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식민주의’: 미국, 아프리카 국가들에 민감한 개인정보 접근 요구

출처: Alex Shuper, Unsplash+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생명을 구하는 보건 지원 협정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건강 데이터 접근권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들은 이 정보가 오용되거나 착취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프랭크 세카므와(Frank Ssekamwa)는 미국이 자국에 불가능한 선택을 강요했다고 말한다. 우간다가 새로운 보건 지원 협정의 조건을 수용한다면 수백만 명의 자국민 건강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미국에 제공해야 했다. 그는 이 결정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유출과 잠재적 착취 위험에 더욱 노출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협정을 거부할 경우 동아프리카 국가인 우간다는 HIV, 말라리아, 결핵 등 각종 질병 대응을 위해 지원받을 수 있는 10억 달러 이상을 잃을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우간다 국민은 에볼라와 기타 치명적인 감염병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결국 우간다는 1210일 협정에 동의했다.

우간다의 변호사이자 디지털 권리 전문가인 세카므와는 이렇게 말했다.

협정을 수락하면 착취당한다. 거부하면 죽게 된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식민주의의 본질이다.”

아프리카 전역의 여러 국가는 미국이 시민들의 건강 데이터 접근권을 생명 구호 지원의 조건으로 내건 일련의 비공개 협상 과정에서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이러한 협상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한 이후 진행됐다. USAID는 새 계약과 달리 거의 조건 없이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제공해 왔다. 잠비아, 짐바브웨, 가나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요구에 크게 분노해 초기 협상안을 거부하기도 했다.

건강 데이터 접근 요구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미국 우선 글로벌 보건 전략의 핵심 요소다. 이 전략은 해외 국가들의 절박한 의료 지원 수요를 활용하려는 노골적인 거래 중심 접근법을 취한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해 9지원은 미국 국민에게 직접 이익을 주고 국가 이익을 직접 증진하는 방식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새로운 전략에 따라 30개국 이상과 체결한 글로벌 지원 및 데이터 공유 협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퍼블리카>(ProPublica)9건의 협정을 분석한 결과, 미국이 데이터 접근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요구하는지와 이를 수용한 국가 국민들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과 취약성을 엿볼 수 있었다. <프로퍼블리카>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우간다와의 데이터 공유 협정, 케냐와 체결한 데이터 협정, 국무부가 이번 주 공개한 팬데믹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 공유 협정 6, 데이터 및 병원체 공유 협정의 표준 양식, 그리고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이 독점 제공한 문서 분석 자료도 검토했다.

<프로퍼블리카>는 또한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글로벌 보건 분야 전문가 10여 명과 협의했다. 여기에는 미국 정책을 직접 알고 있는 전문가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원조 제공의 조건으로 데이터 접근과 기타 자원 제공을 요구하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체 협정을 검토하지 못한 만큼 모든 취약점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이들은 몇 가지 위험 신호를 발견했다. 협정 조건이 모호하며, 대부분의 데이터 공유 협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 수집 범위와 활용 방식을 제한하는 조항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개인 정보가 노출되거나 오용되거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우간다와 체결한 데이터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7년 동안 우간다의 9개 보건 데이터 시스템에 직접적이고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다. 여기에는 모든 보건 정보를 저장하는 중앙 데이터 저장소, 실험실 데이터, 지역 보건요원들이 수집한 데이터,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전자의무기록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포함된다. 협정은 모든 개인 식별 정보를 제거한 집계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해당 데이터를 의료 서비스 제공과 감사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법률가들과 디지털 프라이버시 전문가들은 이 협정이 방대한 건강 데이터에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데이터가 부적절하게 이용되거나 착취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익명화한 데이터도 역추적을 통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HIV, 결핵 및 기타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의료 기록이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글로벌 보건안보 조정관을 지낸 스테파니 프사키(Stephanie Psaki)는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을 “‘그냥 당신들 데이터 시스템 로그인 정보를 넘겨라라는 식의 무딘 도구라고 평가했다.

프사키는 만약 반대 상황이었다면 미국은 절대로 그런 협정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간다에서 미국은 보건 안보와 말라리아, 결핵, HIV, 소아마비 등 치명적 질병의 치료·예방을 위해 5년간 최대 17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과거 미국은 직접적인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이러한 지원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매년 약 17만 명의 우간다 국민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한 규모의 투자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미국의 지원 규모는 과거보다 적고 협정 기간 동안 매년 감소한다. 빈곤국 의료 지원 단체인 파트너스 인 헬스(Partners in Health)의 빈센트 린(Vincent Lin)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우간다가 받는 글로벌 보건 지원금은 트럼프가 재집권했을 당시보다 45% 감소한다.

