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출처: Vlad ION, Unsplash
8월 7일 미국 상원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재를 부과한 러시아에서 상당한 양의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미국 행정부가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표차(86대 11)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러시아에서 상당한 양의 석유를 수입하는 인도, 중국, 헝가리, 슬로바키아, 아제르바이잔 등 5개국을 겨냥한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위반한 국가에 이처럼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로, 러시아가 이들 국가에 대규모로 석유를 수출해 얻은 수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훨씬 더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훨씬 더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까지 공습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제공한 중요한 정보 덕분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독일의 재무장과 새롭게 드러난 공격적 태도로 더욱 강화된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완강한 적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또한 전쟁이 핵 충돌로 확대될 위험도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모두 이미 수많은 목숨을 잃으며 막대한 대가를 치렀고 지금도 계속 치르고 있지만, 서방은 러시아를 향한 무분별한 적대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서방의 선전은 러시아의 공격적 야욕을 부각하며 이러한 적대감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면밀히 살펴보면 설득력을 잃는다. 서방이 러시아를 향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진정한 배경에는 러시아가 보유한 막대한 천연자원을 차지하려는 탐욕이 자리한다. 소련 붕괴 이후 이 자원을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이 집권한 뒤 러시아가 대부분의 자원을 다시 통제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하는 와중에도, 서방 국가들 자신은 계속해서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구매하고 있다. 사실 현재 미국의 입장에는 상당한 위선이 담겨 있다. 미국은 인도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러시아에서 상품을 수입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 조달을 돕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들의 러시아산 수입을 제한하려 하지만, 정작 미국 자신은 러시아산 상품을 계속 수입하고 있다. 미국이 2021년 약 17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던 러시아산 원유를 이제 전혀 수입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자국의 석유 자원을 보존하는 대신 이를 채굴해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에서 다른 핵심 품목을 계속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품의 수입량이 감소하고 있어 조만간 수입을 완전히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오히려 현재 미국의 러시아산 전체 수입에서 거의 90%를 차지하는 비료, 팔라듐, 우라늄 등 세 품목의 수입은 2021년 이후 증가했다. 이는 “러시아와 미국은 서로 거의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는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시 말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국제시장에서 러시아산 석유를 미국산 석유로 대체하려 한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다른 원자재는 계속 수입하고, 동시에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을 포함한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 같은 국가에는 미국산 석유가 러시아산 석유보다 훨씬 비싸다. 물론 이러한 가격 차이 일부는 러시아가 제재받고 있어 할인된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대신 미국산 석유를 수입한다면 평상시에도 연간 약 90억~120억 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로 이란과의 전쟁으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국제 원유 가격보다 낮아지면서 인도가 전체 원유 수입의 35~40%를 러시아에서 조달했던 기간에는 약 170억 달러의 외화를 절약한 것으로 추산한다. 결국 미국은 관세 위협을 이용해 인도 같은 국가가 훨씬 비싼 가격으로 미국산 석유를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한 관세 위협이 커지면서 러시아는 원유 가격을 더 할인해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가 미국의 제재 체제에 따를 때 입게 될 외화 손실은 통상적인 가격 차이가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커진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는 바로 그 기간에 아시아 시장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국으로서 입지를 강화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지 않으면 두 가지 이유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진다. 첫째, 인도가 수입하는 석유의 달러 표시 단가가 상승하며,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한다. 둘째, 이에 따른 외화 유출로 루피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모든 수입품의 루피화 표시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추가로 부추긴다. 물론 정부가 석유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수입 원유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면 첫 번째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정부가 다른 주요 부문의 지출을 줄여야 하므로 결국 다른 경로를 통해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 마찬가지로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면 루피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지만, 이는 앞으로 루피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더 강화해 기껏해야 잠시 하락을 지연시킬 뿐 결국 실제 가치 하락을 초래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석유에서 더 비싼 미국산 석유로 전환하면 인도 국민이 반드시 피해를 본다. 결국 제국주의는 오늘날 수천 명의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인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수백만 명의 생활수준을 희생시켜 러시아의 자원을 차지하려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당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유가가 급등해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발생하고 미국 자신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미국은 이미 해상 운송 중이던 러시아산 석유를 각국이 반입하더라도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허용’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나라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결정할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중국은 미국의 강압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냈으며 과거에도 이를 활용했고 지금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희토류 수출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과거 트럼프가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중국은 이러한 지위를 활용했다. 중국은 희토류와 희토류를 포함한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고 엄격한 수출허가 요건을 도입했다. 이 조치는 미국에 공급 병목을 일으켰고 결국 미국이 중국과 일정한 합의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중국은 지금도 이와 유사한 맞대응 압박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인도도 ‘다른 뺨을 내미는’ 대신 미국에 이와 비슷한 맞대응 압박을 가해야 한다. 물론 인도에는 핵심 상품의 수출을 통제하는 중국과 같은 강력한 지렛대가 없다. 그렇더라도 인도는 자신이 가진 모든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
우선 인도는 미국과 무역협상을 계속하기 위한 조건으로,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걸어야 한다. 법원이 트럼프의 관세에 제동을 걸면서 기존 협상의 토대가 무너지기 전까지 논의했던 인도·미국 무역협정은 ‘불평등 조약’이었다. 이 협정은 인도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보다 미국이 인도산 수출품에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인도가 일정 규모의 미국산 상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규정하면서도 미국에는 그와 같은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독립국가인 인도가 이런 불평등 조약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생산하는 미국산 농산물이 인도 시장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인도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 더 나아가 어떤 무역협상을 하더라도 인도가 제3국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따를 의무가 없고, 그러한 제재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성 고율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 조건에서 진행해야 한다.
이란 전쟁이라는 비극이 남긴 한 가지 교훈은 단호하게 저항하는 정권을 상대로 미국도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인도 같은 나라가 제국주의의 강압에 맞서 그러한 저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비극일 것이다.
[출처] US Bullying India to Stop Buying Russian Oil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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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