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플레처 주니어(Bill Fletcher Jr.)는 지난 40년간 가장 존경받는 정치 조직자 중 한 명이며, <더 네이션>(The Nation)의 편집위원이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활동가로 활동해 왔으며, 대학 졸업 후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노동 운동에 합류했다. 그는 수많은 노동조합에서 활동했으며, ‘정의를 위한 흑인 노동자들’ (Black Workers for Justice)를 설립했다. 또한 그는 ‘트랜스아프리카 포럼’ (TransAfrica Forum)의 전 회장이며, 여러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나는 그와 함께 트럼프 복귀 시기에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데이브 지린(Dave Zirin)
빌 플레처 주니어(Bill Fletcher Jr.) 출처 : 공식 블로그
데이브 지린: 당신은 오랜 시간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며 조직해 왔다. 트럼프는 연설에 따라 1,000만에서 2,000만 명의 불법 체류 노동자를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발생할 폭력의 규모와 파괴될 가족들의 숫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경제적 비용 역시 재앙적일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그렇다면 이에 대한 저항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가?
빌 플레처 주니어: 우리는 트럼프가 언급한 모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 점에서 시작하고 싶다. 왜냐하면 좌파나 트럼프 지지자들 모두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 그는 그런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거야. 그냥 선거 캠페인용 발언일 뿐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다. “누군가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때, 처음부터 믿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193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는 치카노(Chicano, 멕시코계 미국인)에 대한 대규모 재이주가 있었다. 이들은 강제로 떠나야 했다. 그 숫자는 100만에서 2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다수는 “자발적으로” 떠났지만, 실제로는 집에서 쫓겨났고,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등 강요된 상황 때문이었다. 대공황의 원인이 그들에게 전가되었다. 이러한 일이 이미 일어났고,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번에는 합법적 폭력과 비합법적 폭력이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ICE(미국 이민세관집행국)가 강화될 수 있으며, 국가방위군이 연방화되어 여러 활동에 동원될 수 있다. 또한 자경단(vigilante)이 재이주 과정에 협력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이민자들에 대한 논의가 불법 체류자들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럽의 파시스트들이 사용하는 “재이주(remigr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민족 청소를 의미한다. 그들은 귀화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부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민권 박탈이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합법적 폭력과 비합법적 폭력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것이 단순한 허풍일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가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매우 신속하게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법적 보호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이민자들을 지원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대규모 행동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6년 5월 1일에 있었던 “이민자 없는 날”을 기억할 것이다. 그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눈을 뜨게 했다. 우리는 그와 비슷한 일을 계획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 운동은 최소 하루, 어쩌면 그 이상 지속되는 대규모 “스테이 어웨이(stay away, 작업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물며 항의하는 행동)”를 조직해야 한다. 이는 이민자들과 더 큰 사회의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민자 문제에 있어 자본가 계급은 매우 분열되어 있다. 자본가 계급 중에는 합법적 이민과 불법적 이민이 계속되기를 강력히 원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그들의 노동력 수요 때문이다. 이것은 트럼프에게 있어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우리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데이브 지린: 당신이 방금 말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싶다. 프린스조지스 카운티의 랭글리 파크를 예로 들어보자. 이곳은 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 중 하나다. 랭글리 파크와 그 주변 커뮤니티, 예를 들어 ‘카사 데 메릴랜드’(Casa de Maryland) 같은 조직이 있다. 파시스트와 트럼프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재이주(remigrate)”를 목표로 하는 외부 경찰로부터 커뮤니티를 지키기 위한 첫 단계는 무엇일까?
빌 플레처 주니어: 이민자가 상당수 거주하는 모든 지역은 사실상 ‘이웃 감시’(neighborhood watch)와 같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커뮤니티로 들어오는 법적이거나 비법적인 의심스러운 세력을 주시해야 하며, 동시에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1930년대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날 때 ‘실업자 협의회’(unemployed councils)가 했던 방식과 비슷할 것이다. 그들은 퇴거당한 사람들의 집에 다시 물건을 들여놓으며 대응했다. 우리는 그런 수준의 대중의 행동을 조직화 해야 한다. 또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연락할 수 있는 법률 팀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법원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것이다. 법정을 소송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데이브 지린: 노동 분야로 이야기를 옮겨보자. 이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당신이 보기에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조직된 노동계가 어떤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가?
빌 플레처 주니어: 나는 세 가지를 예상한다. 첫째, 일부 사람들은 완전히 침묵할 것이다. 그들에게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둘째, "자기 방어"를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이는 1월 6일 의회 폭동 이후 일부 의원들이 트럼프와 잘 지내려고 애썼던 것과 비슷하다. 몇몇 지도자들은 자신의 부문과 노동조합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트럼프나 행정부와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셋째, 저항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중 다수가 익숙한 얼굴들이 될 것이라 본다. 즉, 이민자 문제, 이민자들에 대한 공격과 싸우고 조직하며 지원해 온 노동조합들, 예컨대 UNITE HERE, 서비스직원국제연합(SEIU), 화가조합(Painters) 등이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노동계는 분열될 것이다. 나는 AFL-CIO가 올바른 합의를 이루는 데 매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핵심은 노동조합 운동은 반파시즘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파시즘이 당파적인 문제라는 생각은 무의미하고 터무니없다.
