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단연코 영국의 재능 있는 감독 조 라이트(Joe Wright)가 창의적으로 연출한 <엠-세기의 아들>(M - Son of the Century)이었다. 이 작품은 파시즘의 창시자이자 총리였던 베니토 무솔리니에 관한 이탈리아 TV 미니시리즈다. 이 작품은 마르틴 에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주연을 맡았던 루카 마리넬리(Luca Marinelli)가 역사적 변화를 가져온 자기중심적이고 폭력적인 대망상가 무솔리니 역을 맡아 열연한다. 이 작품은 2009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초연되었던 마르코 벨로키오(Marco Bellocchio)의 강렬하고 통찰력 있는 무솔리니 드라마 <빈체레>(Vincere)를 떠올리게 하며, 나 역시 강력히 추천한다.
이 이야기의 바탕은 같은 이름을 가진 안토니오 스쿠라티(Antonio Scurati)의 책으로,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인 소비에트 연방이 유럽의 피폐한 강대국들에게 도전하기 시작했던 1917년부터 1924년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베니토 무솔리니는 처음에는 사회주의자로서 당 기관지 ‘아반티’에서 활동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대전 참전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바꾸었다는 이유로 당에서 제명되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탈리아 병사들이 돌아온 나라는 그들을 사실상 외면한 실망스러운 국가였다.
그러나 무솔리니는 그들의 분노와 좌절을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지지하는 폭력적 선동 집단으로 활용할 기회로 보았다. 그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새로운 반공주의 정치 철학인 파시즘을 개발했고, 실망한 노동자들과 병사들로 구성된 잔혹한 조직의 지원을 받았다. 그는 권력을 잡기 위해 ‘일 포폴리’(Il Populi)라는 도발적인 신문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파시스트들이 의회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는 먼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권력을 잡음으로써 그들을 설득했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얻는 데는 좋은 도구지만, 얻은 뒤에는 버려야 한다.” 그는 처음에는 선거에서 패배하며 영향력과 권력을 잃었지만, 기회주의자로서 “나는 야수이며, 미래는 내 것이다”라고 외치며 계속 나아갔다. 결국 그의 말대로 짧은 시간 동안 미래는 그의 것이 되었다.
이 역사 드라마는 현재의 역사와도 일부 평행선을 이루며, 역동적이고 시각적으로 눈부신 작품으로,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들이 있어 보기가 힘들지만 강렬하고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음악이 이와 함께한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대담한 주제색으로 사용된다. 강렬한 클로즈업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 시리즈는 파시즘의 역사, 그 시작, 그리고 이 연구를 현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강력한 도구다.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이제 또 다른 종류의 파시스트로 넘어가 보자. 1940년대 노르웨이의 총리였던 비드쿤 퀴슬링(Vidkun Quisling)은 나치 독일이 노르웨이를 점령했을 때 협력했던 인물이다. 그의 배신적 행동과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된 이야기는 감동적인 역사 드라마 <퀴슬링 - 마지막 나날들>( Quisling - The Final Days)에서 다뤄진다. 소련이 나치를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세계를 파시즘으로부터 구한 후, 고집스럽던 퀴슬링은 횡령, 살인, 반역죄로 체포되었고, 그의 복잡한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한 사제가 감옥에서 그와 대화하도록 배정되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반볼셰비키로서 공산주의에 맞서 싸우려고 했을 뿐이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라고 설명했다. 나는 묻고 싶다. 오늘날 반공주의는 여전히 범죄로 간주되는가? 그의 범죄적 행동으로 인해 그의 이름 퀴슬링은 결국 ‘배신자’나 ‘부역자’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게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비극적 영향을 다룬 콜롬비아의 영화 <호리존테>(Horizonte)는 마법적 리얼리즘으로 풀어낸 최면 같은 드라마다. 극심한 고통을 겪은 나라답게, 이 작품은 수십 년간 폭력에 시달린 전쟁터를 떠도는 어머니와 아들의 유령 이야기를 다룬다. 이제 그들은 이해와 화해의 경지에 도달하려 애쓴다.
아들이 국가군에 의해 징집되어 반군과 싸우고 그들을 살해했던 기억, 그리고 어머니가 아들이 저지른 반군에 대한 범죄와 마주했던 기억은 철학적 사색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자신에게서 태어난 누군가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고통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그런 행동을 용서할 수 있는가? 생명을 대규모로 유린한 후에 우리는 어떻게 서로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이는 많은 나라들이 직면한 도전이며, 그들 중 다수는 미국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 인해 발생한 전쟁의 희생자들이다.
감독 세사르 아우구스토 아세베도(César Augusto Acevedo)는 “우리가 냉소적인 세상에 살고 있더라도, 변화를 만들기 위한 순간을 찾을 시간과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2022년 콜롬비아 진실위원회가 발표한 최종 보고서의 모토는 “진실이 있다면 미래가 있다(Hay futuro si hay verdad)”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영화는 회복과 생존을 위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불의에 맞서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가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온 작품이다. 라고스의 방랑 여왕 전설은 젊은 영화 집단 ‘아그바조워 집단’(The Agbajowo Collective)이 만든 흥미로운 프로젝트로, 이들은 끊임없이 강제 퇴거 위협에 시달리는 빈민가 주민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인권 단체 ‘미디어포체인지’(Media4Change)의 일원으로, 영화를 통해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 그들은 주요 언론이 무시하거나 잘못 전달하는 자신들 공동체의 진실된 이야기를 전하고, 서사를 바꾸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 빈민가 주민들은 영화 학교를 다닌 적은 없지만, 제작 과정에서 전문 영화인들의 강력한 지도를 받았다. 이들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인을 기다리지 않는 청년들로, 공동체에 만연한 범죄자와 갱단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이들은 모두가 안전한 주거를 확보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 작품은 매우 흥미롭고 감동적이며, 그들이 어떻게 경찰과 협력하는 갱단에 맞서 함께 싸우는지를 보여준다. 경찰은 종종 이들을 집에서 몰아내기 위해 갱단과 결탁한다. 라고스는 셸터가 난립한 도시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100곳이 넘는 장소에서 강제 퇴거당한 이들의 자세한 목록이 나오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은 사실이 드러난다.
[출처] Toronto Film Festival Goes Around the Worl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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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마이어(Bill Meyer)는 음악가이자 작가, 그리고 진보적인 멀티미디어 이벤트 프로듀서다. 그는 여러 그룹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재즈 공연을 한다. 오랜 정치 활동가이자 진보적 영화 애호가인 마이어는 주로 <피플스 월드>(People's World)와 기타 저널의 문화면에 글을 쓰며, 주로 영화제에 대한 기사를 다룬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