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에게 어느 정도는 인정할 점이 있다. 그는 사면권을 팔고,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강탈하고, “평화 위원회” 자리를 판매하면서 상당한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해 최소한 일 비슷한 무언가를 해야 했다. 베네수엘라 석유의 경우, 그는 실제로 한 나라를 침공하고 80명을 살해해야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최신 사기극은 훨씬 단순하다. 그는 그냥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법무장관 팸 본디에게 그 돈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명령한다. 그는 이미 몇 달 전에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정부가 기소하려 하자 2억 3천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해 이 방식을 실행했다.
현실적으로 보면, 트럼프의 소송은 완전히 우스꽝스러웠다. 만약 기소가 계속 진행되었다면 유죄 판결이 났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했기 때문에, 이건 아예 소송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제프리 엡스타인이 자신을 기소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법무부가 2억 3천만 달러를 그에게 넘겨줄 리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 — 예를 들면 인종차별적 동기에 의한 기소 등 — 에만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보상액 대부분은 변호사 비용에 해당한다.
만약 사실관계가 완전히 달랐고 그가 전적으로 무죄였다고 해도, 트럼프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수백만 달러 수준일 것이다. 그가 본디에게 넘기라고 한 세금으로부터 가져올 돈의 2~3% 수준이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는 국세청(IRS)을 상대로 100억 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자신의 세금 자료가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아이러니 중 하나는, 이 유출이 트럼프의 첫 임기 중 발생했다는 점이다. 즉, 형식상으로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이 피해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여기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다.
나는 종종 우파가 떠들어대는 금액이 맥락 속에서는 아주 사소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도둑질은 이제 연방 예산이라는 맥락 안에서도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몇 가지 비교를 해보자. 공영방송 지원을 위한 연간 예산은 약 5억 5천만 달러다. 트럼프는 자기 세금 자료 일부가 공개된 것에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이보다 거의 20배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전기톱으로 예산을 삭감한 아프리카 AIDS 프로그램은 연간 45억 달러의 예산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수천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트럼프는 IRS가 자신의 세금 기록을 공개한 것 때문에 — 모든 대통령이 해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 이보다 두 배 이상의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이 올해 초 기한이 만료되도록 방치한 오바마케어 보조금은 연간 약 300억 달러의 비용이 들며, 이는 약 2,200만 명의 사람들이 혜택받는 프로그램이다. 트럼프는 지금 이 금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오직 자신의 수치심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트럼프의 소송은 납세자에게 실제 비용을 안긴다> 공영방송 (Public Broadcasting), 아프리카 에이즈 프로그램 (Africa AIDS Program), 트럼프 국세청(IRS) 소송 (Trump I.R.S. Lawsuit), 오바마케어 보조금 (Obamacare Subsidies)
납세자로부터 100억 달러를 훔치는 것도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이제 연방 재정을 자신의 돼지 저금통처럼 여긴다는 사실이다. 그는 얼마나 황당하든 어떤 주제든 상관없이 아무 소송이나 제기한 뒤, 팸 본디 법무장관이나 관련 기관장에게 그 돈을 넘기라고 지시할 수 있다.
아마 다음엔 자신이 만든 트럼프 골드 비자 카드에서 이름 철자를 일부러 틀리게 적도록 시킨 후, 그로 인한 감정적 피해를 이유로 500억 달러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본디에게 강하게 협상하라고 지시해 400억 달러에 합의할 수도 있다.
이것은 명백하게 터무니없는 광대극이지만, 지금 미국의 현실이 그렇다. 트럼프는 마음껏 국민 세금을 빼돌릴 수 있고, 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나는 아무것도 몰라” 혹은 “트럼프는 그럴 자격이 있어”라는 반응을 보인다.
미국의 대다수 시민은 트럼프의 부패, 무능,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 그리고 미국 도시들에 대한 악의적 공격에 명백히 환멸을 느끼고 있다. 진짜 질문은, 과연 우리에게 아직 다수의 의견이 의미를 가질 만큼의 민주주의가 남아 있느냐는 것이다.
[출처] Trump’s $10 Billion IRS Lawsuit and the Open Treasury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클린룸 안의 사람들: 오퍼레이터 최유선 이야기] ① 보통 사람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어요](/data/article/11/260204b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