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유권자들은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한 집단이었다. 반대로 흑인 개신교인들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어떤 이들은 기독교적 영향 아래 이루어질 통치의 약속에 환호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긴장하고 있다.
출처: 미국 공화당 공식 X
플로리다의 한 컨벤션 센터에서 선거일 밤에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는, 뒤로 늘어선 미국 국기들과 그를 바라보는 환호하는 군중을 배경으로 이렇게 선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말하길, 하나님이 내 생명을 이유가 있어 구해주셨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를 구하고 미국을 위대함으로 되돌리기 위함이라고 말입니다.”
이것은 그의 선거 캠페인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제 중 하나였는데, 바로 그가 하나님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의 버틀러에서 그를 겨냥한 암살 시도 이전에도 이미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신앙의 인도에 따라 이 전직 대통령이자 미래의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었다.
일부는 이번 선거를 묵시록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트럼프를 성경 속 인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작년, 기독교 방송 프로그램 <플래시포인트>(FlashPoint)에서 TV 복음 전도사 행크 쿠네만(Hank Kunneman)은 "선과 악의 싸움"을 묘사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이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기름부음(anointing)'이라 부릅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에서 예수를 연기했던 배우 짐 카비젤(Jim Caviezel)은 농담조로 트럼프를 “새로운 모세”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선거를 앞둔 몇 달 동안, 많은 그의 지지자들이 그를 “구세주”라고 칭하기도 했다.
문제는 왜 그런가 하는 점이다. 특별히 강한 신앙심이 있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 남자를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이 보낸 인물로 보는 것일까? 그리고 이는 교회 출석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이 나라에서 기독교를 더 넓은 관점에서 어떻게 보여주는가?
‘우리 모두는 죄를 지었다’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복음 전도사 중 한 명이자, 아마도 가장 유명한 설교자로 평가받는 빌리 그래엄(Billy Graham)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엄(Franklin Graham) 목사는 트럼프를 믿는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대통령 당선자가 이 사명을 위해 하나님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귀를 관통한 총알이 뇌를 단 1밀리미터 차이로 비켜갔고, 총이 발사되는 순간 그의 머리가 마지막 순간에 돌아갔다”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하나님이 그의 머리를 돌리셨고 그의 생명을 구하셨다고 믿는다.”
트럼프의 성품에 대한 질문들—성추행 혐의, 성인 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Stormy Daniels)와의 불륜 의혹 및 이에 따른 은폐 자금 재판 등—은 그래엄 목사의 시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예수께서 군중들에게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고 말씀하셨을 때, 점차 모든 청중이 사라졌던 것을 기억하라. 우리 모두는 죄를 지었다.”
일부 기독교인들이 성품에 관한 논란을 넘기기 쉽게 느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가 첫 임기 동안 특정한 약속을 이행했기 때문이다. 바로 임신중지 반대 성향의 판사들을 미국 연방대법원에 임명한 것이다. 그래엄 목사는 이를 당선자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지적한다.
“이는 기독교인들, 복음주의자들에게 큰 승리다”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민주당이 그렇지 않을 종교적 자유를 수호할 것이라 믿는다”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단서다. 허커비를 포함한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 중 하나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유대인이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지역 전체, 즉 현재의 점령지인 서안과 가자까지 포함한 지역을 차지해야만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앞당길 사건들이 촉발된다고 믿는다.
급격히 쇠퇴하는 종교
과거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장로교에서 자랐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선거에서 기독교인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았음에도, 그는 이번 캠페인에서 자신이 그들 중 한 사람이라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종교적인 사람이라는 주장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 대신 그는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 상호 이익 교환)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라고 미국 내 종교적 동향을 오랫동안 추적해온 ‘공공종교연구소’(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 PRRI)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로버트 존스(Robert Jones)는 말했다.
이 접근 방식은 인구 통계의 변화와 감소하는 교회 출석자 수에 초점을 맞췄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데이터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미국 성인의 약 90%가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정체화했지만, 이 수치는 최근 10년 초반 64%로 떨어졌으며,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존스 박사는 이것이 트럼프가 활용할 수 있었던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이랬다. ‘나는 여러분이 쇠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여러분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안다. 나는 여러분의 자녀와 손자들이 더는 교회와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를 뽑으면, 나는 기독교 교회들에게 힘을 되찾아줄 것이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기독교인이 트럼프에게 매료된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신앙이 그들을 정반대의 결론으로 이끌었다.
'트럼프는 모욕하고 타락시켰다’
최근 몇 달 동안,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바이블 웨이즈 미니스트리(Bible Ways Ministries)의 강단에서 몬테 노우드(Monte Norwood) 목사는 프랭클린 그래엄과는 매우 다른 메시지를 전해왔다.
