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을 무력하게 만들다

출처 : Christopher Burns, Unsplash

모든 파시스트 정부의 목표는 사람들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인도의 모디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마하트마 간디 국민 농촌 고용 보장 제도(MGNREGS)는 매년 모든 농촌 가구에서 한 명에게 최대 100일의 고용을 제공한다고 약속한 수요 기반 제도였다. 제한적인 의미에서 이 제도는 고용권을 일부 보장했는데, 이는 모든 사람에게나 원하는 만큼의 고용을 보장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권리였다. 이 제도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반하는 것이었지만, 중앙 정부가 좌파의 지지에 의존하던 시기에 좌파의 압력으로 가능해졌다. 그러나 그 이후로 이 제도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현재 BJP(바라티야 자나타 당)의 파시스트 정부 아래서 이 시도는 절정에 달했다. 이 제도에 대한 반대는 다름 아닌 총리가 직접 표명했다.

BJP는 다른 여러 정당들처럼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데에는 적극적이다. 실제로 이런 현금 지급은 최근 마하라슈트라 주의회 선거에서 BJP 연합이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JP는 MGNREGS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두 제도 간의 근본적인 차이는 현금 지급 제도가 수혜자가 감사해야 하는 일종의 자선이라는 점에 있다. 반면 MGNREGS는 수혜자에게 고용에 대한 일종의 권리를 부여하고, 수혜자는 일한 대가로 보수를 받기 때문에 감사할 이유가 없다. 바로 이 권리 부여, 즉 수혜자에게 시민으로서의 존엄을 부여하는 것이 BJP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MGNREGS는 현금 지급 제도와 달리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자립시키는 방식의 권한 부여인데, 현금 지급은 유용하긴 하지만 정부의 변덕에 따라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 파시스트 정권은 항상 사람들을 무력화하려 하기에, MGNREGS가 공격받고 있는 것이다.

이 공격은 다섯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 번째는 정부가 요구하는 국가 모바일 모니터링 시스템(National Mobile Monitoring System)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작업장에 출석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업로드하고 작업이 실행되었음을 인증해야 한다. 또 다른 방식은 아드하르(인도의 고유 식별 번호) 기반 결제 시스템을 요구해 노동자들의 은행 계좌를 아드하르 카드와 연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는 매우 어려운데, 특히 농촌 지역의 많은 곳에서 인터넷이 거의 이용 불가능하다는 점이 주요 이유다. 그 결과, 많은 노동자들이 MGNREGS를 통해 작업을 신청할 자격을 잃고 있다. 실제로 NGO 리브텍 인디아(LibTech India)가 뉴스클릭(Newsclick)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드하르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아 6,700만 명의 노동자가 MGNREGS에서 제외된 것으로 추산된다.

두 번째 방식은 MGNREGS 자금을 주로 야당이 집권한 주에 대해 대규모 부패를 이유로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서벵골(West Bengal)이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부패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 감사를 실행해야 하지만, 중앙 정부는 주정부가 사회 감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사회 감사 부서는 중앙 정부가 자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중앙 정부는 오랫동안 이 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설령 주정부에 일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중앙 정부가 전액 부담하기로 되어 있는 제도에 대해 자금을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주정부의 잘못을 이유로 주민들을 처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단순히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세 번째 방식은 임금 체불을 통해 제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델리에서 열린 MGNREGS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작업한 지 3년 후에야 임금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법에 따르면, 임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노동자들에게 보상이 지급되어야 하며, 작업이 배정되지 않을 경우 실업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업 수당이나 보상이 지급된 사례는 전혀 없으며, 이는 법의 심각한 위반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임금 지급이 지연되면 신청자들이 줄어들고, 이는 제도의 약화를 초래한다.

네 번째 방식은 중앙 정부 예산에서 MGNREGS에 대한 불충분한 배정을 통해 제도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는 임금 지급 지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러한 경향은 UPA-II(통합진보연합 두번째 임기) 정부 시절부터 존재했다. 당시 재무부 장관이었던 피 치담바람은 항상 MGNREGS에 대해 예산을 부족하게 배정했고, 이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수요 기반 제도이므로 필요할 경우 충분한 예산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면서 임금 지급이 지연되었고, 이는 "낙담한 노동자 효과(disheartened worker effect)"로 인해 작업 수요를 감소시켰다. BJP 정부는 이러한 경향을 극단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24-25년도 MGNREGS의 예산은 8,600억 루피로 책정되었지만, 임금 체불액을 공제하면 약 6,000억 루피로 줄어든다. 이 금액은 너무 적어 또다시 임금 체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점점 더 커지는 임금 체불 문제를 만들어 결국 신청을 억제하고 제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코로나로 인한 갑작스러운 봉쇄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도시에서 마을로 돌아갔을 때 수정된 MGNREGS 예산은 1조 1,300억 루피로 책정되었다. 이 금액은 그들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 완화된 이후에도 이러한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주는 되돌려지지 않았고, 이는 현재의 제도 수준에서도 최소 1조 1,300억 루피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예산은 임금 체불액을 제외하고 단지 6,000억 루피에 그쳤다. 이는 임금 지급 지연과 낙담한 노동자 효과를 지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12월 6일 델리에서 시위에 나선 MGNREGS 노동자들은 제도 확대와 함께 2조 5,000억 루피의 예산 할당을 요구했다. 이는 실제로 필요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한다.

다섯 번째로 정부는 MGNREGS 임금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며 제도를 압박하고 있다. 임금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를 이해하려면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과거 계획위원회(Planning Commission)는 농촌 지역에서 하루 2,200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기준을 빈곤선으로 삼았다. 2011-12년 NSS 대규모 표본 조사에 따르면, 하루 2,200칼로리 섭취는 1인당 일일 지출이 약 50루피에 도달했을 때 가능했다. 이후 NSS의 비교 가능한 조사가 없었지만, 단순히 농촌 지역 소비자 물가 지수를 적용하면 2023-24년 기준으로 이와 대응하는 임금은 82루피에 해당한다. 5인 가족(부부, 두 자녀, 고령 친척)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하루 임금은 410루피 이상이어야 한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은 임금이 필요하다. 긴급 상황에 대비해 저축할 여유를 남겨야 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물가 지수가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필수 서비스의 민영화로 인한 실질 생활비 증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민영화는 필수 서비스의 비용을 더욱 상승시킨다.

최근 인도 중앙 정부가 임명한 전문가 위원회조차 MGNREGS 노동자들에게 하루 임금 375루피를 권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별 임금 격차가 클 뿐만 아니라, 어느 주에서도 임금 수준이 375루피에 근접하지 않았다. 사실 주요 주들 중에서 하루 임금이 300루피를 초과하는 곳은 하리아나(Haryana), 케랄라(Kerala), 카르나타카(Karnataka), 펀자브(Punjab) 단 4곳뿐이었다. 나머지 주들에서는 하루 임금이 200루피에서 300루피 사이에 머물렀다. 이렇게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 게다가 오랫동안 지급되지 않는 임금은 노동자들에게 큰 의욕 상실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 정부는 인도 독립 이후 가장 중요한 입법 중 하나로 꼽히는 권리 기반 제도를 무너뜨리고, 사람들을 현금 지급이라는 시혜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파시스트 요소들이 이끄는 정부에서 더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출처] Disempowering the People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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