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왜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에도 뒤처지며 투자와 성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가? 유럽노동조합연맹(SETU)의 지원을 받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혁신 및 공공목적연구소(IIPP)의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와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노동은 짓눌리고, 투자는 정체됐다』(Labour Squeezed, Investment Stalled)에서 EU의 경쟁력 약화가 주류 경제학자들이나 마리오 드라기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주장한 것처럼 과도한 규제나 저금리 자금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생산과 혁신, 양질의 일자리에 재투자하는 대신 기업들이 이익을 축적하고 주주와 최고경영자(CEO)에게 더 많은 몫을 지급하면서 투자와 생산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유럽에서 생산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기보다 자산과 금융자산,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뒤 그 접근권에 대가를 부과해 소득을 얻는 '지대 자본주의(capitalism of rent)'가 등장하면서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고 본다. 마추카토는 유럽이 "가치 추출(value extraction)에 기반한 경제에서 가치 창출(value creation)에 기반한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마추카토와 IIPP는 생산 부문의 수익성이 2000년 이후 하락했음에도 전체 기업이익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그 이유를 '금융화'에서 찾는다. 즉 비금융기업들이 생산보다 금융투자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EU 기업 3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약 6분의 1이 현재 전체 수익의 10% 이상을 생산활동이 아니라 금융활동에서 얻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수익 증가는 법인세율 인하도 뒷받침했다. EU 평균 법인세율은 1995년 35%에서 2023년 21%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감세로 늘어난 이익은 생산적 투자 확대에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주주 배당과 자사주 매입, 이자수익을 노린 금융투자에 더 많은 현금을 투입했다. 순이익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7%에서 2024년 68%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 비금융기업 전체는 투자보다 저축을 더 많이 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저축 규모는 2조 2,800억 유로, 투자 규모는 2조 1,800억 유로였다. 기업들의 현금 축적은 급증했다.
마추카토는 조사 대상 기업의 평균 투자자본수익률이 2000년 13.4%에서 2024년 10.5%로 22% 하락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자본의 이윤율이 떨어졌고, "설비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1유로의 매력이 금융투자보다 낮아졌다." 그 결과 생산적 자본축적은 낡은 설비의 감가상각분을 겨우 보충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신규 투자를 위한 여력은 거의 사라졌다. 마추카토는 EU의 순고정자본형성(감가상각 차감 후 기준)이 국내총생산(GDP)의 3.7%에서 1.6%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업의 35%는 연구개발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 대기업 전반에서 자본스톡이 감소하고 있다> 순자본 축적(파란색), 순자본 감소(빨간색)
이 연구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내 견해로는 이 결과가 수익성 하락이 생산적 투자의 둔화와 심지어 감소를 초래한다는 마르크스주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마추카토는 이 결과를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그는 금융투자와 현금 축적이 확대된 결과, 다시 말해 금융화의 결과로 이윤율이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본 것이다. 미하우 칼레츠키(Michał Kalecki)를 비롯한 포스트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은 투자가 이윤을 만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이윤이 투자를 결정한다.
생산활동에 투자한 자본의 수익성이 하락하면 지난 30여 년 동안 실제로 그랬듯 자본은 현금을 쌓아두거나 마르크스가 '가공자본'이라고 부른 금융자산에 대한 더 투기적이면서도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로 이동한다. 그러나 마추카토가 말했듯 금융시장은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그것은 허구다.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노동, 노동자들,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한 지식과 기술이 만들어낸다." 또한 "지대 자본주의는 그런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다. 그것을 가로채 위쪽으로 이전할 뿐이다." 그러나 지대 자본주의는 지대가 이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가공자본에 투자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것이 마추카토의 지대론과 내가 보는 관점의 중요한 차이다.
마추카토는 '자본의 잘못된 배분'이 생산적 투자 감소를 초래한 결정적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연구 결과는 그런 결론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핵심은 전체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마추카토는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조사 대상 기업의 중위 총이익률이 "총매출에서 상품과 서비스 생산비용을 뺀 가장 기본적인 지표" 기준으로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중위 순이익률은 2000년 4.9%에서 2024년 5.5%로 소폭 상승했다. 다시 말해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증가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영업수익성 지표는 하락했다."
<총이익률은 하락하는 반면 순이익률은 상승하고 있다> 총이익률(파란색), 순이익율(노란색)
마추카토는 중위 기업의 총수익 가운데 금융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금리가 거의 제로였던 2021년 1.1%에서 금리 인상 이후인 2024년에는 3.7%까지 급증했다고 밝혔다. 현재 기업 약 6곳 가운데 1곳은 금융자산 비중이 순생산자산의 10%를 넘는다. 조사 대상 가운데 금융화가 가장 심한 상위 25% 기업은 금융자산 규모가 이미 실물 생산자산의 순가치를 넘어섰다.
<유럽 대기업은 생산자산보다 금융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기업 패널: 금융자산 비중(FAS), 순유형고정자산(Net PP&E) 대비 비율(%). 주) N = 연도별 이용 가능한 전체 기업, 금융자산 비중(FAS) = (현금 + 단기투자 + 장기투자) ÷ 순유형고정자산(Net PP&E) × 100
EU 전체로 보면 비금융기업 부문이 벌어들인 이자 및 배당소득은 영업잉여 증가 속도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2020년 이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 동안 금융소득 증가율은 영업잉여 증가율의 두 배에 달했다.
