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콩고공화국(DRC) 정부가 유럽에서 세계적인 기술 대기업인 애플(Apple)을 형사 고발했다. 정부는 애플이 전자제품 제조에 필요한 자재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분쟁으로 고통받는 콩고 동부 지역의 폭력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특히 애플이 콩고의 광물을 르완다를 통해 불법 밀수해 가져갔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이 사건을 대체로 외면하고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인도적 재앙 중 하나로 여겨지는 문제에 대해 수십 년간 무관심한 태도를 이어온 것이다. 이 지역에서는 이미 최대 600만 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1998년 이후 560만 명 이상이 강제로 집을 떠나야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도 이러한 폭력 사태와 콩고의 광물을 약탈하는 르완다의 공모를 대부분 무시해왔다.
2024년 12월 17일,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암스테르담 & 파트너스 LLP(Amsterdam & Partners LLP)와 두 개의 다른 법률 회사는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애플을 상대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에서 채굴된 '분쟁 광물'이 애플 공급망에 포함되었다"는 내용으로 고발했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 응답을 요청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다만 애플은 2024년에 자사 공급업체들에게 해당 지역에서 광물을 수입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콩고 측 변호인단은 애플이 이 금지 조치를 내린 정확한 날짜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며, 이러한 조치가 있었다면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소송은 애플이 콩고 광물을 르완다(Rwanda)를 통해 불법적으로 밀수해 조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 광물은 텅스텐, 주석, 탄탈륨으로, 흔히 "3T"로 불린다. 이런 광물 조달이 지역 폭력에 기여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독립적인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2009년 국제주석공급망이니셔티브(ITSCI)가 설립되어 지역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런던에 본부를 둔 탐사 기관인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2022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런 점검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르완다에서 수출된 것으로 표시된 광물이 사실은 콩고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된 것임을 밝혀냈다.
"르완다에서 ITSCI 계획을 설립하는 데 관여했던 주요 인사는 몇 년 동안 르완다에서 수출된 광물의 약 10%만이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 채굴된 것이며, 나머지는 모두 콩고에서 밀수된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글로벌 위트니스 보고서는 밝혔다.
밀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콩고가 주요 수출품에 세금을 부과할 수 없게 만들며, 이를 통해 보건 및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전문 군대를 구성해 폭력을 억제할 수 있는 수익 창출 기회를 차단한다.
결국 애플이 이 대규모 약탈에 공모했는지는 유럽 법원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콩고의 소송은 르완다에 대한 전 세계적인 주목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있다. 르완다는 M23이라는 악명 높은 무장 단체를 콩고 국경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와 기타 단체들은 이 무장 단체가 대규모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고 보고했다. 2024년 1월 4일, M23은 콩고 도시 마시시(Masisi)를 장악했다. 또한 르완다 자체가 동부 콩고에 4,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주둔시켰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르완다가 콩고 영토를 병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출처: Unsplash, zhang kaiyv
끔찍한 인권 기록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까지 반체제 인사를 겨냥한 암살 프로그램을 운영한 르완다와 그 지도자 폴 카가메(Paul Kagame)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카가메는 지난 7월 선거에서 의심스러운 99.18%의 득표율로 다시 승리했다. 그의 통치 초반에는 서방 세계가 1994년 학살 당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해 서방의 동정심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살이 잊혀지면서, 카가메는 미국, 영국, 프랑스에 어필할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 영국 기자이자 ⟪방해하지 마시오: 정치적 암살과 타락한 아프리카 정권의 이야기⟫(Do Not Disturb: The Story of a Political Murder and an African Regime Gone Bad)의 저자인 미켈라 롱(Michela Wrong)은 카가메를 "아프리카 지도자들 중 가장 영리하고 통찰력 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롱은 “카가메의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는 서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와 그들의 주요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매년 약 1억 9천만 달러를 르완다에 원조로 제공하며, 유럽 국가들도 여기에 기여하고 있다.
르완다군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훈련되고 효율적인 군대로 평가되며, 카가메는 이를 점점 더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 파병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모잠비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자생적 이슬람 지하드 세력이 등장했으며, 롱은 르완다군이 서방의 지정학적,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두 국가에 배치되었다고 설명했다. “모잠비크에서는 지하드 세력이 프랑스의 거대 석유 회사인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가 대규모 투자를 한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롱은 또한 카가메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국가로 르완다를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그에게 최소 3억 9,500만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며 난민 일부를 르완다로 보내는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영국의 차기 노동당 정부가 이 나라의 추방 정책을 중단하기 전에, 영국에서 르완다로 이송된 난민은 4명에 불과했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르완다의 약탈과 콩고 동부에 대한 폭력 개입이 끝난다고 해서 이 지역에 즉시 평화가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지역에는 약 150개의 지역 무장 단체가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땅을 둘러싼 갈등이나 민족적 증오로 인해 수십 년 간 싸워왔다. 콩고는 적절한 군대를 구성할 자금이 부족해 이 지역의 평화를 유지할 능력이 없는 상태다.
콩고의 열악한 광산 실태는 도움을 주고자 하는 외부인들에게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 나라에는 약 200만 명의 “소규모 채굴자(artisanal miner)”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극도로 위험한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작업한다. 나는 콩고 남동부 지역에서 그들 중 일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들은 안전 장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원시적인 도구를 사용해 30미터 깊이의 위험한 터널을 직접 파고 들어간다. 그렇게 채굴한 광석은 중간 상인들에게 팔리며, 이는 국제 공급망으로 들어가 결국 우리의 컴퓨터, 휴대전화,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사용된다. 소규모 채굴자들은 종종 터널 붕괴로 인한 질식이나 유독 가스를 흡입해 사망하는 사고를 겪는다.
애플이 해당 지역에서 광물 조달을 중단했거나 앞으로 중단할 것이라는 발표는 부분적인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글로벌 북반구는 한 세기 이상 콩고를 착취하며 광물 자원을 고갈시켰고, 콩고는 이를 통해 보다 광범위한 경제를 구축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콩고에서 광물 수입을 줄이는 것은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200만 명의 채굴 노동자들을 실직 상태로 만들 것이며, 그들에게 의존하는 더 많은 가족들과 지역 소규모 사업체들에까지 피해를 줄 것이다. 문제는 더 안전하고 인간적이며 지속 가능한 산업을 구축하는 동안, 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광물 조달을 계속 이어가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이는 지역의 폭력과 고통을 더하지 않으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르완다의 광물 약탈 혐의를 중단시키는 것은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미국 언론이 카가메 정권에 대해 보여주는 수치스러운 침묵 — 최근 <워싱턴 포스트>가 예외적으로 정직한 기사를 낸 것 말고는 — 은 이와 연결되어 있다. 특히 필립 구레비치(Philip Gourevitch)는 1998년에 발표한 1994년 학살과 그 여파에 대한 강렬한 저서 ⟪내일 우리는 가족과 함께 학살당할 것임을 알리게 되어 유감입니다⟫(We Wish to Inform You That Tomorrow We Will Be Killed With Our Families)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르완다 학살을 각인시켰다. 현재 <뉴요커>(The New Yorker)의 스태프 작가로 활동 중인 구레비치는 책 출간 이후에도 르완다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으며, 카가메를 옹호하는 태도를 점점 더 약화된 방식으로 표현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현대 르완다에 대한 그의 솔직한 평가가 동부 콩고의 끔찍한 위기를 세상에 알리는 작업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상징적인 미국 기술 대기업을 법정에 세우는 일이 마침내 오랫동안 미뤄졌던 보도를 촉진하기를 기대한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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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노스(James North)는 주로 국제 문제와 인권, 특히 아프리카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언론인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