헌법적 민주주의에 대한 특별한 위협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여기서 세 가지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조합 운동은 반파시즘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몇몇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이를 회피하려 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민주주의를 옹호하며’ (Standing for Democracy)라고 불린다.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노동조합 운동을 반파시즘 운동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모든 사람들이 노동조합 운동에서 이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8개월 동안 전 세계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연맹들 사이에서 명확히 반파시즘을 표방하는 연대가 형성되었다. 우리는 그 일부가 되어야 한다.
출처 : Unsplash의rob walsh
데이브 지린: 앞서 실업자 협의회를 언급했는데, 역사를 이렇게 현재 상황과 연결지어 주어서 기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 것 같다고 느끼지만, 이런 상황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 않나? 과거 사회 정의를 위해 싸웠던 이들, 특히 주변화된 공동체의 사람들이 이와 유사한 조건에 직면했던 적이 있지 않았나?
빌 플레처 주니어: 맞다. 우리는 과거에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보면, 2014년에 나와 몇몇 사람들이 우익 포퓰리즘의 위험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를 수년간 경고해 온 단체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정치연구협회(Political Research Associates)와 반인종차별 네트워크(Anti-Klan Network) 같은 단체들 말이다.하지만 내 경험상, 나는 이 위험성을 점점 더 인식하게 되었고, 계속 부정적인 반응에 부딪혔다. “너무 과장하는 거야. 진짜 위험은 신자유주의지”라든가 “그건 사람들 주의를 분산시키는 거야” 같은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또 다른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일부 진보적 사람들조차 트럼프의 말을 믿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말이나, 트럼프는 그냥 지나가는 현상일 뿐이고 진짜 문제는 클린턴이나 다른 중도파 민주당원들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들은 몇 년 전 티파티(Tea Party)가 부상했을 때도 티파티를 실제 운동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것이 부유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현상일 뿐이며, 대중 기반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심연에서 나타나는 괴물을 무시하고 있었다. 이 괴물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지난 1년 동안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파시즘 위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게 되어 기뻤지만, 동시에 이렇게 묻고 싶었다. “그동안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험은 마비 상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압도당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절망 속에 갇히게 될 것이고, 우리는 그런 상태를 감당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패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 반격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괴물을 목격했다. 수 세기의 인종적 정착 식민주의와 성차별에서 비롯된 괴물이 심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촉수를 휘둘렀고, 우리를 심각하게 타격했다. 괴물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상상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몇 주 동안 당신이나 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논의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시위를 하기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반격 전략을 진정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과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어디에서 승리하고 어디에서 패배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론을 도출할 것인가? 공화당이 거둔 많은 승리는 아주 근소한 차이였기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패배에 절망해 자멸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을 경제 문제로만 탓할 것이다. 나는 이미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 그들은 “민주당이 경제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다. 바이든의 경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반드시 MAGA에서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단순히 경제적 현상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복수주의(revanchism), 즉 반발과 불만이 최근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된 현상을 다루고 있다.
데이브 지린: 맞다, 정말 중요한 지적이다. 이번 일을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보는 사람들은 현재 상황의 전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는 복수주의적인 대중 운동이 존재하며, 이는 여러 면에서 그들만의 현실을 만들어냈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든 시절의 어려움과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또한 대중이 트럼프가 만들어낸 대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한 문제이기도 하다. 당신이 여러 번 말했던 것처럼, “좌파와 우파의 핵심적인 차이점 중 하나는, 좌파는 진실을 말해야 하고 우파는 생존하기 위해 거짓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이민자들에 대해 퍼뜨린 피비린내 나는 중상모략이나 “자신을 뽑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2020년 발언이 그 예다.
당신이 언급했던 실업자 협의회와 관련해, 어떤 사람은 이미 여권을 갱신하고 있다고 온라인에 글을 올렸다.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무엇이라고 말하겠는가? 우리 둘 다 알다시피, 트랜스젠더나 임신한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위해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행 비자를 신청하려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빌 플레처 주니어: 그런 감정을 나도 이해한다. 내 여동생도 내 생명이 위험하다고 느껴 나를 도와 이곳을 떠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두려움이 완전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그렇게 해야 하며, 그냥 사라져서는 안 된다. 물론, 의료적이거나 심리적인 문제로 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은 이해한다. 나도 이제 70세가 되었고, “빌, 그냥 남아프리카로 가. 당신은 남아프리카를 좋아하잖아. 거기서 은퇴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나는 가능한 한 반격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실제로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어리석을 정도로 낙관적이다. 하지만 이는 폭넓은 전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제 순수주의자들에게 지쳤다. 우리는 폭넓게 단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승리를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How We Can Defend Ourselves in the New Trump Era
https://portside.org/2024-11-10/how-we-can-defend-ourselves-new-trump-era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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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지린(Dave Zirin)은 <더 네이션>(The Nation)의 스포츠 편집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