 이베이와 TCG플레이어는 지난 가을부터 노동자들과 협상을 시작했지만 진전이 더뎌 양측은 아직 1차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억만장자 피에르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 이베이 창업자 - 최근 인터셉트(The Intercept)의 초기 자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노동 전문 기자를 포함한 언론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온 - 는 이베이 이사회 명예 이사로, 노조 파괴가 그의 감시 하에 진행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CODE-CWA는 휠러의 임신 차별에 관한 성명에서 "CWA-TC노조는 휠러와 연대하며, 성 평등, 공정한 편의 제공, 합리적인 유급 휴가를 보장하는 노조의 계약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조치는 부당한 징계를 방지하고 모든 직원을 위한 공정하고 좋은 노동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출처] eBay Workers Are Playing the Union Car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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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N. 프레스(Alex N. Press)는 노동 조직화를 다루는 Jacobin의 스태프 작가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