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도 노동자 대체는 중대한 위협이다

많은 추정에 따르면인공지능의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우리는 지금 당장 평등주의적 정책 해법을 마련하기 시작해야 한다.

출처: Unsplash+, Getty Images

AI 주도 일자리 상실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대중의 의식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하우스 파티에서는 다가올 자동화 물결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1년 전부터는 컴퓨터 과학자들이 단순히 오픈 액세스 아카이브인 arXiv(학술 논문을 사전 공개하는 공개 저장소)에 예측을 올리는 것을 넘어,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 이방카 트럼프가 추천)’이나 점진적 무력화(Gradual Disempowerment)’, 그리고 ‘AI 2027(J. D. 밴스가 읽음)’ 같은 독립적인 세련된 웹사이트에 자신들의 전망을 정리해 게시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는 버락 오바마의 피드부터 <타임>, <뉴욕 타임스>에 이르기까지, AI로 인한 일자리 불안이 본격적으로 주류 담론에 진입했다롤러코스터 꼭대기에서 알 수 없는 낙하를 앞둔 것 같은 감각을 마주했을 때보통의 반응은 감정적으로 분리되거나거창한 예측들을 그저 과장된 선전으로 치부하는 것이다물론 이런 기술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약속에 기반해 있으며이들은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믿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감에 대한 반작용도 나타나고 있다애플 연구자들이 대형 언어모델이 실제로는 추론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은 화제가 되었고이는 기술 발전이 정체되었으며 AI 버블이 곧 터질 수도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또 다른 최근 연구에서는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AI 도구를 사용할 때보다 사용하지 않을 때 더 빠르게 작업을 수행한다는 결과가 나왔고이는 AI 발전에 대한 예측이 과장되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뒷받침했다.

우리는 AI에 의한 노동자 대체가 실제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이는 지금 당장 우리가 집중하고 주목해야 할 문제이지, 10년 후나 먼 미래에나 다뤄야 할 일이 아니다이 문제는 곧 닥쳐올 위협일 뿐 아니라 정치적 기회이기도 하다이는 가까운 장래의 선거 주기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좌파는 이에 대응할 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기회 붙잡기

좌파가 이 정치적 기회를 허비해 버리기는 너무도 쉬울 수 있다특히 두 가지 경향이 AI 주도 일자리 상실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발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첫 번째는 AI 제국에 대한 저항이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AI”와 관련해 활동하는 진보적 비영리 단체들과 학자들이 정말 없을까물론 있다그러나 이들이 다루는” 이슈들은 매우 다양하고 종종 단절되어 있으며이들 중 다수는 감시, AI 안전소외된 집단에 대한 알고리즘 편향환경적 영향콘텐츠 저하 및 플랫폼 붕괴로 인한 문화적 퇴보창의성실존적 위협규제 및 감독 등과 같은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AI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여러 전선에서 싸우고 있으며일부는 산업계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거나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받고 있기도 하다.

AI와 노동이라는 주제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수는 훨씬 적다기술 정책 영역 바깥에서 노동조합들은 AI의 함의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지만이들은 임금과 노동 조건 같은 보다 시급한 쟁점들비조합 노동자 조직화와 같은 과업들에 여전히 바쁘다.

좌파가 AI에 의한 노동자 대체 문제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많은 좌파들이 신기술과 맺고 있는 복잡한 관계에 있다기술을 자본주의 체제 및 그것이 전개되는 특정한 권력관계의 구조와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다이러한 관점에서 AI는 종종 자본주의 사회관계 맥락에서 전적으로 부정적인 현상으로 분석되며지배계급이 인간 노동을 저하시키고 대체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배치하는 일련의 기술로 간주된다.

기술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기 위한 운동은 존재하지만그것은 주로 학계나 정책 중심의 영역에 고립되어 있다하지만 리 필립스(Leigh Phillips)가 말했듯이좌파는 해방을 위한 기술 활용에 대해 낙관적이어야 한다기술에 대한 비관주의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는정의가 모호한 거버넌스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이는 AI가 컴퓨팅을 민주화하거나 새로운 교육 방식들을 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제한한다.

