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짝퉁 광고판’ 요지경…학교 드나든 장학사들은 뭐 했나

‘검찰청 전화’누르니 스키장 연결

교육청과 검찰, 경찰을 사칭한 학교 앞 ‘짝퉁 간판’들. 공익을 빙자해 전국 학교에 수천 개를 걸어놨지만 쓸모가 없다. 이곳에 적힌 전화번호를 누르면 엉뚱한 곳으로 연결되거나 아예 받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학원 광고판과 공기관을 사칭한 거짓 광고까지 학교를 장사판으로 만들었다. 그 아래 아이들이 너무 천진난만해 보인다. 지난 11일 인천 ㅎ초/안옥수 기자


서울 대부분의 초등학교 앞에 내걸린 ‘학교폭력예방’ 포돌이 간판에 적힌 검찰의 ‘학교폭력’ 신고 전화번호를 누르면 강원도 평창에 있는 ㅍ스키장으로 연결된다. 10일 이 전화를 받은 직원은 “학부모나 학생이 다급하게 폭력을 신고하겠다고 전화를 하는데, 이곳이 스키장이다보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스키장에 걸려온 폭력신고 전화

이 간판 관리단체로 적힌 경찰○○신문사 032-58○○-112로 전화해도 받는 사람이 없다.
‘우리 아이들의 등하교를 안전하게 합시다’라고 적혀 있는 또 다른 간판도 사정은 같다. ‘이 시설물은 학교재산이므로 훼손 시나 철거 시 처벌됩니다’라는 글귀 바로 옆에 적힌 ‘관리및 설치단체’ 전화번호를 누르면 ‘○○기획’이라는 ARS 음성이 나올 뿐 전화를 받지 않는다.

서울 양천구 ㅁ중 울타리에 걸린 또 다른 간판도 관리 전화번호를 새겨 놨다. 이 전화를 받은 사람은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개인 가정집인데 왜 자꾸 전화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런 가짜 공익간판들에 함께 붙어 있는 학원 전화번호는 정확히 일치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O초 앞 간판에 적힌 ○○○영어학원에 전화를 해봤다. 직접 전화를 받은 이 학원 원장은
“작년 12월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2년 동안 광고해준다고 해서 4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행각을 사기수법으로 보고 있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학원을 돌며 퇴직 경찰 행세를 한 업자를 지난 3일 전격 구속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이 경찰청 방 아무개 경사는 “학원광고주 모집을 위해서 공공기관을 팔아 돈을 챙긴 것이기 때문에 사기혐의가 성립된다”면서 “지금 전국 학교에 걸린 경찰 관련 간판들은 경찰청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당국 알고도 방치 가능성

한편 적지 않은 초중고 교장들이 이런 간판 때문에 속앓이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일부 눈치 없는 교장들은 실제 공익광고인줄 착각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교장들은 가짜 간판이란 사실을 눈치채고도 그대로 방치한 정황도 있었다.

서울 o초 김 아무개 교장은 “그거 경찰이나 검찰, 교육청하고는 무관한 간판이란 걸 왜 몰랐겠느냐”면서 “이전 학교에서는 한 번 떼어냈다가 다음 날 시멘트를 발라놓는 바람에 그대로 놔둔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교육부 관계자들도 ‘짝퉁 간판’의 실체를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이곳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김태서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교문 안에는 일체 사교육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학교 밖에 있는 것은 관리가 어렵다”면서 “학교에서 임의철거하면 마찰이 생길 수 있어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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