여러 전문가들은 새로운 원조 계획의 일부 목표,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의료 분야 대미 의존도를 줄이려는 방향에 대해서는 폭넓은 지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거래 중심의 접근 방식이 신뢰를 훼손하거나, 일부 국가들이 협정 자체를 거부하도록 만들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고 질병 발생을 추적·대응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권을 잃은 뒤, 개별 국가들과의 일련의 협정을 통해 잠재적 팬데믹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프로퍼블리카>가 검토한 모든 협정에는 감염병 발생 대응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일부 국가는 별도의 병원체 공유 협정에도 서명했다. 이 협정은 미국이 요청할 경우, 해당 국가가 5일 이내에 검체와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 관리와 처리 과정에 민간 기업을 전례 없이 깊게 참여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무부는 <프로퍼블리카>에 보낸 입장에서 수혜국의 보건 성과를 개선하고 미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데이터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접근 방식은 지원의 대가로 각국이 자국 보건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많은 국가는 이 약속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우간다 협정을 포함한 일부 사례에서는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현지 제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무부는 상대국에 요구하는 투자 규모가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하도록여러 요소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협정과 관련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미국은 감염병 퇴치를 위해 다른 국가들의 보건 시스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 대가로 우리는 각국 정부가 보건 지출을 늘려 프로그램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되고 진정한 국가 주도 아래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더 이상 미국 납세자가 영구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서는 안 된다. 처음으로 양측 모두가 장기적인 성과를 보장하기 위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게 됐다.

<프로퍼블리카>의 추가 질의에 대해 토미 피곳(Tommy Pigott) 대변인은 협정이 국가들에게 “HIV/AIDS, 말라리아, 결핵 및 기타 질병 퇴치 과정에서 수년간 공유·활용해 온 것과 동일한 유형의 집계된 비식별화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데이터 공유는 각국의 법률과 승인 절차에 부합한다. 미국 정부는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간다 보건부, 외교부 산하 개인정보보호국, 그리고 워싱턴 주재 우간다 대사관은 이 기사에 대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대규모 건강 데이터셋은 새로운 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치가 높아졌다. 한 국가 전체의 건강 데이터가 정확히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인공지능 기업들이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저장소를 사고파는 산업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각국은 자국민의 건강 기록을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국가 자산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국무부가 미국을 더 번영하게 만들고” “미국의 보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전략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아프리카 협정들은 해당 데이터의 주체인 아프리카인들이 자신의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해 발언권을 갖거나 그 혜택을 공정하게 공유받을 것이라는 보장을 제공하지 않는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인 뭉가(Jane Munga)는 이 협정들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업들이 이 데이터를 확보하는 순간 가치가 축적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주민들은 기업들이 그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 알 방법이 없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에 제공한 병원체 표본을 바탕으로 개발한 의약품과 백신을 자신들이 충분히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프로퍼블리카>가 검토한 6건의 검체 공유 협정 가운데 5건은 해당 국가의 검체를 주로 활용해 의료 제품을 개발한 경우에도 미국 정부가 해당 국가의 요청보다 미국의 수요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나이지리아와 체결한 협정만이 검체를 활용해 개발한 의료 제품에 대해 우선적 접근과 기부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원이 부족한 지역사회로부터 정보와 표본을 추출한 뒤 의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거나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현상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낙하산 과학(parachute science)’과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불과 몇 년 전에도 일부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여러 나라가 코로나19(COVID-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이후 자신들이 개발에 기여한 백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무부는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모든 협정에 이익 공유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인도주의 지원 기관이었던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한 뒤, 트럼프 행정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수행하던 국제 보건 사업 예산도 대폭 삭감했고, 전 세계 HIV 대응 프로그램인 대통령 에이즈 긴급구호계획(PEPFAR) 역시 크게 축소했다. 또한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했을 뿐 아니라, 각국의 생물학적 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확인하고 의료 개입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던 국제 팬데믹 협정 협상에서도 발을 뺐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기업가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는 이제 무너진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현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 의료비 절감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한 기업 세 곳을 설립했다. 여기에는 202427억 달러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재택 돌봄 서비스 업체 케어브리지(CareBridge)도 포함된다. 같은 해 대통령직 인수 과정에서 스미스는 훗날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로 발전한 정부 효율성 패널을 이끌었다. 트럼프가 취임한 뒤 그는 보건복지부(HHS) 예산 670억 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삭감을 주도했으며, 이후 국무부 고문으로 임명됐다.