그는 선거 결과에 실망했다.
"트럼프는 이민자, 소수자, 여성, 장애인을 포함해 그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을 모욕하고 타락시켰다"라고 그는 말한다. "성품을 무시하는 백인 보수 공화당 기독교는 그저 위선적일 뿐이다."
그는 오랫동안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직에 반대해 왔으며, 소셜 미디어와 유권자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통해 이를 표명해왔다. 예를 들어, 다른 흑인 유권자들이 투표를 등록하고 투표소까지 무료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나는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종류의 기독교인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었다'고 하셨다."
출처: Unsplash, Aaron Burden
역사적으로 본 기독교인 투표 패턴
PRRI의 연구는 종교적 실천과 신앙뿐 아니라 인종을 기준으로도 역사적 투표 기록을 조사했으며, 정치적 견해와 관련하여 수십 년간 뚜렷한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거의 예외 없이, 백인 기독교 단체들은 대선에서 공화당에 투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라고 존스 박사는 말했다. “반면, 비백인 기독교 단체들, 비기독교 단체들, 그리고 종교적 무소속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투표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패턴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이 민권 운동과 연관되면서 백인 기독교 단체들이 공화당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2024년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의향을 살펴본 결과, 이러한 패턴이 대체로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은 70%가 백인 기독교인이고, 민주당은 단 4분의 1만이 백인 기독교인이다.”
PRRI가 5,02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유권자들은 72% 대 13%로 트럼프를 해리스보다 강력히 지지했다. 백인 가톨릭 유권자들도 트럼프를 지지했으며, 55%가 트럼프를, 34%가 해리스와 입장을 같이했다. 비복음주의 백인 “주류” 개신교도들도 비슷한 분열을 보였다.
반면, 조사에 따르면 흑인 개신교도 78%가 해리스를 지지했고, 트럼프를 지지한 비율은 단 9%에 불과했다. 해리스를 지지한 이들에는 유대계 미국인, 종교적 무소속, 그리고 다른 비기독교인 미국인들이 포함되었다고 PRRI는 밝혔다.
실제 투표에서는 기존 패턴에서 이탈하는 징후도 나타났다.
미시간주의 결과는 무슬림 유권자들이 공화당 쪽으로 명확히 이동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한 바이든 행정부의 역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분석에 따르면, 이전에는 민주당 성향을 보이던 라틴계 가톨릭 유권자들 중 더 많은 이들이 예상보다 트럼프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가져온 경제적 어려움 등 요인들로 인해 “비전통적인” 공화당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통주의적 기독교인들에게 끌린 이유에 대해, 존스 박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ing America Great Again)”라는 아이디어에 신앙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며, 그것이 국가의 기독교적 성격을 복원하겠다는 약속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캠페인은 불만, 상실, 향수의 캠페인”이었다고 존스 박사는 주장했다.
미국 기독교의 미래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가 막을 수 없는 것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구 변화와 신앙에서 멀어지는 흐름이다. 미국에서 자신을 “무신론자”로 정의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보다 여전히 낮지만, “종교적으로 무소속”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세대적 요인이 작용하며, 개인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기존 규범에서 벗어나 더 많은 자율성을 누릴 수 있는 추세도 익숙한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다른 이유들도 존재한다.
PRRI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 중 3분의 1은 고위급 교회의 학대 스캔들로 인해 자신이 어린 시절 속했던 종교와 결별했다고 응답했다. 2020년, 미국 가톨릭교회는 아동 포르노 및 강간과 연관된 사례를 포함해 학대 혐의를 받은 성직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약 2,000명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2년 뒤, 미국 개신교 교회들의 연합체인 남침례회 연맹(Southern Baptist Conference)은 2000년에서 2019년 사이 아동 학대 혐의를 받은 수백 명의 교회 지도자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러한 사실은 트럼프가 직면한 문제의 규모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프랭클린 그래엄은 낙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고 해서 다음 주에 교회 출석률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는 신앙인들에게 매우 어려움을 줄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는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라고 그는 말했다. 예를 들어, 임신중지, 성소수자 권리와 관련된 진보적 법안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그는 신앙인들을 보호할 것이고, 이 나라의 종교적 자유를 보호할 것이다. 나는 기독교적 종교 자유만이 아니라… 모든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를 말한다.”
그가 옳은지 여부는, 미국인들이 단지 지켜보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기독교적 영향을 받은 통치의 약속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다른 이들은 분명히 긴장하고 있다.
[출처] The Christians Who See Trump As Their Savior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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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막불(Aleem Maqbool)은 BBC 종교 담당 편집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