AI는 특히나 다루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던진다그것은 너무도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기에, AI는 단지 과두적 지배계급플랫폼 자본주의감시국가 등을 대체하는 상징으로 기능하며그저 거부해야 할 악의 덩어리로 취급된다.

요컨대좌파 내부의 현재 흐름과 AI 정책의 풍경은 우리가 AI에 의한 일자리 상실에 대해 단지 반응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고적극적으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지 못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우리는 이어질 다음 글에서, AI를 공공재처럼 규제하는 방식에서부터 뉴딜 스타일의 공공 일자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이 문제들에 대한 몇 가지 정치적 해법을 검토하고 제안할 예정이다이 글에서는 먼저 좌파 내에서 ‘AI에 의한 노동자 대체가 과연 문제인지 여부에 대한 논쟁부터 살펴본다.

지금 이 위협은 얼마나 심각한가?

지금까지, AI와 함께하는 노동의 미래에 대한 논쟁은 대부분 노동경제학자들에 의해 주도된 양면적 논쟁이었다한쪽은 AI가 대규모 일자리 상실을 야기할 것이라고 본다이 입장의 주된 논거는 매우 단순하다. AI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노동을 절약할 수 있다는 약속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기업들은 AI를 도입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한다.

은행과 컨설팅 회사들은 이와 관련해 큰 수치를 제시해 왔다골드만삭스는 전 세계적으로 정규직 3억 개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수 있으며현재 노동의 4분의 1이 AI에 의해 완전히 수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맥킨지 분석가들은 미국에서 현재 수행되는 노동 시간의 30%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들 컨설팅 기업들 또한 AI의 위협에 취약하며, AI ‘에이전트들이 다단계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자체 에이전트형 AI 플랫폼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의 노동경제학자들은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일자리는 다양한 과업들의 묶음이며, AI 도구들이 이 모든 과업을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MIT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와 동료들의 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고용의 60% 이상은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군에 속하며이른바 새로운 일은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는 직업명(드론 조종사섬유 화학자),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직업군(최면치료사소믈리에), 그리고 긱 이코노미 기반의 직업(온디맨드 쇼핑 대행인개인 운전기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 AI는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것이며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술 변화가 일자리를 없애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일을 창출해 왔다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이 점이 역사로부터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지를 따질 때두 가지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첫째역사가 항상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고 주장하기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물론 농업 경제에서 제조업 경제로그리고 서비스 경제로의 이행이 있었지만이는 여전히 단 두 차례의 전환에 불과하다둘째이러한 초기의 전환들은 이미 끝난 일이 아니며여전히 그 영향은 진행 중이고 잔향은 계속되고 있다미국의 선거 정치가 지금까지도 이러한 전환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국가의 실패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보다 정교한 입장을 취하며기술 기업가들이 혁신자 지대를 차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안톤 코리넥(Anton Korinek)과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기술 발전이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 경제학자들이 자만하는 길이다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도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불평등은 혁신자가 잉여 가치를 획득하면서 발생하며혁신 시장이 완전히 경쟁 가능한 구조가 아니라면 그들이 얻는 이윤은 혁신의 비용을 초과하게 된다고 이들은 설명한다그뿐 아니라혁신은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고 노동과 자본 같은 생산요소에 대한 수요를 변화시킨다이들은 결론짓는다. “AI는 광범위한 인간 임금을 낮추고 기업가에게로의 소득 재분배를 유발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

