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우주 경쟁과 지속 가능한 우주 이용

출처:Alex Shuper, Unsplash+

캐나다 우주비행사 제러미 한센(Jeremy Hansen)은 올해 초 아르테미스 II(Artemis II)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동료 세 명과 함께 달로 출발하기에 앞서 감동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우리는 모든 인류를 위해 간다라고 말했다.

10일간 진행한 달 근접비행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며, 이는 인상적인 과학기술 성과였다. 그러나 이 임무의 중요성이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은 아니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임무는 지정학적 의미가 컸다. 20세기 미국과 소련이 벌인 우주 경쟁과 마찬가지로, 달로 돌아가려는 새로운 경쟁 역시 강한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쟁이 미래의 재앙으로 변질되는 일을 막으려면, 그리고 그 재앙이 지구 생명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려면, 우주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 더 깊은 수준의 우주 시민의식을 키울 때만 인류 모두가 달, 그리고 그 너머를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우주 경쟁에서 우주 전쟁으로

새로운 우주 경쟁에는 첫 번째 우주 경쟁보다 훨씬 많은 주체가 참여한다. 캐나다, 중국, 유럽, 인도, 일본,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물론 미국도 포함한다. 또한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보잉, 스페이스 머신스(Space Machines),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 아이스페이스(iSpace) 등 수많은 민간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모두 달에 가려 하는가? 달에는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물과, 잠재적으로 헬륨-3 같은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원에 접근하고 이를 지배하는 쪽은 막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 모든 문제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매우 현실적인 의미를 지닌다.

아마도 여러분은 오늘 이미 적어도 20번 이상 우주를 이용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앱으로 날씨를 확인하거나 휴대전화로 커피를 결제하는 일이 그렇다. 이 모든 일은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가능하게 한다. 인공위성은 기후변화, 농업과 수산업, 식수, 자연재해 대응에 관한 중요한 정보도 제공한다.

그러나 인공위성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우주잔해가 계속 증가하면 대규모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 결과 핵심적인 위성 통신망이 마비될 수 있다.

오늘날 군대도 항법, 정보 수집, 통신, 표적 지정을 위해 인공위성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군사 작전은 상대방의 능력을 약화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교란하거나 공격 대상으로 삼는 일이 빈번하다. 이러한 상황은 전면적인 우주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인공위성을 파괴하고 통제할 수 없는 우주잔해를 대량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없는 궤도가 늘어나고, 결국 필수적인 위성 연결망을 더욱 크게 잃게 될 수 있다.

현재의 우주 거버넌스와 우주법 체계는 이러한 파국적 시나리오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제적 합의에 의존하는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이들 체계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국제관계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냉전이 남긴 교훈

1967년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체결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규정한다.

● 우주는 모든 인류의 영역이다.

● 어떤 국가도 우주를 영유하거나 주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 대량살상무기를 우주에 배치해서는 안 된다.

● 우주는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 조약이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21세기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조약은 헌법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국가의 헌법과 마찬가지로 이 조약도 시간이 흘러도 유지할 수 있는 포괄적 가치와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 국내 법체계에서 구체적인 기술 규정이나 행위 규범을, 헌법을 바꾸지 않고도 하위 법령으로, 지속적으로 수정하듯이, 우주에서도 세부적인 기술 규칙과 행동 규범은 하위 수준의 규정을 통해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

오늘날의 과제는 이러한 하위 규칙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있다. 이를 국가 간 국제관계에만 맡긴다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관계가 너무 많아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를 민간 부문에만 맡긴다면 규칙은 공동의 이익보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가능한 한 다양한 주체와 이해관계자를 이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공동의 노력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주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원칙이나 지침도 포함한다.

일부는 민간 부문이 주도한다. 따라서 이러한 접근은 기술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상업 부문의 지지도 얻기 쉽다.

일부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다자주의 체계를 따른다. 이러한 방식은 의사결정이 매우 느리고 정치적 영향을 받기 쉽지만, 최소한 정치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또 다른 접근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쿼드(Quad),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ESA)과 같은 소규모 협력체를 통한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 방식이다. 이들 조직은 이미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공통 규범을 마련할 가능성이 더 크다.

또 다른 사례로는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처럼 기본 원칙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체계가 있다. 아르테미스 협정은 달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관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이다.

우주에서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는 현대사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우주잔해와 우주 전쟁이 지구를 뒤덮도록 방치해 인류가 인공위성이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잃고 혼란에 빠지도록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우주와 맺는 우리의 관계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우주 공간에서 살아가고, 우주에 의존하며, 우주는 우리 존재의 일부다. 우리는 이미 우주의 시민이다. 개인과 시민사회가 인공지능, 거대 기술기업, 소셜미디어, 기후 대응, 교육의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듯이, 우주를 어떻게 이용하거나 남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역할을 해야 한다.

우주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는 사실을 이해할 때, 우리는 개인과 사회, 그리고 현재 글로벌 우주 거버넌스 체계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체들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

21세기에는 우주 시민이라는 공동의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 세대는 여기에 달려 있다.

[출처] Today’s space race could turn fatal if we don’t agree on new rules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캐산드라 스티어(Cassandra Steer)는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국가안보대학(National Security College) 객원전문가(Associate Expert), 오스트랄라시아 우주거버넌스센터(Australasian Centre for Space Governance)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