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동 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신 보고서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전쟁이 세계 경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모든 길은 더 높은 물가와 더 낮은 성장으로 이어진다.”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원유 가격은 3월 한 달 동안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이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던 1990년보다도 높은 수준이다트럼프와 루비오가 주장하듯 분쟁이 조기에 종료될 수도 있다이는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합의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분쟁이 4월 이후까지 장기화하며미국 지상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력을 약화하고 핵 물질을 탐색하는 데 개입하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통행 급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 첫 공격, 2월 28일

어느 경우든 원유 가격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특히 석유 제품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한다.

<하나의 전쟁, 일곱 가지 글로벌 공급 부족> 위험에 노출된 글로벌 공급 비중

이는 두 가지 결과를 의미한다단기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분쟁이 장기화하면 물가 상승에 더해 경제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일부 주요 경제국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커진다스태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며슬럼프플레이션 가능성도 존재한다.

석유 및 가스 시설이 영구적으로 손상되거나 장기간 가동 중단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하고이는 전쟁 이전 수준의 거의 세 배에 해당한다천연가스 가격도 메가와트시(MWh)당 120유로까지 급등해 네 배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이는 1970년대 후반의 글로벌 공급 충격과 유사한 수준으로당시 높은 인플레이션과 세계 경기 침체를 초래했다프랑스 재무장관 롤랑 레스퀴르(Roland Lescure)는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걸프 지역 정유 능력의 30~40%가 이미 손상되거나 파괴됐으며하루 1,100만 배럴 규모의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그는 손상된 시설을 복구하는 데 최대 3긴급 중단된 시설을 재가동하는 데도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기본 시나리오는 6주간의 공급 차질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한 뒤 80~100달러로 하락하며인프라 손상은 없는 경우다두 번째는 중기 전쟁 시나리오로약 10주간 분쟁이 이어지며 유가가 140달러까지 급등하고 이후 10주 동안 95달러 이상을 유지한다이는 생산에 장기적인 상처를 남긴다세 번째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10주간 전쟁과 지속적인 시설 피해가 발생하며 유가는 160달러까지 상승하고 장기간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신 경제전망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주요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이미 하향 조정했다미국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 모두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낮아졌으며영국은 1.2%에서 0.7%로 가장 크게 하락했다. OECD는 미국이 에너지 수출 증가로 오히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동시에 주요 20개국(G20)의 물가 상승률 전망을 기존 2.8%에서 4%로 상향했다아르헨티나는 31%로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중국은 1.3%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미국 물가 상승률도 현재 2.9%에서 4.2%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전쟁이 다음 분기까지 이어지면 성장률 전망은 추가 하향되고 물가 전망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정 성장률 전망>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전망과 달리 미국도 경기 둔화를 피하지 못한다캐나다 왕립은행(Royal Bank of Canada) 이코노미스트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0.8%포인트 감소해 연 2%에서 1% 수준으로 떨어지고물가 상승률은 4%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올해 상품 무역 성장률이 1.9%에서 1.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북미 수출 증가율은 1.4%에서 1.1%로 소폭 둔화하지만유럽은 0.5% 증가 대신 0.6% 감소로 큰 타격을 입는다성장 영향도 지역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높은 에너지 가격은 북미 GDP 성장률을 2.3%에서 2.5%로 높일 수 있지만아시아는 3.9%에서 3.1%로 둔화한다.

유럽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경제가 거의 정체 상태에 빠지며 성장률이 기존 1.6%에서 0.4%로 떨어진다유럽중앙은행(ECB) 분석 역시 장기 전쟁이 지속되면 생산 감소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이어지는 심각한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이미 유로존 연간 물가 상승률은 3월 2.5%로 2월 1.9%에서 상승했으며이는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에너지 가격이 4.9% 상승하면서 물가가 ECB 목표치인 2%를 웃돌았고이는 중동 분쟁의 영향이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

