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수원인권영화제에 초대합니다
표현의 자유 쟁취, 대안 영상물의 발굴, 인권의식 확산이라는 목표아래 시작된 수원인권영화제가 10번째 막을 올립니다. 수원인권영화제 10년의 주인공은 인권이라는 주제를 통해 지역 대중과 만나려는 활동가들과 영화인, 소외받고 차별받은 모든 이들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자본의 논리, 사상 검열과 싸워왔습니다. 모든 사람이 인권을 누려야 하듯이 모든 이들이 인권영화를 보고 즐기고 눈물 흘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료상영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당당하지 않은 손은 잡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버텨온 10년이 인권영화제의 존재 이유입니다.
올해 수원인권영화제는 경기문화재단의 문예진흥지원금을 반납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경기문화재단측의 ‘안티조선’ 관련 게시물 강제 철거 사건과 경기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주최한 ‘제4회 언론문화교실’ 의 지원금 철회에 대해, 수원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편협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문화적 소양과 뜻을 같이 할 수 없음을 통보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경기문화재단의 검열은 올해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과거 경기문화재단은 인권영화제가 개최된 장소에 개시된 영화제 부대행사 전시물 ‘안티조선 판넬’을 철거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재단관계자는 조선일보의 요청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6월. 경기문화재단측은 민언련이 개최하는 제4회 언론문화학교의 일부 강사진 변경 신청에 대해 사업내용에 문제가 있다면서 예정된 지원금을 전면 철회했습니다. 재단은 형식적인 측면을 강조했지만 우리는 변경된 강사진에 포함된 강정구 교수로 인해, 조선일보측의 압력이 또는 재단 내부의 검열이 존재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수원인권영화제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원금 철회의 직접 당사자도 아닌 수원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경기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반납하는 것에 대해 여러 사람은 ‘왜 그랬느냐’고 묻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이고 경기문화재단조차 수원인권영화제의 문제제기에 끄덕도 없는데, 우리들의 행동이 무모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어려운 고비 맞습니다. 그러나 인권은 어려운 고비일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경기문화재단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 문제를 던집니다. 원칙과 자존심을 버리면서, 자본과 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으면서 그것이 인권이고 인권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쏟아지는 정부지원금과 대기업지원금의 홍수 속에서 운동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자는 문제제기를, 인권영화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마음에 공 하나를 쏘아 올렸습니다. 대한민국 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영화 축제들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법한 수원인권영화제 10년을 지켜준 선량한 마음들...가난한 독립영화인, 눈물투성이 주인공들, 따뜻했던 후원인들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단단함을 잃지 말자고 말입니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수원인권영화제의 막이 오릅니다. 어려운 재정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속 끓이며 고생한 실무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보다 많은 이들이 와서, 힘차게 돌아가는 필름 속에 등장한 무수한 사람들과 함께 연대해 줄 것을. 우리가 던진 문제제기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다 많은 이들이 토닥여 줄 것을. 소외되고 차별받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축제. 여러분 마음에 지금, 공 하나를 또 쏘아 올립니다.
10회 수원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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