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2일 벨기에에서 열린 반긴축 시위에 참여한 스톱 군사화(Stop Militarization) 캠페인 활동가들. 출처: 벨기에 노동자당(Workers’ Party of Belgium) 페이스북
지역의 노동조합 활동가, 사회운동가, 조직자, 정치인들이 3월 14일 브뤼셀에 모여 스톱 군사화(Stop Militarization)플랫폼이 조직한 평화 회의에 참가했다.
유럽연합 수도 한복판에서 열린 하루짜리 행사에 350명의 참가자가 모였고, 회의의 핵심 쟁점을 짚는 전체 회의로 시작한 뒤 유럽 재무장, 군사화에 맞선 청년 조직화, 군사적 케인스주의의 허구적 약속,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다루는 네 개의 분과 토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마지막 전체 회의는 전쟁 산업에 맞서는 노동조합 조직화에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이 회의는 브뤼셀에서 열린 베덱스(BEDEX) 무기 전시회에 대한 대항적 성격을 띠었다. 이 전시회는 같은 날 개최되었고, 라인메탈(Rheinmetall)과 레오나르도(Leonardo) 같은 주요 방위산업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였으며, 유럽위원회와 벨기에 군대 등이 후원했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
회의의 핵심 결론 가운데 하나는 현재 유럽 전역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군사화가 사람들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인탈 벨기에(INTAL Belgium) 대표 안시 반베셀라에레(Ansje Vanbeselaere)는 발제에서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한 이란에 대한 제국주의적 공격,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미국에 의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 그리고 미국이 쿠바에 부과한 연료 봉쇄가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공공 재정을 발전이 아니라 전쟁 산업의 이윤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긴축은 공공 부문의 재정 부족을 낳고, 이는 탈산업화된 사회와 불안정하고 건강이 취약하며 교육 수준이 낮은 인구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모든 전쟁은 사실상 계급 전쟁이다.
군사화의 왜곡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은 벨기에가 임금 연동, 정년,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의 거의 모든 영역을 대폭 삭감하면서도 F-35 전투기 11대를 추가로 구매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섀도 월드 인베스티게이션스(Shadow World Investigations)의 앤드루 파인스타인(Andrew Feinstein)은 회의에서 “F-35는 형편없는 제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가 만들어낸 가장 크고 가장 비싼 형편없는 물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벨기에는 이 모델을 선택했다. 이 전투기가 자국에 배치된 미국 핵탄두와 호환되기 때문이다. 무기 제조업체들이 주주들에게 반복해서 말하듯이, 전쟁은 그들의 사업에 훌륭한 기회다. 이런 이유로 무기 거래는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전쟁에 의존하며, 그 결과 세계를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든다.
노동권에 대한 공격
발언자들은 군사화가 방위 산업이나 국가 군대를 무장시키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쟁 준비를 명분으로 정부는 노동권을 공격하고 기후 보호 규제를 완화한다. 독일에서는 특정 조건에서 군인 노동시간이 주 54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현재 집권 연정은 하루 최대 13시간 노동을 허용하기 위해 8시간 노동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익숙하다. 먼저 특정 부문에서 새로운 규칙을 도입한 뒤,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다른 모든 부문으로 확대한다. 따라서 모든 노동자는 이러한 변화에 맞서기 위해 함께 단결할 필요가 있다. 유럽 무기거래 반대 네트워크(European Network Against Arms Trade)의 라에티시아 세두(Laëtitia Sédou)는 군사화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든 간에, 이 과정이 진행되는 방식과 그것이 사회 모든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를 반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전체 과정이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를 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대표들은 현재의 지정학적 위기가 산업 위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산업은 빠르게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재산업화의 수단으로 군사화가 활용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산업 등에서 민간 생산을 군수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독일 최대 노동조합 IG 메탈(IG Metall)의 울리케 아이플러(Ulrike Eiffler)가 지적했듯, 방위 산업의 일자리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전망도 없다. 경제는 죽음을 위한 일자리가 아니라 삶을 위한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벨기에 금속노조 메탈로스 FGTB-ABVV(Metallos FGTB-ABVV)의 힐랄 소르(Hillal Sor)도 군사화의 핵심 모순을 강조했다. 민간 산업에 대한 공공 투자는 자유시장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거부하면서도, 전쟁 산업에는 거리낌 없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 산업은 전쟁이 지속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다. 또한 무기 산업의 확대는 공공 투자 부족으로 다른 산업 전반의 탈산업화를 촉진한다.
노동자들에게 평화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
방위 산업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해 군사화에 반대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발언자들은 반군사주의가 공장 현장에서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쟁 선전이 곳곳에 퍼져 있어 상황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거리에서 강력한 평화운동이 형성되고, 징병제에 반대하는 학생 파업이 결합되면, 노동조합 조직가들도 공장 내부에서 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소르는 노동권 약화, 노동시간 연장, 건강 보호 축소, 임금 감소 문제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좌파 정당들은 군사화에 대한 대안으로, 번영하는 민간 산업에 대한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벨기에 노동자당(Workers’ Party of Belgium) 총서기 피터 메르텐스(Peter Mertens)는 발언에 나서 현재가 냉전과 유사한 격변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상황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제국의 파괴적 야망을 저지할 소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군사화가 한편으로는 막대한 공공 자산을 전쟁 산업의 이윤으로 이전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제국주의 블록은 아프리카 국가의 광물과 원자재를 다시 약탈하기 위해 그 목표를 뒷받침할 군사 장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평화운동 역시 약하지 않으며, 자체적인 조직 기반을 꾸준히 구축하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스톱 리암 유럽(Stop ReArm Europe)의 카테리나 아나스타시우(Katerina Anastasiou)는 정부가 “안전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무기화하고 이를 군사화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가 안전과 안보라는 개념을 되찾아 비군사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각국의 맥락뿐 아니라 국제적 협력을 통해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메르텐스는 참가자들에게 블라디미르 레닌의 저작과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로서 제국주의에 대한 분석을 읽을 것을 권하면서 “우리는 비관주의자가 될 여유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파인스타인 역시 청중에게 희망을 잃지 말 것을 촉구했다. 우리가 맞서고 있는 권력은 압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넬슨 만델라의 사례와 “어떤 일도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불가능해 보일 뿐이다”라는 그의 신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나스타시우는 “우리는 이 소음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고, 평화에 대해 말해야 하며,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반군사화 행동은 6월 14일 브뤼셀에서 계속된다. 스톱 군사화 플랫폼과 스톱 리암 유럽 캠페인이 조직한 유럽 전역 규모의 시위 “복지냐 전쟁이냐(Welfare, NOT Warfare)”가 예정되어 있다. 평화운동과 노동조합은 유럽 전역에서 유럽연합 수도로 모여 군사화에 대한 대중의 반대를 표명하고 향후 행동을 계획할 예정이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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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나 우이오레안(Oana Uiorean)은 유럽 기반의 진보 매체인 <피플스 디스패치>(People’s Dispatch) 등에 기고하는 기자이자 필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