좀 더 명시적인 마르크스주의적 기술 분석도 여기서 도움이 된다칼 마르크스는 기술이 자본주의하에서 사회를 개선하거나 노동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며오직 잉여가치와 이윤을 생산하기 위해 발전한다고 주장했다따라서 자본은 어떤 기술이 기존의 가장 값싼 노동력보다도 저렴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때에만 그 기술을 실제로 배치하게 된다마르크스는 자본이 기계 대신 비용을 계산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낮춘 과잉 인구의 여성 노동력을 기꺼이 활용한다고 비꼬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자본은 비용이 많이 드는 전문기술직과 지식직 노동을 자동화하는 데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다이는 바로 AI가 가장 위협을 가한다고 평가받는 일자리 유형들이다물론 자본이 이러한 AI 도구를 해당 노동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에만 그런 계산이 성립한다현재 AI 기업들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저가에 도구를 제공한 뒤 점차 가격을 인상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실제로는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느냐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일부 비평가들은 수익성 없는 모델에 기반해 제품을 구축한 기업들로 인해 전반적인 기술 산업 전반에 걸친 서브프라임 AI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을 대체하려는 자본가들이 AI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자동화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루어질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그럼에도 마르크스의 논리를 따른다면좌파는 자본가들이 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노동자를 희생시키면서 자신들의 부를 늘리려는 방식에 대해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마땅하다우리의 노동력이 즉시 대체 가능한 것이 된다면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르크스는 또한 자본주의하에서 급속한 기술 변화의 주요 산물은 바로 빈곤한 실업자들의 예비군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기술에 의해 해방된” 이 과잉 인구가 겪는 빈곤과 고통은—일시적일지라도—폭발적인 정치적 힘이 될 수 있으며이는 고용된 노동자의 요구와 권력에 대한 견제가 될 수도 있다.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다양한 형태의 육체노동이 기술 변화의 영향을 받아왔음을 지적해 왔다그러나 지금은 정신노동’ 또는 인지노동의 대규모 자동화 가능성이 등장하면서이른바 전문-관리 계급—혹은 그 일부—이 프롤레타리아화되는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이들이 결국 새로운 직종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라도그 전환이 항상 원활한 것은 아니며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할 수 있다탈산업화된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이 대거 도널드 트럼프에게로 이동했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실제로 노동과 자본’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계급의 지속적인 존재는 마르크스가 예견했던소수의 자본가 계급과 점점 기술을 상실해가는 프롤레타리아 대중 사이의 계급 양극화라는 예측을 반박하는 증거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다그러나 마르크스가 무엇을 예측했든 간에, AI는 지난 한 세기 넘도록 자본주의의 안정성을 지탱해 온 중요한 기반—즉안정적인 임금과 일정한 직무 자율성을 누리며대체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자본과 일치한다고 인식해 온 중산층 노동자들—의 심장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게다가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가 주장했듯이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노동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해 왔다면, AI 기반의 탈숙련화는 이러한 기술을 더 널리 이용 가능하게 만들 수 있으며그 결과 이들 노동자와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서비스직 및 육체노동자 사이의 양극화를 줄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숙련되고 교육받은 광범위한 노동자 집단이 갑작스럽게 불안정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오히려 이들이 더 넓은 노동계급과의 연대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액 연봉이 자본주의의 착취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는 듯 보일지라도대부분의 전문직 노동자들 또한 생존을 위해 임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모든 노동계급과 다를 바 없다다시 말해이들 역시 노동자이며자신을 그렇게 인식해야 한다.

걱정할 일은 아닐까?

그러나 좌파는 종종 AI가 대규모 일자리 상실을 초래할 가능성에 회의적이며이로 인해 폭넓은 노동자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이러한 회의주의는 부분적으로는 그럴듯한 기업의 과장을 불신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AI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가 중 한 명인 사회학자 안토니오 카실리(Antonio Casilli)는 최근 저서 ⟪로봇을 기다리며자동화의 고용된 손들⟫(Waiting for Robots: The Hired Hands of Automation)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대형 기술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내세우는 거대한 비전에도 불구하고, AI의 현실은 끊임없이 축소된다사용자들에게는 자율주행차를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보조 운전 기술만 제공되고의사결정 소프트웨어를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드롭다운 옵션 메뉴만 제공되며로봇 의사를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단지 의학 검색 엔진이 제공될 뿐이다.”