또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순히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가계와 기업은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소비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이는 성장에 대한 일종의 세금으로 작용한다이미 주요국에서는 장기 국채 금리로 나타나는 차입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려면 에너지 가격(및 주요 원자재 가격)이 얼마나얼마나 오래 상승해야 할까이에 대한 다양한 추정이 존재한다케인스주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원유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다고 본다즉 가격이 크게 상승해도 수요 감소다시 말해 국내총생산(GDP) 감소는 제한적이라는 의미다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그는 낮은 수준의 교란’(유가 100~150달러)만으로도 미국 내 공급이 약 8% 감소할 수 있다고 본다. ‘중간 수준의 교란’(유가 120~230달러)은 미국 경제 성장률을 12% 낮추고, ‘높은 수준의 교란’(유가 155~370달러)은 공급을 16%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분쟁이 장기화하면 중동과 아시아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걸프 국가들은 관광 수입을 잃고 항공사들은 글로벌 항공 경로에서 이 지역을 우회해야 할 수 있다외국인을 위한 호화로운 생활의 시대도 이 지역에서 막을 내린다걸프 지역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가 공격받으면 건설 노동자들의 송금이 줄어들고이는 중동과 남아시아 가계에 영향을 미친다걸프 국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연간 880억 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한다이집트파키스탄인도는 최대 수혜국으로 각각 연간 수십억 달러를 받으며이들 경제에서 전체 송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이집트파키스탄요르단은 걸프 송금이 국내총생산(GDP)의 4% 이상을 차지한다.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은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약 1% 수준에서 0.5%포인트 확대되고경제 성장률은 0.3% 감소한다고 추산한다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경우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3%로 확대되고, 2026년 6.4%로 예상되던 성장률은 5%로 낮아진다워싱턴에 기반을 둔 글로벌개발센터(Centre for Global Development, CGD)는 이란 전쟁 충격에 가장 취약한 17개국을 선정했는데이 중 13개국이 앙골라나이지리아이집트가나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다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가 취약국으로 분류됐고중동에서는 요르단이 지목됐다.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면 많은 국가에서 교역조건이 악화하는 충격이 발생해 대외부채 상환과 외환보유액 축적이 더욱 어려워진다특히 대외부채 상환 부담이 크고 외환보유액이 적은 국가들이 큰 위험에 직면한다예를 들어 이집트는 향후 1년 동안 40억 달러 이상의 유로본드를 차환해야 하고요르단과 파키스탄도 각각 약 10억 달러를 차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요소 수입의 약 70%, 인도의 약 4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걸프 지역에서 들어오며 이는 농업에 필수적이다걸프 국가들은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데쌀의 75%와 옥수수·대두·식용유의 90% 이상이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여기에 더해 방글라데시인도파키스탄 등은 걸프 지역에서 일하는 자국민 송금 감소로 추가적인 타격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국가도 있다미국은 전략 비축량과 자체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중국 역시 중동(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미국 제재 우려 등에 대비해 전략 비축을 확대해 왔다지난해 중국은 원유의 절반과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3분의 1을 중동에서 수입했다그러나 현재 약 13억 배럴 규모의 세계 최대 비상 석유 비축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전기화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전력은 중국 에너지 소비의 30%를 차지하며이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약 50% 높은 수준이다이에 따라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또한 태양광과 풍력 확대를 통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다양한 에너지 공급원과 경로 확보로 인해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약 6%만이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직접 노출된다.

따라서 중국은 공급 부족 상황에도 대응 여력이 크며러시아와 남미에서 원유 수입을 확대할 수도 있다반대로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 증가로 수익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1870년 이후 전쟁을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전쟁이 벌어진 국가의 생산은 약 10% 감소하고소비자 물가는 약 20% 상승한다.” 또한 전쟁 당사국뿐 아니라 무역으로 연결된 제3국 경제도 유사한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주요 교역 상대국의 생산도 추세 대비 약 2% 감소한다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때 이러한 평균치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

부활절 주간은 이번 전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합의가 이뤄질지아니면 미국이 지상군 투입을 포함한 새로운 단계로 전쟁을 확대할지 주목된다어느 경우든 분명한 것은 모든 길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출처] All roads lead to stagflation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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