인도주의 지원 체계는 대부분 해체됐지만, 의회는 행정부가 원조를 계속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스미스와 그의 팀은 새로운 방식으로 자금을 각국에 전달하고, 예산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확인하며, 잠재적 팬데믹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것도 과거 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의존했던 국제 파트너와 인력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에서 말이다.

강한 업무 추진력으로 유명한 로즈 장학생(Rhodes Scholar) 출신 스미스는 이 사업에 전력을 쏟았다. 국무부 직원들은 한밤중에도 그에게서 전화를 받아 예산 스프레드시트 항목을 설명해야 했다.

스미스는 개인 변호사를 통해 이 기사와 관련한 <프로퍼블리카>의 질의를 국무부에 전달했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건강 데이터 처리 문제였다. 과거 글로벌 HIV 치료·예방 프로그램인 PEPFAR는 정부 보건 기록과 별도로 익명화 데이터를 관리하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일부 인사들은 이러한 체계가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 계획은 국가별 데이터 수집·처리 체계를 표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간다 협정은 미국과 미국의 계약업체들이 해당 국가의 데이터 시스템에 직접 접속할 수 있도록 로그인 정보 또는 기타 안전한 접근 수단을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미국이 프로그램을 계속 감사하고 감염병 발생 상황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퍼블리카>가 검토한 협정들은 미국 정부가 데이터 보안을 보장하겠다는 의사를 담고 있으며, 질병 대응과 관련 사업 감사 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프로퍼블리카>가 자문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전문가들은 이 협정들이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법이 없는 국가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라이베리아는 양해각서에서 감시, 실험실, 대응, 보건, 환경, 농업 분야 데이터 시스템을 상호 연결되고 상호운용 가능하게구축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생명윤리를 연구한 압둘 잘릴 지베루 마하마두(Abdoul Jalil Djiberou Mahamadou) 박사후연구원에 따르면, 라이베리아의 주요 보건 협정에는 미국이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만 수집하도록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일반적인 미국 계약서에 들어가는 표준 조항이다. 라이베리아 정부와 국무부 모두 별도의 데이터 공유 협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마하마두는 한번 데이터가 유출되면 이를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우간다의 데이터 공유 협정은 양국 법률을 준수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공유 대상자의 동의를 받았고,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존재하며, 정보를 적시에 정확한 형식으로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의 공유를 허용한다.

디지털 권리 전문가이자 아프리카 디지털정의센터(African Center for Digital Justice) 설립자인 세카므와는 우간다 정부가 답하지 않은 중요한 질문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적절한 데이터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시스템이 정말 익명화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가? 실제로 그런 기준을 충족하는가? 내가 건강 문제를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이 그 건강 문제를 이유로 비자를 거부할 수 있는가?”

전 글로벌 보건안보 조정관 프사키(Psaki)는 데이터 접근 방식이 너무 성급하게 바뀌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상의 조건에서도 20년 넘게 운영해 온 병렬 데이터 시스템을 불과 6개월 만에 통합할 방법을 찾을 수는 없다.”

신속함은 미국 우선 글로벌 보건 전략의 특징이었다. 스미스가 국무부에 합류한 지 불과 한 달 뒤인 9, 국무부는 미국상공회의소와 대형 제약회사 5곳이 공동 후원한 행사에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그리고 11월이 되자 스미스는 소규모 협상팀과 함께 아프리카 대륙을 누비며 각국 지도자들에게 협정 체결을 설득했다.

국무부는 협정들이 수개월에 걸쳐 신중하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협상됐다고 밝혔다.

124일 케냐는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윌리엄 루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가장 먼저 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반발은 이미 이틀 전부터 시작됐다. 케냐 활동가 넬슨 아메냐(Nelson Amenya)X에 자신이 검체 공유 협정 초안과 법률 검토 문건을 확인했으며, 해당 협정이 케냐 법률을 위반한다는 분석 결과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16억 달러의 원조를 받는 조건으로 케냐 정부는 7년치 건강 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이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기간보다 2년 더 긴 기간이다.

케냐의 데이터 공유 협정은 미국이 정보의 기밀성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고 미국 및 케냐 법률을 준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메냐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조회 수 100만 회를 기록한 게시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모든 HIV 검사 기록, 결핵 진단 기록, 말라리아 감염 사례에 미국 관리들이 접근할 수 있다. 당신의 의료 기록과 자녀들의 건강 데이터가 모두 노출된다.”