<비금융기업 부문의 금융소득이 핵심 영업이익 증가를 앞지르고 있다> 핵심 영업이익(파란색),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총재산소득(이자 + 배당)(보라색), 금융자산 이자소득(노란색), 주식 보유에 따른 배당소득(빨간색)
이런 자료는 유럽의 자본주의 기업들이 '생산적 이윤'이 아니라 '지대'에서 소득을 얻고 있으며, 이것이 모두의 가치를 높이는 생산적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라는 마추카토의 결론을 겉으로는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증거를 잠시 살펴보자. 금융소득은 핵심 사업에서 얻는 이윤보다 빠르게 증가했고, 기업들은 더 많은 금융자산(가공자본)을 보유하게 됐으며, 초대형 기업들은 이제 생산자산보다 금융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소득은 여전히 비금융기업 전체 소득의 3.7%에 불과하다. 매우 작은 비중이다. 기업 소득의 절대다수는 여전히 가공자본 투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산활동에서 얻는 이윤이다. 또한 그림 2를 보면 유럽의 대기업들은 2008년까지 자산의 절반 이상을 금융상품으로 보유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그 뒤를 이은 장기침체를 거친 이후에는 2024년까지 그 비중이 다시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 증거는 적어도 대기업에서는 2009년 이후 금융화가 끝났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이윤이 여전히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도 여러 편 있다. 조엘 라보노비치(Joel Rabonovich)는 미국 비금융기업이 금융거래를 통해 얻는 소득이 전체 소득의 2.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계산했다. 또한 수바사트(Subasat)와 마브루데아스(Mavroudeas)는 지난 3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51% 감소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금융화를 보여주는 증거와는 거리가 멀다. 솔로우(Solow)는 37개국의 모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자료를 활용해 실물자본 축적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금융소득과 금융자산 규모도 함께 감소했다고 밝혔다.
마추카토는 "기업이익으로 기록하는 상당 부분은 사실 새로운 생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산과 금융 포지션, 시장지배력을 소유하고 통제해 얻은 경제적 지대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결론짓는다. 그러나 그의 자료는 그런 결론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가공자본에서 나오는 소득은 분명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상당 부분"이 아니다. 실제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런 '지대'가 소득의 10%에 이르는 기업은 여섯 곳 가운데 한 곳에 불과하다. 이것을 '지대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는 없다.
사실인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기업이 노동에 배분하는 몫을 줄이면서 기업이익이 많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마르크스는 이를 잉여가치율 상승이라고 불렀다. EU 비금융부문 전체에서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노동자 1인당 보수는 87% 증가했지만, 비금융기업의 총이익은 151% 증가했다. 평균임금은 이윤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고, 비금융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00년 59.8%에서 2024년 59.2%로 낮아졌다. 노동자들은 이중으로 압박받았다. 평균적인 독신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조세부담률은 2025년 35.1%까지 올라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마추카토도 한 대목에서는 생산자본의 수익성 하락을 "세계 경쟁 심화와 생산요소 비용 상승 같은 복합적인 압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올바르게 지적한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설명했듯 EU에서는 노동이 차지하는 몫을 줄여 이런 수익성 하락을 상쇄했다.
EU의 투자와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하락한 원인은 마추카토가 주장하는 '잘못된 자본 배분'이 아니다. 마추카토는 왜 유럽(그리고 미국)의 비금융기업들이 20세기 말 이후 생산자본보다 가공자본에 더 많이 투자하기 시작했는지 설명하지 않거나 외면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생산자본의 이윤율이 하락했고, 그 결과 생산활동에 대한 투자가 둔화했으며, 이어 생산성 증가도 둔화했다. 특히 2008년 이후 EU에서는 이런 현상이 미국보다 훨씬 두드러졌다.
<순자본스톡 기준 이윤율(%) (2000년=100, AMECO)>
마추카토는 "이윤을 주주에게 돌리는 것은 우연이나 판단 착오가 아니라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말한다. 정확하다. 그것은 생산부문의 낮거나 하락하는 수익성이 낳은 결과다. 그러나 마추카토는 생산부문의 이윤율 하락이 아니라 '잘못된 투자'가 EU의 성장과 투자, 생산성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자료는 오히려 반대 사실을 보여주는데도 정책 제안은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나온다.
그는 이제 필요한 과제가 "자본을 생산과 혁신, 양질의 일자리, 회복력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자본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왔고, 그 방향은 정책이 결정했다. 정책이 만든 방향은 정책으로 다시 바꿀 수 있다. 선택지는 경쟁력과 사회정의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치 추출을 보상하는 모델과 장기적 번영의 공동 기반을 구축하는 모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는 기업과 노동계와 함께 부와 권력의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지속가능한 혁신과 성장을 떠받치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모든 정책 제안이 그렇듯 자본주의라는 생산양식은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생산을 위해 방향만 다시 잡으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전 여러 글에서 마추카토의 연구를 검토한 바 있다. 일부 주류 금융매체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경제학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마추카토는 저서 『미션 이코노미』(Mission Economy)에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미션 이코노미』는 국가를 되살려 자본주의를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복원하는 길을 제시한다."
내 견해로는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과제다. 유럽 경제의 핵심 금융부문과 생산부문에 대한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사회주의적 계획경제를 채택하지 않은 채, 노동이 기업과 협력해 불평등을 줄이고 자원을 생산부문으로 다시 배분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출처] EU companies: a ‘capitalism of rent’?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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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