카실리는 우리가 AI 훈련과 데이터 라벨링에 투입되는 디지털 노동즉 실제로 인간 노동자가 다른 인간으로 대체되고 있는 노동 형태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는 우리의 노동은 사라질 운명이 아니라전환되고 은폐되고 있으며플랫폼 자본가들의 서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시민분석가정책결정자들의 시야 밖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쓴다. (그의 주장은 마두미타 무르기야(Madhumita Murgia)의 ⟪코드 디펜던트⟫(Code Dependent)와 제임스 멀둔(James Muldoon) 외의 ⟪기계를 먹여 살리는 사람들⟫(Feeding the Machine)과도 연결된다이들 역시 취약하고 저임금의 디지털 노동자들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일부 경우에는 카실리가 말한 것처럼 플랫폼이 단순히 노동을 이전하는 것일 수 있다그러나 일자리 상실 역시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그것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좌파 비판의 시각애런 베나나프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위협에 대한 또 다른 진지한 좌파 비판은 아론 베나나브(Aaron Benanav)에게서 제기된다그의 2020년 저서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Automation and the Future of Work)는 기술이 일자리를 파괴해서가 아니라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일자리 창출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난 50년간 전 세계 노동 수요가 침체되었다고 설명한다그의 주된 설명은 탈산업화로 인한 경제 침체다최근 <뉴욕 타임스기고문에서 베나나브는 생성형 AI가 가져다주는 생산성 향상이 제한적이며핵심 서비스 분야에 근본적인 향상을 만들어내리라는 전망도 뚜렷하지 않고, AI 발전 속도 자체도 이미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 중 일부에 동의한다경제 침체는 더 넓은 구조적 문제로서 분명히 다뤄져야 한다그러나 자본가들이 항상 자사 제품을 과장한다고 해서혹은 아직 수익화하지 못했다고 해서 AI 발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실수다게다가일반적인 경제 침체—특히 노동계급의 삶에서—와는 달리자본주의의 이윤율은 1970년대 경제 위기 이후 상당히 회복되었으며현재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 중 일부는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동료 평가를 거친 연구들은 AI가 여러 의료 작업에서 인간을 능가하고효과적인 심리 치료를 제공하며인간보다 인기가 높은 시를 창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현재 AI 물결이 과거의 기술 과장 주기들과는 진짜로 다를 수도 있다그리고 농업과 제조업 노동의 극적인 자동화에서 보듯자본이 모든 노동을 자동화하려는 역사적 집념을 고려할 때서비스나 인지적 노동이 영원히 예외일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AI 일자리 상실은 임박한 재앙인가아니면 과장된 헛소문인가?”라는 질문 앞에서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담론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경향은 오히려 논점을 흐리게 만든다진실은 아마도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 AI로 인한 충격이 다수의 일자리를 파괴하지는 않겠지만여전히 중대한 변화는 일어날 것이며이는 기후 변화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회·생태적 경향과 결합될 때 매우 파괴적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이 바로 지금의 문제라고 주장한다대규모 대체에 대한 강력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이미 수많은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예컨대 쇼피파이(Shopify)는 “AI 우선”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내부 메모를 발송하고 있으며향후 프로젝트 인력 충원 시 AI로 대체할 수 없는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샌프란시스코 최대 민간 고용주인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현재 회사 업무의 30~50%를 AI가 수행하고 있다고 말한다이는 실리콘밸리만의 일이 아니다포드 자동차 CEO 짐 팔리(Jim Farley)는 “AI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대상은 초급 노동자들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졸업생이 15개 주요 기술 기업 전체 채용의 단 7%만을 차지하며신규 채용은 2023년보다 4분의 1이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안스로픽(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AI가 모든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향후 15년 안에 1020%의 실업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예측하며 충격을 던졌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 종말론은 아직 멀었다고 주장하며화이트칼라 고용 비중이 약간 늘었고실업률은 낮으며임금 상승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이는 기업들이 아직 AI를 본격적으로 업무에 도입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다또한 많은 CEO들이 AI에 투자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해 좌절하고 있으며알파벳(구글)이나 메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면서 막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과 자본력을 가진 초대형 기술 기업)들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현재 나타나는 충격의 증거는 아직 단편적이다.

그럼에도 지금 바로 이 문제에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첫째, AI의 현재 능력만으로도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으며, AI 기술 발전이 지금 수준에 머무르더라도 기업들이 이를 조직에 성공적으로 통합한다면 노동 이탈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둘째, AI와 일자리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실질적인 “AI 일자리 상실의 현실과 다를 수 있지만여전히 강력한 정치적 힘이 될 수 있다예를 들어병원체 SARS-CoV-2와 코로나라는 명칭으로 좌우 양측에서 온라인으로 퍼졌던 사회적 재현 간의 차이를 떠올려 보라. “AI 일자리 상실” 역시 실제 효과 이전부터혹은 그와 무관하게도 정치적으로 반응을 요구하는 쟁점이 될 수 있다.

