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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효율성은 이제 그만


김정우 / 네트워커 편집장 :: patcha@patcha.jinbo.net

월간<네트워커>는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중앙정부 및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주민번호 노출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중앙기관의 홈페이지 관리자로부터 수많은 문의전화를 받았다. 그 내용은 주로 주민번호의 노출 유형과 해당 사이트의 주소를 묻는 것이었다. 급히 담당자를 찾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이번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기 보다는, 일단 해당 정보를 삭제하고보자는 태도가 역력했다. 실제 1차, 2차 조사발표 이후에 해당기관들은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번 사태가 우연하게 발생한 가벼운(?) 문제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인가?

이번 주민번호 노출사건은 편리함과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어온 전자정부프로젝트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단지 보안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법과 정책으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인한 피해는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영화속사이버세상‘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는 편리하게만 사용했던 디지털테크놀러지가 하루아침에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짓밟을 수 있는 감시와 통제의 시스템으로 뒤바뀔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민번호뿐만 아니라 지문, 홍채, 유전자(DNA)식별 및 전자추적시스템(RFID) 등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는 모든 기술에 대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언제 우리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표지이야기에서는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전자투표도입에 대해서 다룬다. 그런데 중앙선관위의 계획에 대해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전자투표의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전자투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논의에 앞서, 개인인증에 대한 정책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고,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주민번호와 관련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이다. 또한 민주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보통․평등․비밀․직접’의 원칙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이 사전에 논의되어야 한다. 또다시 효율성이 우선시 되어서는 안된다.

원래 시리즈로 보도하려고 계획했던 주민번호노출실태조사 그 세 번째 기획이 내부 사정으로 인해서 다음호(5월호)로 연기된 것에 대해서 네트워커 독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대신에 이번호에서는 주민번호가 실제로 성인인증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를 발표한다. 조금은 색다른 주민번호의 문제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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