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서울의 모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청소년 사진수업을 10회기에 걸쳐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담당자 분과 이런저런 연락을 하며 스케줄과 수업내용을 확정하고 지난주부터 첫 수업을 하게 되었죠. 첫 수업을 하기 이틀전이였나요. 기관 담당자 분에게서 문자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선생님, 지금 저희가 오늘 자정까지 서울시와 노조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서 파업이 진행될지, 정상 출근을 하게 될지, 아직 미정인 상태입니다. 지난주부터 긴박하게 진행되어 제대로 말씀을 못 드렸네요."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투쟁을 많이 보아왔지만, '정신건강'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기관의 파업, 제가 수업을 하는 기관의 파업은 처음 경험하게 되어서 그런지 약간은 어리둥절했지만, 그것도 잠깐! 담당자 분께 답 문자를 보냅니다.
"네. 선생님! 파업 지지합니다."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지만, 뭔가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서였죠. 그런데 보내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직 파업을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파업을 지지한다고 보낸 거더라구요.
"네. 선생님. 응원 감사합니다. 수업에 대한 자료들은 이후에 보내드려도 되겠지요?"
"네. 그럼요. 편하게 해주세요."
문자를 주고받은 다음날, 인터넷 뉴스를 보니 파업이 결정되었네요.
수업당일 정신건강증진센터에 가니, 썰렁한 분위기에서 한 분의 선생님께서 맞아주시네요. 이날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참가하기로 한 친구들의 2/3정도 밖에 오질 않았더라구요. 게다가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 그런지 더 어색어색했구요.
"우리 어색하지만, 사진을 찍어볼까요?"
사진을 찍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뽑아, 제목을 작성해봅니다.
"오늘 약간 서먹서먹하고, 썩~ 재미도 없었을 텐데, 끝까지 참여하느라 고생했어요."
그러니, 빨간색을 골라 사진을 찍은 친구가 이렇게 얘기하네요.
"아시네요." 라구요.
"응응. 알죠." 라며 수업을 정리합니다.
아무쪼록 파업이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잘 마무리되어 다음 주에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꼭 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힘내세요!
출처: 주간 인권신문 [인권오름]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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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자 예술교육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