셋째이러한 대체에 대응할 실질적인 아이디어와 정치적 힘을 구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그것이 정말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쌓이기 전에우리는 지금부터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다가올 정치적 함정들

AI에 대한 대중의 우려는 우리의 보다 광범위한 정치 방향을 재조정하고좌파를 다시 활력 있게 만들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첫 번째 함정은,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위협을 사기라며 가볍게 치부하고그에 대한 해법을 주도할 기회를 놓쳐버릴 위험이다.

두 번째 함정은 우파가 AI에 의한 일자리 상실을 활용해 계급 간 긴장을 심화시키고이를 트럼프 지지층에 유리한 방식으로 활용하며 공공 제도를 더욱 약화시키는 것이다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가 해고된 연방 노동자들이 새로운 제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비꼰 발언이나대학에 대한 공격은 경제적 희생강력한 지도자중앙집권적 경제 권력산업생산에 대한 향수 어린 환상을 미화하는 마가 마오이즘(MAGA Maoism, 우파 포퓰리즘이 좌파 급진주의의 언어와 형식을 차용하는 기이한 혼종)”이라는 논의를 낳고 있다지식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대학 간 게 잘못이라는 조롱을 받을 수도 있고이들에게 공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구제로 비난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가 단지 화이트칼라의 문제라는 생각은 오해다. AI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자들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저임금 노동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더 나아가 고임금 일자리가 대체되면그 파급 효과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어 서비스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중요한 것은지난 수십 년간 아웃소싱과 자동화로 인해 공동체가 파괴되었고그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거의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고 느끼는 이들—즉 저소득 노동자 계층—이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위한 공공 지원 방안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숙고해야 한다는 점이다공공 일자리 정책 논의는 반드시 그러한 역사적 경험을 반영해야 하며모든 형태의 노동자들 사이에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전달되어야 한다.

세 번째 함정은우파가 “AI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주장을 통해 대중의 불만을 사회적 측면에 집중시키고경제적 측면은 무시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선점하는 것이다물론 사회적 측면—딥페이크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거나, AI ‘연애 파트너가 성적 만남을 대체하고 출산율을 낮춘다는 우려—은 초당적 협력의 여지가 더 크며중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가 주의를 독점하게 되면권력 구조나 경제 체제에 대한 토론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J. D. 밴스가 “AI에 대해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일자리의 대량 소멸이 아니라미국의 10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챗봇과 대화하는 일이다라고 말할 때그것이 바로 이 문제에 대한 우파 담론의 기본 틀로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함정들을 피하면서, AI 주도의 일자리 대체 문제를 담대하고 정밀한 분석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전략과 언어를 발전시킨다면우리는 이 불확실하고 파괴적인 전환기를 능동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이 과제는 압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카렌 하오(Karen Hao)는 신간 ⟪AI 제국⟫(Empire of AI)에서 오픈AI를 비롯한 기술 권력자들을 제국에 비유하며과거 식민지 제국들이 자원을 탈취하고 피지배 노동을 착취하며인종주의적·비인간적 우월성과 근대성 개념을 내세워 세계 질서를 강제했음을 상기시킨다이 비유는 강하게 울린다하지만 하오는 지금 이 결정적 시점에 이 기술의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좌파가 단일 이슈나 단일 운동 중심의 사고와 조직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AI는 노동과 자본 사이의 관계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고 사고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이 투쟁은 향후 수십 년간 자본주의의 지형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이 싸움에는 사회주의자노동조합 활동가뿐만 아니라 경제학자기술 비전가컴퓨터 과학자들의 참여도 필요하다좌파가 AI의 미래를 진지하게 능동적으로 구상하지 않는다면우리는 단지 기술 기업가들이 만든 암울한 미래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AI-Driven Worker Displacement Is a Serious Threat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홀리 벅(Holly Buck)은 버펄로대학교 환경 및 지속가능성학과의 부교수다. 맷 휴버(Matt Huber)는 시러큐스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이며, 저서로는 ⟪계급 전쟁으로서의 기후 변화: 뜨거워지는 행성 위에 사회주의를 건설하라⟫(Climate Change as Class War: Building Socialism on a Warming Planet)(Verso, 2022)가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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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실업자 좌파 마르크스 AI 상실 일자리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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