며칠 뒤 케냐 상원의원 오키야 옴타타(Okiya Omtatah)는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협정이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광범위한 외국의 접근을 허용함으로써시민들의 헌법상 사생활 보호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케냐의 한 비영리단체도 소송을 제기했으며, 50개가 넘는 단체가 이에 동참해 해당 문서가 미국에 아프리카 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접근권을 부여하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 제출 문건에서 케냐 정부는 시민들에게 달성 가능한 최고 수준의 보건을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케냐 고등법원은 수개월 동안 협정 시행을 막다가 올해 5월 본안 심리를 진행하는 동안 협정 이행을 임시로 허용했다.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분석에 따르면, 케냐에서 반발이 확산된 이후 일부 국가는 데이터와 팬데믹 병원체 공유 기간을 단축하고 추가적인 보호 조항을 삽입하는 협상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전역의 시민단체들은 데이터 유출을 포함한 이 협정들의 구조적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 사례는 이미 수없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여자 약 50만 명의 의료 데이터가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에 판매용으로 올라온 사례도 있었다.

누군가가 낙태를 했는지,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는지, 약물 치료를 받았는지, 성매개감염병에 걸렸는지와 같은 정보가 공개되면 어느 곳에서든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정보 공개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개인 식별 정보를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AI)과 기타 기술을 활용하면 익명화된 데이터 속 개인을 다시 식별할 수 있다.

우간다의 데이터 공유 협정은 미국 정부가 무단 접근이 발생할 경우 즉시 우간다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후 양측이 공동으로 침해 평가와 대응 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세카므와(Ssekamwa)는 그 시점이면 이미 너무 늦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단 데이터가 우간다 밖으로 나가면 우간다 정부가 실제로 이를 통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협상 과정과 협정 내용 모두를 비공개로 유지하는 점 역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국무부는 <프로퍼블리카>에 협정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모든 협력국과의 협상이 끝나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자신들의 조치는 비밀주의가 아니라 민감한 협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퍼블리카>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문서를 요청하자 국무부는 20279월에 문서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최근 문서 공개를 요구하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나이지리아 변호사 버나드 오크피(Bernard Okpi)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건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왜 협정을 숨기는가?”

그는 올해 3월 나이지리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협정이 국가의 헌법상 사생활 보호권을 침해하고 기독교계 의료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우선시함으로써 종교 차별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며, 나이지리아 정부는 <프로퍼블리카>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국무부는 나이지리아와의 협정이 기독교 공동체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정부가 추진한 개혁 조치와 연계해 협상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글로벌 보건 전략이 생명을 구하고 미국과 세계를 감염병 확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국 강압적이고 비공개로 진행한 협상 방식은 오히려 이러한 목표를 약화할 수 있다.

행정부는 50개국과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데이터 공유 문제를 이유로 협상에서 이탈한 3개국을 포함해 현재까지 그 목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잠비아의 경우 미국이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자 정부가 이에 반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가들에서 원조가 중단된 영향은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역시 이러한 협상 실패의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오랫동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감염병 발생에 대응해 온 기존 체계가 약화된 데다 국가 간 불신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글로벌 보건안보 조정관 프사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감염병 발생 초기에 포괄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은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에볼라 감염 사례를 그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국가는 미국과 보건 협정을 체결했지만, 국경을 맞댄 9개국 가운데 5개국은 아직 체결하지 않았다.

프사키는 이어 말했다.

우리가 그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9개국 모두로부터 데이터와 검체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국무부는 미국이 이번 에볼라 유행에 신속히 대응했으며, 전 세계 에볼라 퇴치를 위해 27,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에볼라로 인해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우간다에서 세카므와는 자신의 나라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포함해 보건 협정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개인 데이터 보호 장치도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기술 발전과 빅데이터의 혜택을 누리는 것에 기꺼이 동의한다.”

그러나 그는 이어 말했다.

미국은 협정 곳곳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악용할 수 있는 수많은 허점을 남겨 두었다.”

[출처] 'Digital Colonialism': U.S. Demands Access to Africans’ Private Data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샤론 러너(Sharon Lerner)는 보건과 환경 문제, 이를 규제하는 정부 기관들, 그리고 정부의 감독·감시 활동을 취재하는 기자다. 안나 마리아 배리-제스터(Anna Maria Barry-Jester)는 글로벌 공중보건과 이를 관할하는 기관들을 취재하는 기자다. 주요 취재 대상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인디언보건서비스(IHS),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포함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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